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북한강 뷰... 남양주 여행에서 빼먹으면 섭한 절[경기 별곡] 강을 따라 가는 역사 여행, 남양주 2편
경기도의 31개 도시 하나 하나를 새롭게 조명하고 여행의 매력을 새롭게 알아가보자 합니다. 김포를 시작으로 파주, 연천, 고양, 강화도, 시흥, 안산, 부천, 의정부, 양주 지역을 현재 취재 중입니다.[기자말] |
남양주의 매력은 무엇보다 한강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를 지나 남양주로
들어오면 덕소 부근부터 오른편 너머 거대한 한강의 풍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주말에는 양평 등 서울 교외지역으로 가는
행락객들 때문에 차가 막히기 일쑤다. 하지만 햇빛에 강물이 비춰 일렁거리는 물결과 함께 나의 마음도 차분함을 되찾는다.
덕소 지역의 도회지를 지나 팔당지역으로 이어지는 경강로는 수많은 베이커리와 카페가 잠시 쉬어가라고 여행객들을 유혹
한다. 특히 카페의 공룡 스타벅스는 팔당지역 한복판 한강이 잘 보이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루프탑까지 갖춰 평일 대낮부터
많은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나는 이런 번잡함이 싫어 차 머리를 계속 앞으로 돌렸다. 팔당유원지를 지나 터널을 통과하면 속세의 시끄러움은 사라지고
강물은 더없이 고요하다. 이제 양수대교만 넘어가면 두물머리가 있는 양평으로 넘어간다. 나는 양평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을 벗어나 북으로 가는 방향은 택한다.
길 험하고, 시설도 열악하지만... 꼭 가야 하는 절
오른편에는 한강에서 갈라진 북한강이 나의 눈길을 끈다. 남양주에서 먼저 가볼 장소는 위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경치를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절, 수종사다. 이곳을 먼저 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운길산 중턱 벼랑 끝에
자리 잡고 있어서 가는 길이 무척 험하다. 운전 초보자나 엔진의 힘이 약한 차인 경우 비추천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절의 명성에 비해 주차장 시설이 무척 열악하다.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도 심상치
않게 주차하는 바람에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종사의 매력과 그 절이 지닌 가치 덕분에 힘든 길을 거쳐 이곳에 온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온 덕분에 주차장에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남아 차를 대고 밑을 바라보니 저편 너머에 거대한 강이
나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반대편 산 중턱에는 수종사로 추정되는 건물들이 얼핏 보였다. 바로 앞의 일주문을 지나
꽤 높은 곳에 위치해 고생 꽤나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경치의 기대감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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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길산 수종사의 일주문 험한 산길을 차로 오르면 일주문 바로 앞에 위치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종사 경내까지 15분여를 걸어올라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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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는 조선 전기인 1458년(세조 4)에 당시 왕이었던 세조의 명으로 건립되었다.
당시 세조가 금강산 유람을 하던 도중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굴 안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와 수종사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자연경관이 대단히 훌륭한 곳이라고 소문이 났으며, 조선 전기의 이름난 유학자 서거정이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평가하며 예찬하는 시를 지었다. 조선 후기에는 초의선사가 정약용과 교류하며 다신전,
동다송 등의 차와 관련된 여러 저서를 남겨놓아 한국 다도문화의 원류로도 꼽히고 있다. 현재도 수종사는 '삼정헌'이라는
다실을 지어 차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차를 타고 꽤 험한 길을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주문에서부터 급격한 경사길을 꽤나 올라가야 한다.
도중의 미륵보살로 보이는 석상에서 앞으로의 여행이 무탈하도록 기도를 드린 후 다시금 발걸음을 이어간다.
곧 불이문이 나오고 길은 어느덧 계단길로 바뀌었다.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면 수종사의 경내를 알리는 해탈문이 나온다.
겉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경내가 꽤 넓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수종사를 살펴보기보다 수종사에서 보이는 장엄한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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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길사 불이문 일주문을 지나 불이문까지 오르면 이제부터 계단길로 수종사 경내까지 올라야 한다. 하지만 바로 옆엔 아름다운 한강의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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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전에 수종사의 경내를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절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한강을 앞마당으로 삼고
좁은 부지에 건물들이 넓게 퍼져 있어 호방한 기운이 여기저기 감돌고 있었다.
수종사는 조선왕가들과의 인연이 유난히 깊은데, 세조와의 인연은 물론 태종의 딸 정혜 옹주의 승탑과 태종의 후궁인 명빈
김씨와 성종의 후궁들이 함께 발원하여 조성한 팔각오층석탑이 있다. 조선말 주지로 있던 풍계 해일이 고종에게 8천 냥을
하사받아 수종사를 중창하였다고 하니 왕실과 얽힌 무슨 연유가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수종사를 대표하는 두 보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과 수종사 부도의 솜씨가 남달라 보인다.
우리나라 석탑의 대부분은 삼층석탑의 양식이 대부분인데 월정사의 팔각구층석탑을 축소해놓은 듯한 느낌이 물씬하다.
고려말에서 조선 전기까지는 원나라의 영향이 진하게 남아있어 아무래도 그런 스타일이 계속 선호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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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1808호로 지정된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유난히 조선왕실과 인연이 깊은 수종사는 그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있는데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된 조선전기양식의 석탑이 대표적인 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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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 안에서는 선조의 비 인목왕후가 발원한 약사여래와 일광보살, 월광보살 등 불상 20구가 발견되었고, 지금은 석탑 품
안을 떠나 불교 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유교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은 조선이지만 왕실의 여인 사이에서는
불교가 널리 숭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승탑이 한 기 있는데 탑신에 용무늬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어, 한눈에 봐도 승탑의 주인공이 범상치 않은 인물
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태종 이방원의 딸인 정혜 옹주의 승탑이다. 태종 이방원은 조선 왕가에서도 불교를 억압하던
둘째가면 서러워할 인물인데, 어떤 연유로 그 딸의 승탑이 수종사에 있는 걸까?
태종의 후궁 의빈 권씨는 태종이 승하한 이후 비구니가 되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딸인 정혜 옹주가 먼저 죽자 딸의 극락
왕생을 기원하며 화장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그나마 불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감이 있는 세종시대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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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언수행이 절로 나오는 수종사의 풍경 수종사에서는 한국의 절중 강의 경치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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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종사의 하이라이트인 북한강의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차례다. 마침 다실도 옆에 있어서 차를 받아놓고 다실에
조용히 앉아 하염없이 지켜봐도 되지만 산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
여태껏 대한민국의 많은 사찰을 가봤지만 경치가 이렇게 압도적인 절은 처음이었다.
추운 날씨 속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니 몸과 마음이 눈 녹은 듯 녹고, 멀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서 오는
기운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이제 산을 내려와 본격적으로 강가마다 전해져 오는 남양주의 역사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