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차린 거 없이 불러도 미안하지 않은
차려입고 찾아가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돌려말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
너는 내게 그런 친구인데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이길 바라는데
몸이 아픈 친구야,
마음이 아픈 친구야,
내가 너에게 꼭 맞는 치료제가 될 수 는 없겠지만
잠시라도 몸의 고통이 줄어드는,
아픈 마음에 위안이 되는
진통제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너는 내게 그런 친구인데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이고 싶어.
불면증
가는 밤 상념이 굵게 드리워
쉽게 잠들지 못한다.
끝내 놓쳐버린 인연이라면
상념마저 쉬이 걷히지 않는가보다.
인생이란 삶은 녹녹치 않고
과거의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끝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미련.
겨울 밤은 길기만 하고
불쑥 찾아 온 불면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그 서늘함에 다시 깨어
어둠에 누워만 있다.
커피
윙~ 기계음이 울리고
가루가 되어 내려오며 풍기는 향기
9기압의 높은 압력과 뜨거운 열기로
검은 물줄기로 내려오는 커피
향기로 한 모금 마시고
음료로 한 모금 마시고
추억으로 한 모금 마시고
습관으로 또 한 모금
뜨거운 태양이 익게 한 열매는
돌고 돌아 한 잔의 커피가 되어
내 컵에 담기고
늦은 밤 내 책상의 동무가 되어
한 편의 시로 변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