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 * [새재사랑산악회] ♣ 제천 가은산 산행
▶ [산행 코스] <군자역>(07:40)→ 중부·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 경유→ 괴산I.C→ 19번 도로→3번 국도 →살미면 용천삼거리→(36번 도로) 제천시 수산면→ <옥순대교>(청풍호)→ 소나무 고개→ 갈림길→ <새바위>(점심식사)→ 삼거리에서 회향(回向)→ <옥순대교>주차장→ <귀경> ※ 남겨둔 산행 (둥지봉 →가은산 →정오바위 →상천휴게소)
▶ [청풍호 가은산] — 여백(餘白)을 남기고…
☆… 가은산은 제천의 제일 명산인 금수산(錦繡山, 1,016m)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의 802m봉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져 뻗어 내린 지능선에 솟아 있는 산이다. 새바위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장병국 회장, 김의락 총무, 지평 대장 등이 숙의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시야도 온전하지 못하고, 또 연휴의 마지막날 상경 길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예정된 둥지봉-가은산 정상 등정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회향(回向)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산행에 참가한 산우들도 모두 찬성했다. 사실 새바위 오기 전 산봉 하나를 온전하게 오르내리며 돌아왔기 때문에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 [힘들어서 너무 좋은 산(山)] — ‘나의 심신을 깨끗이 씻어주기 때문이다.’
☆… 여느 때와 달리 상당히 여유가 있는 하산 길이었다. 산길에는 다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침 산행을 시작할 때 서울에서 온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지나가고 난 후, 아주 한적한 산길이었다. 우리 산우들이 두런두런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왔다. 하산 길에서 지난 3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호산아 고문이 이야기를 했다.
… ‘20일 간 고난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무사히 끝내고, 4월 3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몇몇 친구들에게 귀국 인사와 함께 몇 장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히말라야 산행을 무사히 끝내고 돌아온 나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다음과 같이 되물어왔다. ‘그렇게 험한 산을 ‘뭐 할라고’ 힘들게 가는 거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산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좋다네, 그 고행 속에서 그 동안 내 심신에 쌓인 잡것들이 싹 씻어지거든!’ 내 나름 많은 의미를 담고 한 말이었다.’… 그렇다. 산을 오르는 것은 순수한 '고통의 축제'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5,600m 고지, 초룽패스의 설원을 걷는 원정대 - 맨 앞의 붉은 색 파카가 호산아, 그 다음이 셀파 겔젠
속이 울렁거리고 눈알이 빙빙도는 어질머리, 숨이 턱을 치고올라오는 심각한 고소증에 모두 기진맥진이다.
▶ [산행(山行)을 마치고] — 시원한 막걸리 한 잔
☆… 오후 2시 정각, 전 대원이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비는 완전히 그쳤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여유가 있으면 낭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차장 가장자리, 식탁이 있는 벤치에서 하산주(下山酒)를 나누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맛깔스런 안주 한 점, 여기서도 예의 꽁지문(文)의 '양념조기'가 일미였다. 사람 좋은 베토벤이 병권을 잡고서 술을 따르고, 꽁지를 푼 꽁지문의 물젖은 머리칼이 바글바글한 웨이브로 윤기가 흐르고, 통통공주의 웃음소리가 아주 함박꽃이다.
▶ [에필로그] 맑은 이슬비에 씻은 마음
☆… 귀로(歸路), 충주호반을 따라서 이어지는 36번 국도, 그 길목에 지평 민창우 대장의 처당숙이 운영하는 <어부네집>이 있어 차를 잠시 세우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호반의 경치가 아름다운 아담한 휴게소에 내려, 거울처럼 고요한 충주호의 원경과 휴게소 주변의 아름다운 꽃과 초목을 완상하며 그림 같은 추억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폭 한 폭 모두가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같은 사진이다. 함께 어울려 담소하고 사진을 찍는 대원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산뜻하고 밝았다. 산천의 초목이 꽃들을 피우듯 산우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넘쳐흘렀다. 특히 여성대원들의 웃음소리가 신록처럼 싱그러웠다. 버스에 오르기 전, 눈이 밝은 지평 대장이 화단의 가장자리의 꽃 덤불 속에서 지금 막 집을 짓고 있는 하얀 벌집과 거기에 앉은 벌을 발견하여 많은 사람들이 눈길을 모았다. 비를 맞으며 집을 짓고 있는 벌들의 생명력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하늘과 땅이 자리를 잡으니 그 사이에 만물이 생장한다.’[天地位焉 萬物育焉] 그렇다. 자연은 생명 그 자체이다. 하늘이 빛을 내리고 구름이 생명의 비를 내리시니 참으로 은혜로운 대자연이다. 비가 와서 산행이 불편하다고 말하기 보다는 하늘의 참뜻을 생각하며 빗길을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다. 우리는 오늘, 촉촉이 젖어드는 맑은 이슬비에 세사에 얼룩진 마음까지 씻었다. 여유 있고 유쾌한 하루였다. …♣
<끝>
첫댓글 가은산의 절경을 많이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못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남은 숙제는
하겠습니다. 여운도 아름답게 뵈 주세요
감사합니다 잘읽고갑니다
벌이 호사스런곳에장을 마련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