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료 증
2026년 여름 시설단기사회사업 하사랑이음센터 이주은
“선생님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온통 미선 씨에 대한 생각뿐이에요.” 저는 그 말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 주은이의 얼굴은 정말 어쩔 줄 몰라 발 동동 구르는 여고생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주은, 미선 씨와의 면접날을 기억합니까. 그 날 주은이는 우주 같은 미선 씨를 만났습니다. 주은이 역시 제겐 미선 씨와 같은 우주였습니다. 두 우주 사이에서 저는 큰 폭발을 경험했습니다. 미선 씨가 그날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셨었죠. 주은이가 가고 미선 씨가 주은을 만나 반갑고 좋았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날은 졸음이 오는 것도 모르시고 미선 씨 웃음을 쉬이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주은, 합동연수 때의 치열함을 기억하나요? 새까만 한여름밤에 모기가 무는 줄도 모르고 농구 코트장에 엎드려 미선 씨와 함께 할 한 달을 빼곡히 그리고 또 그렸죠. 그날 모기가 주은이를 물고 간 자국이 아직 양팔에 가득 딱지도 아물지 않은 게 보이는 듯합니다.
한 달 일정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울까? 제 머리 속 복잡할 때, 주은이는 어떻게 여쭈어야 미선 씨의 일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여쭈어야 여름 활동의 주인이 미선 씨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미선 씨를 만났을 때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묻고 제안해야 할지 대본을 쓰듯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한다는 것에 실제가 무엇일까 궁리하고 또 궁리했습니다. 그렇게 주은이는 미선 씨 만날 준비를 했습니다.
활동 셋째 날 즈음, 주은이 덕분에 미선 씨 댁에 처음 가보기도 했습니다. 그날 비가 무척 많이 왔습니다.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왔다는 주은이는 빗줄기 속에서 젖어가는 것도 모른 채 서 있었습니다. 미선 씨와 약속한 날인데 혹시 몰라 일찍 출발했다는 주은이. 미선 씨를 만나는데 성심을 다하겠다는 첫 다짐을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로도 주은이는 미선 씨를 만나는데 늦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 달 내내 일찍부터 미선 씨 만날 준비를 했고, 미선 씨 만났던 시간들은 늦게까지 남아서 복기했습니다.
미선 씨 댁에서 주은이 바들바들 떨며 설명회를 했습니다. 미선 씨에게 있을 일인데, 미선 씨에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여겼던 주은이의 생각이죠. 동료들 앞에 섰을 때보다 미선 씨 한 분께 했을 때가 더 많이 떨렸었다, 주은이는 이야기했습니다.
미선 씨의 댁은 누군가에게 직장이고 일터입니다. 일정표 테이프가 미선 씨 댁 벽지를 뜯지 않을까 걱정했었죠. 그날 미선 댁을 미선 씨의 집으로 생각했던 유일한 사람은 주은이 밖에 없었을 겁니다. 평소 쓰지 않던 말들로 미선 씨에게 먼저 여쭙고 부탁하고 제안하느라, 더듬기도 했고 말씨가 이리 저리 꼬이기도 했었죠. 주은이는 그게 부끄러웠을지 모르지만, 그런 주은이를 보고 부끄러워졌던 것은 저였습니다.
주은이, 자칫 미선 씨가 자기 일에서 소외당하시면 어쩔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었죠.
어느 날은 피곤한 줄로만 알았던 미선 씨가 동료 실습생을 보고는 밝게 웃기도 하셨었습니다. 그날 주은이는 크게 실망했었고, 질투를 하는 것 같기도 했었습니다.
어쩌면 소외를 느꼈던 것은 미선 씨가 아닌 주은이가 아니었을까 한 생각도 듭니다.
미선 씨가 집들이에 누구를 초대하셔야 할까. 여쭙고, 여쭙고 또 여쭈어 보셨죠? 사람 좋은 미선 씨이기에 그 주변으로 초대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 저는 직원으로서 반드시 초대해야할 것 같은 몇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주은이에게 그런 상황을 넌지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주은이는 미선 씨를 만나 세 번 여쭙고, 여쭈었습니다. 주은이가 그렇게 해주길 기다렸습니다. 고맙다고 잘했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쉬운 사람, 서운한 사람이 있었을지언정 덕분에 정말 미선 씨가 원하는, 미선 씨 당신의 집들이가 되었습니다. 아쉬워할 사람, 서운해 할 둘레사람 있겠지만, 평생에 집들이 단 한번 해야 할 것도 아니니 앞으로 더 할 미선 씨의 풍성한 사람살이들과 그 후임자를 위해 여지를 남겨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쵸?
여름 일정 쉴 틈 없이 매일 시간과 때로는 분 단위로 빽빽했고 치밀했습니다. 주은이는 집들이를 마치자마자 미선 씨와 약속한 여행을 떠나야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일정을 미선 씨와 나눌 시간은 없었습니다. 주은이는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기차 안에서 미선 씨와 여행 일정을 짜야 했습니다. 온전한 미선 씨의 강릉여행으로 위해, 잘 여쭙기 위해 주은이는 거진 강릉의 모든 카페와 음식점, 해수욕장, 기타 가볼만한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여행 중 카페나 가게 점원들로부터 미선 씨가 당당하게 접대를 받을 수 있도록 주은이는 거들었습니다. 강릉여행, 누군가에게 받아서 가는 여행이 아닌 미선 씨 본인의 영수증으로 가득 찼던 여행이었습니다. 주은이 고맙습니다.
눈물 많은, 울보 주은. 그런 주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주은이가 가게 될 길들은 녹록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정말 내 생각 뜻과 달리 세상은 호락호락 하진 않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주은이 역시 필히 그럴 겁니다. 주은이가 알고 배운 대로 할 수 없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느 곳의 상황 사정이란 것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그럴 때마다 낙심도 하고 분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어야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과 그 상황에 얼마쯤 따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실패하거나 진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것 소중한 것일수록 잘 간직하고 때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알겠죠? 자신은 없지만 우리 약속합시다. 당사자 분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매순간이 연습이고 훈련일 겁니다. 사회사업 뜻한 바 당사자까지도 주은이의 마음을 다 알아주지 못한 것 같을 때, 주은이를 사랑했던 이어져 온 소중한 인연들을 기억해 주세요. 연락해 주세요. 아시겠죠?
주은이가 가게 될 사회사업 길과 실천이 앞으로도 올곧고 바르길 바랍니다. 튼튼하고 유연해지길 바랍니다.
주은이 역시 복 받고 주은이가 만날 당사자와 그 둘레사람들도 복되게 되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고마웠습니다.
2026년 여름, 주은이와 함께 해서 정말이지 행복했습니다.
하굣길 함께 하는 단짝이 생긴 것 같아 눈물이 나도록 기뻤습니다.
든든했습니다.
자랑스러웠습니다.
주은 마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하사랑 실습생 주은,
나의 동료 주은. 씩씩하세요. 안녕.
2026년 7월 27일 하사랑이음센터 정세진
첫댓글 정세진 선생님...
슈퍼바이저 수료사를 이렇게 쓰는 줄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아니요, 선생님. 특별히 알고 쓴 건 아닙니다.
다만, 최선웅 선생님께 받은 수료사를 여러 번 읽고 읽은 뒤에 썼습니다.
이렇게 귀한 수료사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씨름하셨을까...
고맙고 고맙습니다.
한덕연 선생님, 다시 한번 기도와 격려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