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떡밥
이영백
사람이 먹지 않고 고기가 먹는 밥으로 “떡밥”이 있다. 나는 낚시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넷째 형 따라 다니며 낚시하는데 잔심부름 마다하지 못하고, 억지춘향으로 따라 다녀야만 하였다.
비오는 봄날이면 어김없이 넷째 형은 낚시채비를 한다. 달랑 대나무 낚싯대 두 대, 받침대, 지렁이든 미끼통, 잡은 고기 담가놓으면 저절로 물 들어오는 대바구니 통, 뜰채 등이 전부이다. 집 나서기 전에 개숫물 버리는 하수구에 모종삽으로 땅을 뒤집으면 벌건 지렁이가 나온다. 지렁이 맨손으로 깡통에다 담는다. 처음에는 겁내했지만 자주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못 둑으로 간다. 못에 담긴 물이 너무 많아 찰랑인다. 못의 수면이 바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결을 만들고 있다. 오늘 어리바리한 낚시꾼 둘이 왔다고 못이 웃는다. 그날따라 고기가 낚이지 아니하여 허탕을 쳤다.
다시 낚시 갔던 날에는 달랐다. 지렁이 미끼 외에 “떡밥”을 만들었다. 떡밥 재료는 식물성 먹이로 보릿가루와 들깻묵가루이다. 우선 만들어 온 떡밥을 아예 낚시에 걸지도 아니하고 잘 낚이지 않는 붕어를 탓하듯 돌팔매질로 멀리 뿌려댔다. 이제 낚시 바늘에 단단히 조몰락거려 뭔가를 달았다. 대나무 낚싯대 두 대를 던져 넣고 자리 잡았다. 오로지 두 눈은 찌가 바로 솟아오르기를 오매불망 그 곳을 응시하여 집중할 뿐이다.
확실히 떡밥을 미리 던져두어 고기 불러 모았다. 떡밥 갉아먹는 청피리들이 입질해댔다. 마침내 어슬렁거리던 참붕어가 질투하듯 입질하고서 찌가 한 번 쑤~욱 올라오더니만 끌어간다. 이때다. 넷째 형은 힘껏 팔 힘을 모아 힘차게 낚아채었다. 미늘에 걸리어 파닥이며 큼지막한 고기가 올라왔다. 뜰채 들고 얼른 형님의 손맛을 나도 느끼듯 소쿠리에 담았다.
“그럼, 그렇지. 여태 그렇게 낚시하면서 떡밥을 왜 몰랐던가?” 그 후 참붕어 낚시질에 혼신을 다하여 손 바쁘게 잡아 올렸다. 대바구니 통에 붕어가 가득 잡히어서 자리가 좁다고 파닥이며 투덜거린다. 떡밥 효과이다.
요즘 와서 우리나라 젊은이들 취미가 1위로 “낚시”라고 한다. 넷째 형 낚시 하는데 갔더니 떡밥은 어디가고, 옥수수로 하였다. 떡밥 만들기 귀찮아서 그냥 소일할 뿐이란다. 강태공 곧은 낚시가 생각난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