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비자반(榧子盤)(1) 일등품 위에 또 한층 뛰어 특급품이란 것이 있다. 반재(盤材)(2)며, 치수며, 연륜이며 어느 점이 일급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나, 반면(盤面)(3)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보이면 이게 특급품이다. 알기 쉽게 값으로 따지자면, 전전(戰前) 시세로 일급이 2천 원 전후인데, 특급은 2천4, 5백 원, 상처가 있어서 값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비싸진다는 데 진진(津津)한(4) 묘미가 있다.
반면이 갈라진다는 것이 기약지 않은 불측(不測)의 사고이다. 사고란 어느 때 어느 경우에도 별로 환영할 것이 못 된다. 그 균열(龜裂)의 성질 여하에 따라서는 일급품 바둑판이 목침(木枕)감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큰 균열이 아니고 회생할 여지가 있을 정도라면 헝겊으로 싸고 뚜껑을 덮어서 조심스럽게 간수해 둔다.
1년, 이태, 때로는 3년까지 그냥 내버려 둔다. 계절이 바뀌고 추위, 더위가 여러 차례 순환한다. 그동안에 상처 났던 바둑판은 제힘으로 제 상처를 고쳐서 본디대로 유착(癒着)해 버리고, 균열진 자리에 머리카락 같은 희미한 흔적만이 남는다.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이란 특질에 있다. 한번 균열이 생겼다가 제힘으로 도로 유착·결합했다는 것은 그 유연성이란 특질을 실지로 증명해 보인, 이를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같이 될 뻔했던 불구 병신이, 그 치명적인 시련을 이겨 내면 되레 한 급(級)이 올라 특급품이 되어 버린다. 재미가 깨를 볶는 이야기다.
더 부연할 필요도 없거니와, 나는 이것을 인생의 과실(過失)과 결부시켜서 생각해 본다. 언제나, 어디서나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매양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것이, 그것이 인간이다.
과실에 대해서 관대해야 할 까닭은 없다. 과실은 예찬(禮讚)하거나 장려할 것이 못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가 ‘나는 절대로 과실을 범치 않는다.’고 양언(揚言)할(5) 것이냐? 공인된 어느 인격, 어떤 학식, 지위에서도 그것을 보장할 근거는 찾아내지 못한다.
(중략)
과실은 예찬할 것이 아니요, 장려할 노릇도 못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과실이 인생의 ‘올 마이너스’일 까닭도 없다.
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淨化)되는 굳세어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느 과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과실, 제 상처를 제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비자반’의 탄력?그 탄력만이 과실을 효용한다.
인생이 바둑판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김소운, ‘특급품’
(주) (1) 비자반: 윗면을 비자나무 판자로 대어 만든 바둑판.
(2) 반재: 바둑판의 재료.
(3) 반면: 바둑판의 겉면.
(4) 진진한: 재미 따위가 매우 있는.
(5) 양언할: 공공연하게 소리 높여 말할.
44.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특정한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②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③ 단정적 어조로 글쓴이의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④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⑤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45.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유추는 서로 다른 대상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 유사성에 근거하여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는 사유 방식이다. 글쓴이는 ‘비자’에 대한 유추를 통해 인간과 삶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보이고 있다.
① 유연성이란 특질을 지닌 ‘비자’를 과실을 다스릴 수 있는 ‘인간’과 견주고 있다.
② 비자반의 상처와 인생의 과실을 결부시켜 ‘과실’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드러내고 있다.
③ 비자반 일등품과 특급품의 차이를 통해 사고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④ 비자반 특급품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인간이 시련을 감내하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⑤ 사고가 발생한 비자반이 특급품이 되는 과정을 통해 과실을 딛고 일어서는 인생을 긍정하고 있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A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A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5회
극/수필 (44~45)
김소운, ‘특급품’
지문 이해하기
(해제) 글쓴이는 인생을 비자반에 빗대어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비자반은 인생을 의미하며, 비자반에 생긴 균열은 인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실을 의미한다. 글쓴이는 인간이 과실을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과실을 딛고 일어서야만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제) 과실을 극복하는 삶의 자세의 필요성
흐름 파악하기
* 처음: 비자반 특급품에 대한 소개
* 중간: 상처 난 비자반이 특급품이 되는 과정과 인생의 과실
* 끝: 과실을 딛고 일어서는 인생에 대한 긍정
44. 서술상 특징 파악(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
글쓴이가 부정적 현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찾을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특정한 소재
글쓴이는 ‘비자반’이라는 특정한 사물을 제재로 삼고 있다.
확인 2: 글을 전개
글쓴이는 ‘비자반’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② 확인 1: 기존의 통념
흉터가 없이 완전무결한 제품이 높은 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통념이다.
확인 2: 흥미를 유발
글쓴이는 반면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있는 비자반이 일등품보다 더 높은 값을 받는다는 내용을 제시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③ 확인: 단정적 어조
글쓴이는 ‘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되는 굳세어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와 같이 단정적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④ 확인 1: 비유적 표현을 활용
글쓴이는 비자반에 균열이 생겼다가 제힘으로 도로 유착·결합하는 것을 ‘졸업 증서’라고 비유하고 있다.
확인 2: 독자의 이해를 도움
비유를 활용하여 글을 읽는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45.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 파악(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1: 비자반 일등품과 특급품의 차이
비자반 일등품과 달리 비자반 특급품은 반면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있다. 이는 상처 났던 바둑판이 제힘으로 제 상처를 고친 결과 남은 흔적이다.
확인 2: 사고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특성을 강조
글쓴이는 비자반 일등품과 특급품의 차이를 통해 과실이나 상처를 제힘으로 다스려 깊어 가는 인격, 굳세어지는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유연성이란 특질을 지닌 ‘비자’
4문단에서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이란 특질에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확인 2: 과실을 다스릴 수 있는 ‘인간’과 견줌
5문단에서 글쓴이는 유연성이란 특질을 지닌 ‘비자’를 과실을 다스릴 수 있는 ‘인간’과 견주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② 확인 1: 비자반의 상처와 인생의 과실을 결부시킴
5문단에서 글쓴이는 비자반의 상처를 인생의 과실과 결부시키고 있다.
확인 2: ‘과실’에 대한 생각의 전환
6문단에서 글쓴이는 인간은 누구나 과실을 범할 수 있음을 밝히고, ‘중략’ 이후에서 과실로 인해 인격이 더 커 가고 깊어 갈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④ 확인 1: 비자반 특급품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
3문단에서 비자반 특급품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대 3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확인 2: 인간이 시련을 감내하는 삶의 과정
글쓴이는 비자반 특급품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인간이 시련을 감내하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과실을 다스려 인간이 성숙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⑤ 확인 1: 사고가 발생한 비자반이 특급품이 되는 과정
글쓴이는 사고가 발생한 비자반이 특급품이 되는 과정을 통해 비자반을 인생에, 비자반의 상처를 인간의 과실에 빗대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확인 2: 과실을 딛고 일어서는 인생을 긍정
글쓴이는 인간을 언제든 과실을 범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과실을 저질렀더라도 이를 이겨 내는 인생이 진정한 삶임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