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道의 근본을 논하다. 韓愈(한유)의 「原道」(원도)
<작자>
한유(韓愈, 768~824)는 중국 당(唐)을 대표하는 문장가, 정치가, 사상가로서 당송 8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자(字)는 퇴지(退之), 호는 창려(昌黎)이며 시호는 문공(文公).
<작품 해설>
이 글의 제목인 「원도(原道)」는 한유의 주요 논문으로서, 원(原)이라 함은 물(物)의 본원이며 또 그의 근원을 찾는 일인데 본원의 道의 탐구를 논술한 것이다. 한유는 한대부터 현재까지 道가 및 불교의 이단사상에 의해 유가의 정치원리나 사회도덕인 道가 어지러워졌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본원의 道에 의하여 인의(仁義)를 내용으로 하는 유교적인 사회·정치사상을 명확하게 하려고 하였다.
그 논지는 도덕·인의의 정의(定義)에서 시작하여, 도가의 무정부적인 원시생활의 동경이라든가, 불교의 출세간적(出世間的)인 태도를 다 같이 봉건사회의 군주신민(君主臣民)이나 부자(父子)의 신분과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의를 기조로 하는 유가적인 국가질서와 문화주의를 전한(前漢) 초에 성립된 《예기(禮記)》 〈대학(大學)〉편에 의거하여 서술하였고, 요순(堯舜)으로부터 공자, 맹자에 이르는 도통사상으로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송대의 신유학에 영향을 주었다.
한유는 이밖에 〈원성(原性)〉, 〈원귀(原鬼)〉, 〈원훼(原毀)〉의, 이른바 〈5원(五原)〉의 논문을 지어 각각 석로(釋老=불교·도교)를 배척하고, 봉건전제의 국가권력을 옹호하였으나 그 논리가 치밀하지는 못했다. 한편 중국의 논문에 〈원(原)…〉의 형식이 유행한 것이 바로 한유의 〈5原〉에서 비롯됐다. <자료 출처 : 위키백과>
<본문>
博愛之謂仁 行而宜之之謂義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於外之謂德
박애지위인 행이의지지위의 유시이지언지위도 족호기무대어외지위덕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행(行)이 마땅한 것을 의(義)라 한다.
이를 말미암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충족(充足)하고 밖에 기대함이 없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仁與義 爲定名 道與德 爲虛位 故 道有君子有小人 而德有凶有吉
인여의 위정명 도여덕 위허위 고 도유군자유소인 이덕유흉유길
인(仁)과 의(義)는 고정된 이름이요. 도(道)와 덕(德)은 공허한 자리이다. 그러므로 도(道)에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 있고 덕(德)에는 흉(凶)한 것과 길(吉)한 것이 있다.
老子之小仁義 非毁之也 其見者小也 坐井而觀天 曰天小者 非天小也
노자지소인의 비훼지야 기견자소야 좌정이관천 왈천소자 비천소야
* 毁(훼): 헐 훼
노자(老子)가 인의(仁義)를 작게 (하찮게)여긴 것은 헐뜯는 것이 아니요. 그의 견해(見解)가 작았을 뿐이다. 우물 안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작다고 말하는 것은 하늘이 작아서가 아니다.
彼以煦煦爲仁 孑孑爲義 其小之也 則宜 其所謂道 道其所道 非吾所謂道也
피이후후위인 혈혈위의 기소지야 즉의 기소위도 도기소도 비오소위도야
* 후(煦): 따뜻하게할 후. 혈(孑): 외로울 혈. 섬(贍): 넉넉할 섬.
후후(煦煦): 온정을 베푸는 모양. 아첨(阿諂)하여 웃는 모양.
혈혈(孑孑): 우뚝하게 외로이 선 모양. 의지(依支)가지 없이 외로움.
그(노자)는 작은 온정을 인(仁)이라 하고 작은 선행을 의(義)라 여겼으니 그가 작게 여긴 것이 곧 ‘그래서’ 마땅하다.
그가 이르는 도(道)는, 도(道)가 그가 이르는 바의 도(道)이지 내가 이르는 바의 도(道)는 아니요.
其所謂德 德其所德 非吾所謂德也
기소위덕 덕기소덕 비오소위덕야
그가 이르는 바의 덕(德)도, 덕(德)이 그가 이르는 바의 덕(德)일뿐 내가 이르는 바의 덕(德)은 아니다.
凡吾所謂道德云者 合仁與義言之也 天下之公言也
범오소위도덕운자 합인여의언지야 천하지공언야
무릇 내가 이르는 바의 도(道)와 덕(德)이라는 것은 인(仁)과 의(義)를 합하여 말한 것이고 천하의 공인된 말이다.
老子之所謂道德云者 去仁與義言之也 一人之私言也 周道衰 孔子沒 火于秦
노자지소위도덕운자 거인여의언지야 일인지사언야 주도쇠 공자몰 화우진
노자가 이르는 바의 도덕(道德)이라는 것은 인(仁)과 의(義)를 떠난 것이고 한 사람의 사사로운 말일 뿐이다. 주(周)나라의 도(道)가 쇠(衰)하고 공자(孔子)님이 돌아가시자 진(秦)나라 때 불태워(분서갱유: 焚書坑儒)지며
黃老于漢 佛于晋宋齊梁魏隨之間
황노우한 불우진송제양위수지간
한(漢) 나라 때에는 황로(黃老)학이 성(盛)하고 진(晉)·송(宋)·제(齊)·양(梁)·위(魏)·수(隨)의 연간(年間)에 불교(佛敎)가 성행(盛行)하였다.
其言道德仁義者 不入于楊 則入于墨 不入于老 則入于佛
기언도덕인의자 불입우양 칙입우묵 불입우노 즉입우불
그들이 말하는 도덕(道德)과 인의(仁義)라는 것이 양주 파[爲我說]에 속하지 않으면 묵적 파[兼愛說]에 속하였고 노자 파에 속하지 않으면 불교에 속하였다.
入于彼必出于此 入者主之 出者奴之 入者附之 出者汚之
입우피필출우차 입자주지 출자노지 입자부지 출자오지
저들에게 들었다면 반드시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저들에게 들면 주인으로 여기고 나가면 종처럼 여겼으며 들어 온자는 부추기고 나간 자는 더럽게 여겼다.
噫 後之人 其欲聞仁義道德之說 孰從而聽之
희 후지인 기욕문인의도덕지설 숙종이청지
아! 후세의 사람들이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에 대한 설(說)을 듣고자 해도 누구를 쫓아 들을 수 있겠는가?
老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佛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노자왈 공자오사지제자야 불자왈 공자오사지제자야
노자를 따르는 자들은 말하기를 “공자는 우리 선생님의 제자다.”라 하고 불교를 믿는 자들도 말하기를 “공자는 우리 선생님의 제자다.”라 한다.
爲孔子者 習聞其說 樂其誕而自小也
위공자자 습문기설 악기탄이자소야
공자를 위하는 자들도 그러한 말을 익히 들어 그들의
허튼 수작을 즐기고 보잘 것 없게 여기며
亦曰 吾師亦嘗師之云爾 不惟擧之於其口 而又筆之於其書
역왈 오사역상사지운이 불유거지어기구 이우필지어기서
* 不惟 : …뿐만이 아니라.
역시 말하기를 “우리 스승도 또한 일찍이 ‘그들이’ 스승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며 그것을 입으로만 거론한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을 글로 써놓았다.
噫! 後之人 雖欲聞仁義道德之說 其孰從而求之
희! 후지인 수욕문인의도덕지설 기숙종이구지
아! 후세 사람들이 비록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에 대한 설(說)을 듣고자 해도 그것을 누구를 좇아서 구할 수 있겠는가?
甚矣! 人之好怪也 不求其端 不訊其末 惟怪之欲聞
심의! 인지호괴야 불구기단 불신기말 유괴지욕문
심하도다! 사람들이 괴이함을 좋아하여 그 단서를 구하지 않고 그 결말을 묻지도 않은 채 오직 괴이함인데도 듣고자 하는 것이다.
古之爲民者四 今之爲民者六 古之敎者 處其一 今之敎者 處其三
고지위민자사 금지위민자육 고지교자 처기일 금지교자 처기삼
옛날에는 백성 된 자가 네[士農工商] 부류였는데 오늘날은 백성 된 자가 여섯 [士農工商老佛] 부류이다. 옛날의 가르치는 자는 한[儒家]가지 인데 오늘날의 가르치는 자는 세[儒佛老]가지 이다.
農之家一 而食粟之家六 工之家一 而用器之家六
농지가일 이식속지가육 공지가일 이용기지가육
농사짓는 집은 하나인데 곡식을 먹는 집은 여섯이고 공인(工人)의 집은 하나인데 물건을 쓰는 집은 여섯이며
賈之家一 而資焉之家六 奈之何民不窮且盜也
가지가일 이자언지가육 내지하민불궁차도야
장사하는 집은 하나인데 바탕을 이용하는 집은 여섯이니 어찌 백성들이 곤궁하지 않고 다시 도둑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古之時 人之害多矣 有聖人者立 然後敎之以相生養之道
고지시 인지해다의 유성인자립 연후교지이상생양지도
옛날에는 사람들의 피해가 많았음에도 성인이 있어 ‘仁義道德’ 세우고 그런 연후에 서로 살아가는 도리(道理)를 가르쳤다.
爲之君 爲之師 驅其蟲蛇禽獸 而處其中土
위지군 위지사 구기충사금수 이처기중토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과 짐승을 몰아내고 그 가운데 땅에 살게 하였다.
寒然後爲之衣 飢然後爲之食 木處而顚 土處而病也 然後爲之宮室
한연후위지의 기연후위지식 목처이전 토처이병야 연후위지궁실
추워지자 옷을 만들었고 굶주리자 음식을 마련하였으며 나무에 살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살다가 병이 나자 그런 뒤에 집을 짓게 하였다.
爲之工 以贍其器用 爲之賈 以通其有無
위지공 이섬기기용 위지가 이통기유무
짓는 법을 가르쳐주어 이로써 기물(器物)의 이용(利用)을 넉넉히 하였고 장사를 가르쳐 이로써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유통하도록 하였다.
爲之醫藥 以濟其夭死 爲之葬埋祭祀 以長其恩愛
위지의약 이제기요사 위지장매제사 이장기은애
의약(醫藥)을 마련하여 이로써 일찍 죽는 것을 구제(救濟)하고 장례와 제례를 만들어 이로써 길이 은혜와 사랑을 알게 하였고
爲之禮 以次其先後 爲之樂 以宣其湮鬱
위지예 이차기선후 위지락 이선기인울
* 鬱 : 맑힐 울
예법(禮法)을 마련하여 그 선후의 차례를 지키게 하였으며 음악을 만들어 울적함을 풀어주었다,
爲之政 以率其怠倦 爲之刑 以鋤其强梗 相欺也 爲之符璽斗斛權衡 以信之
위지정 이솔기태권 위지형 이서기강경 상기야 위지부새두곡권형 이신지
* 鋤 : 호미 서
璽 : 도장 새
斛 : 휘 곡(十斗=휘)
정치제도를 마련하여 태만함을 다스렸고 형벌을 만들어 몹쓸 짓을 다듬었다. 서로 속이니 수결과 도장, 도량형을 만들어 이로써 믿게 하였다.
相奪也 爲之城郭甲兵 以守之 害至而爲之備 患生而爲之防
상탈야 위지성곽갑병 이수지 해지이위지비 환생이위지방
서로 약탈하므로 성곽과 갑옷, 무기를 만들어 이로써 지키게 하고 피해가 이르면 방비하게 하였고 환란이 생기자 방어하게 하였다.
今其言曰 聖人不死 大盜不止 剖斗折衡 而民不爭
금기언왈 성인불사 대도불지 부두절형 이민불쟁
지금 그들의 말에 이르기를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고 말을 쪼개고 저울을 깨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게 된다.”고 한다.
嗚呼! 其亦不思而已矣 如古之無聖人 人類之滅久矣
오호! 기역불사이이의 여고지무성인 인류지멸구의
오호라! 그 또한 생각이 부족해서일 따름이다.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었더라면 인류가 멸망한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何也 無羽毛鱗介以居寒熟也 無爪牙以爭食也
하야 무우모린개이거한열야 무조아이쟁식야
무엇 때문인가? 깃털이나 털, 비늘, 껍질이 없었다면 이로써 추위와 더위를 살 수 있었겠는가? 손톱과 이빨이 없었다면 이로써 음식을 다룰 수 있었겠는가?
是故 君者出令者也 臣者行君之令 而致之民者也
시고 군자출령자야 신자행군지령 이치지민자야
이런 연고로 임금은 법령을 내는 자이고 신하는 임금의 법령을 시행하여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하는 자이다.
民者出粟米麻絲 作器皿通貨財 以事其上者也
민자출속미마사 작기명통화재 이사기상자야
백성이란 자는 곡식과 옷감을 생산해 내고 기물을 만들며 재화를 유통시켜 이로써 그것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자이다.
君不出令 則失其所以爲君 臣不行君之令 而致之民 則失其所以爲臣
군불출령 즉실기소이위군 신불행군지령 이치지민 즉실기소이위신
임금이 법령을 내지 않으면 곧 그 임금의 도리를 잃게 되고 신하가 임금의 법령이 백성에게 이르도록 시행하지 않으면 곧 신하의 도리를 잃게 되며
民不出粟米麻絲 作器皿通貨財 以事其上 則誅
민불출속미마사 작기명통화재 이사기상 즉주
* 誅 : 벨 주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생산해 내고 그릇을 만들며 재화를 유통시켜 이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면 곧 벌을 받는다.
今其法曰 必棄而君臣 去而父子 禁而相生相養之道 以求其所謂淸淨寂滅者
금기법왈 필기이군신 거이부자 금이상생상양지도 이구기소위청정적멸자
지금 그들의 법에서 이르기를 “반드시 임금과 신하를 버리고 부모와 자식을 떠나서 서로 도우며 사는 도리를 금하며 이른바 청정적멸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嗚呼! 其亦幸而出於三代之後 而不見黜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오호! 기역행이출어삼대지후 이불견출어우탕문무주공공자야
* 嗚呼 : 슬플 때나 탄식(歎息)할 때 아! 어허! 등(等)의 뜻으로 내는 소리.
黜 : 물리칠 출
아! 그들은 다행히 삼대[夏殷周] 이후에 나와서 우왕(禹王)·탕왕(湯王) ·문왕(文王)·무왕(武王)·주왕(周王)·공자(孔子)에게 배척당하지 않았다.
其亦不幸而不出於三代之前 不見正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기역불행이불출어삼대지전 불견정어우탕문무주공공자야
그들은 또한 불행하게도 삼대이전에 나오지 않아서 우왕(禹王)·탕왕(湯王) ·문왕(文王)·무왕(武王)·주왕(周王)·공자(孔子)에게 바로 잡히지 못했다.
帝之與王 其號各殊 其所以爲聖一也 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제지여왕 기호각수 기소이위성일야 하갈이동구 갈음이기식
황제와 왕은 그 호칭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의 성인된 까닭은 한가지이니
여름에는 갈옷을 입고 겨울에는 가죽옷을 입으며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먹었다.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今其言曰 曷不爲太古之無事
기사수수 기소이위지일야 금기언왈 갈불위태고지무사
* 曷 : 어찌 갈
그 일은 비록 다를지라도 그들의 지혜로운 까닭은 한가지이다. 지금 그들은 말하기를 “어찌하여 갈옷을 입는 쉬운 방법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한다.
是亦責冬之裘者 曰曷不爲葛之之易也 責飢之食者 曰曷不爲飮之之易也
시역책동지구자 왈갈부위갈지지이야 책기지식자 왈갈부위음지지이야
* 裘 : 가죽옷 구
이것은 또한 겨울에 가죽옷을 입는 자를 책망하여 말하기를 “어찌하여 갈옷을 입는 쉬운 방법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 하고
굶주려 먹는 사람을 책망하여 말하기를 “어찌하여 물을 마시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
傳曰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전왈 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 욕치기국자 선제기가
전(傳)에 이르기를 “옛날 명덕(明德)으로 천하를 밝히려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집안을 다스려야 하며
欲齊其家者 先脩其身 欲脩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욕제기가자 선수기신 욕수기신자 선정기심 욕정기심자 선성기의
그 집안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자신을 닦아야 하고, 그 자신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하며,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뜻을 성실하게 하라.”고 하였다.
然則古之所謂正心而誠意者 將以有爲也
연즉고지소위정심이성의자 장이유위야
그런즉 옛날의 이른바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은 장차 이로써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今也欲治其心 而外天下國家者 滅其天常 子焉而不父其父
금야욕치기심 이외천하국가자 멸기천상 자언이불부기부
지금은 그의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면서 천하와 국가를 외면하고 하늘의 상도(常道)를 멸하려 하는데 자식이면서 그 부모를 부모로 여기지 않고
臣焉而不君其君 民焉而不事其事
신언이불군기군 민언이불사기사
신하이면서 그 임금을 임금으로 섬기지 않으며 백성이지만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孔子之作春秋也 諸侯用夷禮 則夷之 夷而進於中國 則中國之
공자지작춘추야 제후용이예 즉이지 이이진어중국 즉중국지
공자님이 춘추(春秋)를 지을 때 제후가 오랑캐의 예법을 쓰면 오랑캐로 대우하고 오랑캐라도 중국의 예법으로 나아가면 곧 중국으로 대우하였다.
經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 詩曰 戎狄是膺 荊舒是懲
경왈 이적지유군 불여제하지망 시왈 융적시응 형서시징
* 懲 : 응징할 징
狄 : 오랑캐 적
경전에 말하기를 “동이(東夷)나 북적(北狄)에 임금이 있다 해도 제하(諸夏:중화)에 ‘임금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고,
시경에 말하기를 “서쪽 오랑캐와 북쪽 오랑캐를 치고 남쪽의 형(荊)과 서(舒)를 징벌한다.”고 하였다.
今也 擧夷狄之法 而加之先王之敎之上 幾何其不胥而爲夷也
금야 거이적지법 이가지선왕지교지상 기하기불서이위이야
* 胥 : 서로 서
지금은 오랑캐의 법을 들어 선왕의 가르침 위에 더하니 어찌 그들이 오랑캐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夫所謂先王之敎者 何也 博愛之謂仁 行而宣之之謂義 由是而之焉之謂道
부소위선왕지교자 하야 박애지위인 행이선지지위의 유시이지언지위도
이른바 선왕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널리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행(行)이 마땅한 것을 의(義)라 이르며 이를 말미암아 가는 것을 도(道)라 이르고
足乎已無待於外之謂德 其文 詩書易春秋 其法 禮樂刑政
족호기무대어외지위덕 기문 시서역춘추 기법 예악형정
자신에게 충족되어 밖에 기대지 않는 것을 덕(德)이라 이른다.
그 문(文)은 시(詩)·서(書)·역(易)·춘추(春秋)이며 그 법(法)은 예(禮)·악(樂)·형(刑)·정(政)이오.
其民 士農工賈 其位 君臣父子師友賓主昆弟夫婦 其服 麻絲 其居 宮室
기민 사농공가 기위 군신부자사우빈주곤제부부 기복 마사 기거 궁실
그 백성으로는 사(士)·농(農)·공(工)· 가(賈)이며, 그 위계(位階)는 군(君)·신(臣)·부(父)·자(子)·사(師)·우(友)·빈(賓)·주(主)·곤(昆)·제(弟)·
부(夫)·부(婦)이고, 그 옷은 삼베와 명주 이고 그 거처는 궁(宮)이나 집이며
其食 粟米蔬果魚肉 其爲道易明 其爲敎易行也
기식 속미소과어육 기위도이명 기위교이행야
그 음식으로는 속(粟)·미(米)·소(蔬)·과(果)· 어(魚)·육(肉)이다. 그들의 도리는 명백하여 알기 쉽고 그들의 가르침은 행하기 쉽다.
是故 以之爲已 則順而從 以之爲人 則愛而公
시고 이지위이 즉순이종 이지위인 즉애이공
이런 연고로 이로써 자기를 다스리면 순조롭게 따를 것이요. 이로써 남을 다스리면 곧 사랑하고 공평해지며
以之爲心 則和而平 以之爲天下國家 無所處而不當
이지위심 즉화이평 이지위천하국가 무소처이불당
이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곧 화합되고 태평해지며 이것으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면 곳마다 합당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된다.
是故 生則得其情 死則盡其常 郊焉而天神假 廟焉而人鬼饗
시고 생즉득기정 사즉진기상 교언이천신가 묘언이인귀향
이런 연고로 살아 있을 때 그 성정을 얻어야 하고, 죽으면 그 상도(常道)를 다해야 하니, 교제(郊祭)에는 천신(天神)에 이르고, 종묘(宗廟) 제사에는 귀신이 흠향한다.
曰 斯道也 何道也 曰 斯吾所謂道也 非向所謂老與佛之道也
왈 사도야 하도야 왈 사오소위도야 비향소위노여불지도야
이르자면 “이 도(道)라는 것이 무슨 도(道)인가?” 이르자면 “이것은 내가 이르는 바의 도(道)요. 이른바 노자나 불가의 도로 향하려는 것은 아니다.”
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周公
요이시전지순 순이시전지우 우이시전지탕 탕이시전지문무주공
요임금은 이것을 순임금에게 전하고 순임금은 이것을 우임금에게 전했으며 우임금은 이것을 탕왕에게 전하고 탕왕은 이것을 문왕 무왕 주공에게 전했으며
文武周公 傳之孔子 孔子傳之孟軻 軻之死 不得其傳焉
문무주공 전지공자 공자전지맹가 가지사 불득기전언
* 軻 : 굴대 가
문왕 무왕 주공은 그것을 공자에게 전하고 공자는 이것을 맹가에게 전했는데 맹가가 죽자 이것이 전해지지 않게 되었다.
荀與揚也 擇焉而不精 語焉而不詳 由周公而上 上而爲君
순여양야 택언이불정 어언이불상 유주공이상 상이위군
* 荀 : 풀이름 순
순자와 양웅은 선택하기는 하였으나 정밀하지 못하였고 말을 하였으나 상세하지 못했다. 주공(周公) 위까지는 위에서 임금이 ‘도(道)를’ 위해서
故 其事行 由周公而下 下而爲臣 故 其說長 然則如之何而可也
고 기사행 유주공이하 하이위신 고 기설장 연즉여지하이가야
그러므로 그 일이 시행되었으며 주공 이후 사람들은 아래에서 신하가 ‘도(道)를’ 위해서 그러므로 그 ‘도(道)에 대한’ 설(說:경(經)과 서(書))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런즉 어찌해야 ‘도(道)를 위해서’ 옳겠는가?
曰 不塞不流 不止不行
왈 불새불류 부지불행
이르기를 ‘老子와 佛家를’ 막지 않으면 ‘儒家의 道가’ 유전(流傳)되지 못하고
‘老子와 佛家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儒家의 道가’ 행(行)해지지 않는다.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 以道之 鰥寡孤獨廢疾者 有養也
인기인 화기서 여기거 명선왕지도 이도지 환과고독폐질자 유양야
* 鰥 : 홀아비 환
그 사람들을 보통사람으로 만들려면 그들의 책을 불사르고 그들의 거처를 집에서 살도록 하고, 선왕[요(堯)·순(舜)·우(禹)·탕(湯)·문왕(文王)·무왕(武王)·주공(周公)·공자(孔子)]의 도를 밝혀 이로써 도를 지키면 홀아비와 과부, 고아, 늙어서 자식이 없는 독신자, 폐인이나 병자를 요양(療養)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其亦庶乎其可也
기역서호기가야
그렇게 하면 또한 거의 ‘이룰 것이니’ 그리해야 옳으리라. <끝>
<한글 해설문>
여기의 한글 해설문은 한조(寒照) 신흥식(申興植)선생의 글을 옮겨왔다. 한조 선생은 道家의 무위사상과 儒家의 도덕이념을 거쳐 佛家의 선(禪)사상에 흠뻑 빠져 평생 공부해 온 분으로서 현재 유마강원(維摩講院)을 운영하고 있다.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법구경(法句經), 채근담(採根譚), 직지(直指) 등 여러 종의 역서를 갖고 있다.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