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김명주 옮김. 서울: 김영사, 2017(2015). 618쪽. 22,000원
요즘 시대에 왜 전도가 안 될까? 기성세대와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과 왜 대화가 안 될까? 부모와 자식 간에 왜 다툼이 잦을까? 이 책을 마지막 쪽까지 읽을 때 퍼뜩 들었던 생각들이다. 대답은 현재 세상을 주도하는 흐름과 가치관과 정신을 기성세대가 모르고, 교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가 내린 답이다. 교회는 세상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위치한 세상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채, 사람들과 전혀 대화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상대방에게 듣고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라고만 요구한다. 여기에 현대 교회의 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는 전 편 [사피엔스]에 이어 20세기와 21세기의 변화 과정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 [사피엔스]가 7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진화되어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현재의 인간으로 발전한 인간 문제를 다뤘다면,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인 굶주림, 전염병, 전쟁의 문제를 극복하고 인간의 불멸, 행복, 신성함에 대한 바람과 추구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생물학, 의학, 과학 등의 발전으로 인간은 이전 시대에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얻기 위해 신에게 구하고 삶을 전적으로 신에게 의존해오던 것을 자신이 이룩했다. 이로 인해,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다. 소위 인본주의다. 저자 하라리는 이런 발전을 이룩한 인간을 세계를 정복한 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 이, 그러고 나서 지배력을 잃어버린 이 등으로 묘사한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어쩌면 불멸을 쟁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확신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실현 가능하기에는 여전히 요원한 거리에 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인간이 수확한 것이 있다. 인간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아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막강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스스로 신이 되어가는 인간이다.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객관적인 자아가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가공의 존재를 현실화된 존재로 착각하면서 산다. 오히려 이 가공의 자아가 현실의 자아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그 영향이 막강하다. 우선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라는 것이 드러나고,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무기체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지배한다고 생각한 세상이 오히려 본인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등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이 만든 무수한 양의 정보, 즉 데이터라고 판단한다. 서로 편하자고 각자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집중시키고 그것을 공유함으로 삶에 편의를 추구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인간은 그가 만든 정보를 지배하지 않고 오히려 이 데이터에 영향을 받아 삶의 세부적인 것까지 그 데이터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한 마디로 인간의 자기의지가 없어져버렸다. 피부에 와 닿는 비근하게, 우리는 모든 생활에서 스마트폰에 영향을 받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여러 선택지에서 하나를 스마트폰의 정보에 의해 결정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만들었고, 사물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삶을 편리하게 하려고 인간이 만든 그 데이터에 인간은 어떤 것을 결정할 때마다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은근슬쩍 데이터교라는 신흥종교가 탄생해버렸다. 스스로 신이 되었다는 인간이 오히려 데이터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잠시 가졌던 지배력을 잃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낸 빅 데이터는 상황마다 사람들을 안내하고 지시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한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알고리즘”이라고. 알고리즘은 어떤 결과에 이르게 하는 과정인데, 우리는 이제 삶의 깊숙한 곳에 파고든 알고리즘을 종교의 신의 명령보다 더 신뢰하고 의존한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바로 이 알고리즘 원리에 의해 작용하는 길 안내를 받고 있는 것이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실례다. 이뿐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은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우리 가까이 와 있어 매일,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인간의 다양한 업적들이 이제 우리에게 신으로 군림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것을 믿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호모 사피엔스가 이 위치까지 와 있는 현실을 역사학자로서 알려줄 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멀지 않아 미래는 틀림없이 기계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SF영화의 스토리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는 말이다. 걱정하지는 말라. 저자는 이렇게 되려면 최소 100년은 지나야 초기 단계에 돌임하는 것이니.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어차피 도래한다면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어떻게 세상의 도전에 직면할 것인가? 책을 읽으면, 우리가 처한 현대사회가 성경에서 알게 된 사회와 사뭇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혹시 독자들 중에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말씀이 선포되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현실 감각을 갖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정신이 버쩍 들게 하는 책이다. 앞에 앉아 당신의 설교를 듣고 있는 신자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목사님의 그 도덕적인 설교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먼 세상의 이야기예요. 제발 사실과 도덕을 구분 좀 하세요.' 설교자의 고민이 심화될 것 같다. 성경 말씀의 뜻도 헤아려 설명하는 것도 벅찬데, 현실을 잘 읽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니 말이다. 우선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