<애가 타는 시편 1>
엄마 엄마 괜찮아요, 구워졌잖아요.
엄마, 엄마 오늘 달걀 삶아주세요.
귀여운 우리 아이가 오늘따라 삶은 계란 노른자가 무척 먹고 싶다며
안 그래도 동그란 두 눈을 더욱 동그랗게 말아 말똥하게 쳐다보면서 졸라대네요.
그래, 그래, 오늘은 냄비 한가득 계란을 올려놓고 너와 나 우리 한 가족
추억의 기차를 떠올리면서 톡톡 쏘대는 맛이 나는 콜라도 곁들여 오손도손
입안 가득 노른자도 넣어보며, 우리 사는 재미의 간을 맞혀 주는 소금도 찍어가며
행복이라는 열차에 몸을 실어볼까나.
엄마, 엄마 숙제 좀 도와주세요.
달걀을 냄비에 담아 물을 한가득 부어 가스불을 틀어놓고는
오늘따라 끝도 없이 보채는 아이의 성화에 잠시 숨을 가다듬고는
그래, 오늘은 어디를 해야 하지? 라고 묻는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피어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보며 가슴이 짠해진단다.
아이야, 아이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언제든 엄마가 곁에서 너를 도와줄께.
걱정은 내려놓고, 지금 행복해하렴.
네가 즐거워야 엄마도 즐겁지. 네가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하지.
엄마, 엄마 달걀 언제 줘?
그렇게 묻는 아이의 궁금해하는 얼굴이 마냥 해맑다.
순간, 빵 터지는 소리! 아차!
달걀을 삶기 시작한지 어언 한시간째.
물은 이미 마를 때로 말라버렸고, 달걀이 터지는 소리가 후두둑. 뻥뻥!
조심스럽게 아이와 같이 냄비로 향한 무거운 발걸음.
가스불을 꺼놓고 보니, 그을린 냄비 속에 그을린 달걀이 있다.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니, 아이는 여전히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엄마, 엄마, 괜찮아요! 구워졌잖아요.
아직은 뜨겁기만 한 달걀껍질을 호호호 불어가면서
아이와 엄마는 아직은 출발하지 않은 추억의 기차에 몸을 오른다.
엄마, 엄마, 아빠도 이제 곧 오시겠지? 나 안 먹는 흰 자 드셔야 되는데.
그래, 그래, 꼭 오실거야. 우리 먼저 출발하자.
아이야, 아이야, 아빠는 좀 늦으실거야.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꼭 오실거야.
믿어보렴, 아이야, 아이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애가 타는 시편 2>
고양이야, 왜 그러니?
아차! 내 실수.
내가 너를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에 가두려 했구나
그게 싫어 너는 탈출을 시도하는구나,
옥탑방 같은 3층 발코니아가 밝은 창문을 비집고
아슬아슬한 걸음으로 너는 가는구나.
늑대의 울음소리가 두려웠니, 너는 다시 낑낑대며
옥탑방 같은 3층 발코니아로 다시 오르기를 시도하지만
내게 다다르자 마자
헛디딘 너의 발걸음,
이것이 너와의 마지막이구나 하는 순간
누군가가 너를 구했니?
반가운 마음에 너를 데리러 가 보지만,
너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나의 마음. 어디로 가야, 너의 마음.
함께 닿을 수 있을까.
아차! 내 마음.
내가 너를 또 아무 생각 없이 부르고 있었구나.
야옹이야, 야옹이야.
내가 부르는 너는, 그냥 그저 내 마음.
너에게 이름을 지어줄게
아주 멋진 이름 지어서, 자유로운 마당에서 뛰놀게 해줄게.
내가 잊고 있었어.
집에서는 너를 기르면 안 된다는 걸.
가둬서는 너를 내 것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우리 같이 떠나자, 멀고 먼 험한 길.
너는 밤길을 밝혀주렴.
내가 너의 캄캄한 앞길을 안내해줄께 .
그래! 네 마음.
이제는 내가 너를 이해해줄께
이제는 내가 너를 사랑해줄께
내가 아닌 너의 마음으로
내가 아닌 너의 사랑으로.
<애가 타는 시편 3>
마음이 가는 곳에
마음 먹은 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흘러가는대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구름은 아니더라
세월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진실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마음 가는 곳으로 흘러가다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게 되겠지
혼자서는 절대로 못해도
서로 도와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사랑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마음 가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애가 타는 시편 4>
마음 산행
1. 내 마음의 사랑, 물빛
혼자 한 건 아니랬잖아
당신이 있어서 간 거랬잖아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었고
지금도 아는 것은 아닌 거야
그냥 내 머리 속에
당신의 이미지가 자꾸 남아
그래서 그리워하지
당신의 얼굴을 본 적 없어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
당신이란 말이 이렇게 낯선 것은
지금까지 너라고만 불러서일거야
누군가가 나를 쫓아왔는데
그게 누군지를 난 정말 모르겠어
내가 미쳤던 게야, 이상한 소리에
그런데 정말정말 이상한 게 하나 있어
나 왜 이렇게 멀쩡해? 난 너무 멀쩡해.
나 왜 이렇게 너를 그리워해?
대답해 봐, 대답해 봐.
아무리 마음 속으로 외쳐도
허전한 메아리만 울릴 뿐.
거기에 사람은 없다. 정말, 없다.
2. 내 마음의 바다, 빛살
너는 아니, 내 마음을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 줘.
하지만, 너는 이용당한다면서
나를 모른 척 하지.
날더러 어쩌라구, 날더러 어쩌라구.
나를 데려다준다면서, 나는 또 네게 속는다.
돌아갈 수 없는 곳, 거기는 어디였을까
나는 거기서 무엇을 한 것일까
왜 자꾸 미래를 보지, 왜 자꾸 내게
미래가 보이지. 슬프다, 그런 거.
다른 사람이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거
다음엔 뭘 해야 하는 거니, 대체.
나의 미래는 뭐니?
왜 내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거니.
나는 그냥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
누가 나를 조종하는 거야.
서로 조종하는 거야?
누가 나를 조종하는 거야!
나를 데려가 줘, 거기로, 거기 어딘가로.
제발, 제발, 제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까.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질까.
언젠가는 가겠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3. 내 마음의 산길, 파도
산길이 너무 멀어, 끝도 없이 걸었지.
누군가와 함께 걸었는데, 그게 누군지 나는 모르는 거야.
누군가 나를 좋아한 줄 알았어, 그게 아닌데.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거였어, 그거 맞는데.
엇갈린 사랑과
엇갈린 만남과
엇갈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지.
상처는 점점 더 커져서 회복이 안 되어
우린 서로 만날 수가 없잖아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잖아.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까 기다려 봐도
모두가 지쳐가는 진실 찾기.
이제 알아야만 하는데,
이제는 알고 싶은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네.
끝까지 가보면 알 수 있을 줄 알아서
끝까지 갔는데, 더 큰 상처만 받네.
그래도, 가봐야지, 알 때까지 가봐야지
다른 방법이 없잖아.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야,
물 한 모금 축이고
그냥 또
일어나서 가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