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뮤지션 JUNJO의 삶의 순환을 담은 여섯 트랙의 음악적 서사 ‘Life Cycle’
순환(Cycle)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모든 생명은 정해진 순환을 거듭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의 삶도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과 죽음이라는 틀 속에서, 어떤 보편화된 흐름을 따르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만남과 이별, 소유와 상실, 기억과 망각이라는 흐름을 겪고 인간은 사라집니다.
이런 삶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음악이란 본질적으로 흐르는 속성이 있고, 무한히 반복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제가 관찰한 삶의 단편들을 한데 모아서 잘 배치한다면, 삶의 보편적인 모습과 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6개의 연주곡을 모았습니다. 삶의 시작이 여행(1.Voyage)이라면, 끝은 빛바램(6.Fade)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2~5번 트랙은 제가 삶에서 포착한 몇 가지 익숙한 이미지들을 구성했습니다.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삶이란 각자에게 다를 것입니다. 자유롭게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트랙들이 제가 생각한 만큼 삶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지점에서, 누군가의 삶과 공명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3.Andante Grave’ 의 첼로를 제외하면, 모든 트랙이 피아노 독주입니다. ‘4. In a Cathedral’ 에는 서울 명동성당 실내 노이즈가 녹음되었습니다. ‘6.Fade’ 에는 음악적으로 제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을 담았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독일의 Robin Schmidt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전 마지막 앨범 '12'(2023)을 작업하신 분이셔서, 저에겐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게 평생의 뮤즈가 되어준 대가의 음악을 Robin은 여전히 손 끝으로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Emof 양해철 감독님께서 ‘3.Andante Grave’ 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주셨습니다. 물과 새의 이미지를 이어 붙여서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였습니다. 실로 ‘Life Cycle’ 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는 예리한 통찰과 세심한 감각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더해 주셨습니다.
‘5.Memoria’ 역시 뮤직비디오로 표현되었습니다. 기차 창문이 하염없이 스치는 이미지가 기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한동안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순환하는 삶의 여정 속에서, 음악을 남기는 일의 무게와 하찮음을 동시에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무쪼록 저는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JUNJO)
[Credits]
Produced by JUNJO
Co-producer Cl0cker
Composed by JUNJO
Piano, Cello JUNJO
Mixed by Cl0cker
Mastered by Robin Schmidt
Mastered at 24-96 Mastering (Karlsruhe, Germany)
Photography Haecheol Yang
Music Video Haecheol Yang, JUNJO
Distributor Chaewon Chang
Published by STOMP Music
Tracklist
01 Voyage
02 Bride
03 Andante Grave
04 In a Cathedral
05 Memoria
06 Fade
음악 감상 바로가기
멜론 | 지니 | 벅스 | 플로 | 바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