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올린 글이 작년 11월 14일이다.
오늘이 4월 16일이니 대충 5개월 만이다.
막상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쓸 말이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바삐 돌아가는 거 같은데
머리 속은 뒤죽박죽 점점 뭐가 뭔지 정리가 안된다.
세상 만사 귀찮기도 하고, 모든 일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런 게 갱년기 증상인가? 남자에게도 갱년기라는 게 있다지 않았나?
월급 받는 직장 생활이란 걸 한지도 1981년 12월 1일 첫출근을 했으니 벌써 만 25년이 넘었다.
그러고보니 부모님 덕에 먹고 살던 기간보다 그럭저럭 내 손으로 벌어먹고 산 기간이 더 길어진 셈이다.
이제 얼마나 더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걸까?
한 10년 정도?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 새 만23년이 지났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세월은 총알보다 빠른 것 같다.
이 정도 됐으면 경험이 쌓여 노련미가 넘쳐나고 뭔가 한 가락해야 될 것만 같은데
상황은 정 반대다.
점점 가르치는 일조차 자신이 없어진다.
게다가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교실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교사의 권위는 이런저런 이유로 땅에 떨어지고 학생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얼마 전에도 어느 선생님이 학생 뺨을 한 대 때렸다가 운동장에 순찰차가 달려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교무실로 항의전화가 오는 것은 다반사다.
과거에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는데....
얼마 전 전교조가 주최한 학교 인권에 관한 강연회가 있어서 가봤다.
뭐 쓸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
혹시나가 역시나라더니 결국 아무 것도 없다.
인권단체에 있다는 강사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하고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사가 학교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체벌과 폭력.
최근 우리사회는 정말 인권이 지나치게 넘쳐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과유불급이라던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했는데 ....
나도 나이가 들어 기득권을 가진 기성 세대가 된 탓일까?
학생 시절에는 권리보다는 책임과 의무 이행만을 강조하는 어른들이 너무 싫었는데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는 소리 정말 짜증났는데
요즘은 나도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냐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세상은 돌고도는 것일까?
며칠 전 신문을 문득 보니 내가 학교에 오기 전 2년여 다닌 회사가 연봉이 높은 직장 20위 순위에 들어 있었다. 직원 평균 연봉이 6,600만원이던가... 23년된 내 연봉은 평균에도 못미친다.
잠시 그 회사에 그냥 있었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 유일한 장기인 공상의 나래를 마냥 펼치다가
아마 그랬다가는 벌써 짤려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너무나 엄연한 현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과 나눈 이야기.
동료 교사가 너무 좋다고 읽어보라고 강권하는 것을 뿌리쳤더니
아예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읽어보라고 책을 사서 주기도 했는데
"신"이라는 글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내팽겨치고 있다가 영화가 있기에 봤다.
신과 나누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마음에 안들지만
저자가 직장에서 해고되고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목뼈를 다쳐서는 새로운직장을 얻지 못하고 결국 노숙자로 전락하는 장면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물려받은 재산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직장에서마저 좇겨난다는 것은 정말 사형선고와 같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버티고 있는 내가 용하다. 아니 운좋게 직업을 잘 선택한 건가?
아! 빨리 세월이 흘러 꼬부랑 할아범이 되도 좋으니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 민주 사회의 일꾼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꿈은 잃어버린지 너무 오래다.
아! 이러다 또 욕을 바가지로 먹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만 당하면 괜찮지만 동료들도 도매금으로 동네북처럼 두둘겨 맞으면...
아! 맞다 모든 게 다 내탓이다. 내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