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새로운 뮤지션, 선미
지금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새로운 뮤지션, 선미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엘르> 12월호에서 꼽은 ‘2017년 최애송’ 중 하나가 ‘가시나’였어요. 흡인력 강한 무대가 가장 큰 이유였죠
그 기사 봤어요! 정말 기뻤어요.
그런 면에서 연말에 선보인 엄정화와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굉장히 상징적이었어요. 음악을 연기할 줄 아는 두 디바의 만남이었으니까요
무대에서는 물론 정화 언니의 말이나 행동에서도 참 많이 배웠어요. 특히 언니가 사인 CD 주시면서 ‘선미야. 언제나 응원할게’라고 적어주셨는데 그 짧은 말이 남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저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신 분에게 인정받은 느낌이고 계속 “선미야. 진짜 잘하고 있어”라고 다독여주셔서 되게 뭉클했어요.
앨범 준비나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나요
항상 의심해요. 어쨌거나 저는 대중가수고 내 시선이 모두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죠. 최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고 고칠 건 고쳐요.
이해 가능하면서도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음악을 만드는 건 대중가수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이죠. ‘가시나’는 물론 새로운 싱글 ‘주인공’에서 그런 균형감각이 돋보여요
저는 ‘주인공’을 ‘발라드인 척하는 댄스곡’이라고 표현해요. 우리나라에선 발라드 곡이 차트 순위가 압도적으로 높잖아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들이 음원 쪽으로는 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물론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건 ‘보는’ 음악이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듣는’ 즐거움 그 자체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어요. 음악적으로 ‘가시나’와는 다른 선미를 보여주고 싶었고요.
‘가시나’가 워낙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그 무게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항상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허무하기도 해요. 지금은 신선하게 봐주지만 언젠가는 다들 지겹다고 느낄 날이 올 거예요. 그 ‘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할 뿐이죠.
‘가시나’를 통해 “쟤 저런 것도 할 줄 알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했어요. ‘주인공’으로는 어떤 피드백을 듣고 싶나요
최근에 읽은 댓글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게 있어요. ‘선미라는 장르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마음을 파고들었어요.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여자 솔로 가수들이 등장하면 ‘제2의 엄정화’ ‘제2의 이효리’ 같은 수식어가 붙잖아요. 저는 그냥 ‘선미’라는 이름으로 각인됐으면 좋겠어요. 이건 ‘주인공’뿐 아니라 제 커리어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예요.
‘주인공’에서 프로듀서 테디와 공동 작사를 맡았어요. 티저만 보면 ‘주인공’이란 노래의 화자를 뜻하는 것 같지만 정작 가사에선 “진짜 주인공은 너였어”라고 말하죠. 아주 당당하고 독한 눈빛으로요
물론 관계의 주도권을 쥔 건 상대방 남자 쪽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참한 여자의 노래는 아니에요. ‘그저 하던 대로 해! 그게 악역이라도 나를 슬프게 해도 넌 너여야만 해’라는 가사 뒤에 ‘The show must go on’이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 구절은 저를 위한 말이에요. 비록 우리 연애의 주인공은 너고 그게 나를 슬프게 만들지만 ‘넌 그냥 하던 대로 해. 나 역시 나대로 할 거야’ 이러면서 춤추고 제 쇼를 시작하는 거죠.
한 마디로 ‘을 같지 않은 을의 연애담’인데 혹시 경험을 녹여낸 건가요
제 경험은 아니고 영화 <나인 하프 위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굉장히 평범한 여자가 치명적인 남자를 만나 갑자기 모든 일상에 소용돌이가 치다가 결국엔 먼저 떠나는 이야기잖아요. 그 영화를 상상하면서 ‘내 몸이 확, 머리가 휙’ ‘넌 나를 춤추게 하고 술 없이 취하게 해’ 같은 가사를 썼죠.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느낌이 강해요.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신은 미리 짜인 안무가 아닌 것 같아서 더욱 그랬어요
파란색 드레스와 반짝이 의상을 입고 추는 춤은 모두 즉흥 댄스였어요. 음악이 나오면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웃긴 동작도 서슴없이 하죠. 그러다 보면 하나쯤은 걸리기 마련이에요.
오늘 화보 현장에서도 카메라 앞에서 자동적으로 ‘막춤’이 나오더군요
원래 ‘방목형’이 잘 맞아요. 이를테면 시안처럼 포즈 취해달라거나 모든 게 세팅돼 있으면 오히려 잘 안 되는 타입이에요. 저랑 오래 작업한 분들은 저를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세요. 그럼 저는 그냥 노는 거예요.
노래와 춤, 작사, 비주얼 등 다양한 재주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건 뭔가요
뭘까요(웃음)? 아무래도 자신을 잘 아는 거? 특출나게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지는 못해도 잘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을 잘 아는 타입이 많은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요. 어떤 게 잘 어울리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해서는 안 되는 걸 하나만 털어놓는다면
되게 많은 데…. 제가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이 아니라 몸으로 섹시함을 드러내려 하면 안 돼요. 특히 애매하게 노출하면 뭐랄까, 좀 애쓰는 느낌인 것 같아요(웃음).
평소 운명을 믿는다는데 사랑도 그런가요
운명적인 상대가 있다고 믿어요. 사실 모든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는 것도 운명인 거죠. 운명론자답게 별자리를 무척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요. 전 AB형 황소자리인데 혈액형보다 별자리를 신뢰하는 편이에요.
황소자리의 몇 가지 특징을 준비해 봤어요.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고난도 꾹 참고 전진한다. 고집이 세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다’
앞의 두 가지는 정말 딱 저예요. 하지만 무리한 고집을 부리는 편도 아니고 느긋하지도 않아요. 벌써부터 ‘주인공’ 다음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걸요.
마지막 특징은 ‘미학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감각도 뛰어나다’는 거예요
박진영 PD님, 테디 프로듀서님 모두 저에게 똑같이 해주는 말이 감각이 좋다는 거예요. 멋진 걸 아는 촉이 정말 중요한데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거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니까 엄청 민망하네요(웃음).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보는 채널 같은 게 있나요
아무도 모르는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가지고 있어요.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매거진 등을 잔뜩 팔로잉하고 틈날 때마다 보면서 공부해요.
추천해 줄 만한 계정 세 개를 말해준다면요
1980년대 광고 이미지와 필름이 많이 올라오는 @neontalk, 스페인 디자인 브랜드 @moannedesign, 비디오 디렉터이자 포토그래퍼인 페트라 콜린스의 피드 @petracollins. 모두 컬러플한 비주얼을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 @miyayeah에 간혹 업데이트되는 개인 소장품들을 보면 온통 꽃무늬더군요
방 커튼과 침대 이불도 그렇고 전에 쓰던 폰 케이스도 꽃무늬였어요 (웃음). 꽃무늬를 보면 여성미가 막 피어 오르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요.
만약 피사체가 아니라 사진가로서 화보를 찍는다면 누구를, 어떻게 찍고 싶나요
평소 인물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우리 멤버를 자주 찍어요. 스냅샷처럼 순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걸 좋아하지만 화보를 찍어야 한다면… 마동석 선배님 같은 정말 남성적인 사람을 아주 여성스러운 공간에서 찍어보고 싶어요.
선미 씨 방에서 찍으면 되겠네요
진짜 그렇네요! “거기 꽃무늬 소파 위에 앉아보세요!” 이러면서(웃음). 실력은 한참 멀었지만 분명 재미있을 것 같아요.
출처 : 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