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시계의 추억 ~
박정석
지질이도 가난했다.
때로는 집을 나가고 싶을 만큼이나 ~
초등학교 3학년인 나는 체력이 선천적으로 약한 아버지를 도와 늘 들일을 도왔다.
때로는 늦게 일하고 돌아오시는 부모님을 위해서 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준비하며 기다렸다.
저녁밥을 먹은 후 아버지는 폐결핵의 허약한 몸으로 떨어지지않는 담을 방문열어 어둠 속 마당으로 가레침을 뱉곤하셨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당신이 가지신 작은 지식을 전해 주시기 위해 몸을 가다듬어 자식들에겐 삼강오륜과 여러 한학을 가르치셨다.
매일 새벽은 가족이 함께 정성을 드리는 냉수 목욕을 반복하며 졸음 속에서도 하나님의 세계가 하루속히 이루어질 것을 빌고 가족의 행복한 미래도 빌고 비는 나날들 이었다.
그렇게 시대적 가난 속에 가장의 체력은 경제력이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가난했던 우리 가족에게 아름답게 향기를 꽃피운 날이 있었다.
날이 밝아오면 아침이고 어두워지면 저녁이던 시간 개념이 없던 시절.
여러 친구집들에는 있었지만, 거북이처럼 뒤늦게 어느날 우리집에 재산 목록 1호가 될 어마어마한 것이 들어왔다.
친구집에서 본 그 묵직한 추가 달린 놈
똑딱 똑딱~★ 땡 땡 땡 ~★
시간이 되면 종도 쳐주는 벽시계 !!!
우리도 부자가 된 걸까 ?
어린 초딩은 머리가 혼란스러 웠다.
아직도 초가삼간과 다른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
가난한 집에 식구로 들어온 벽시계는 귀한 대접을 받기에 충분한 귀인이었다
벽시계가 들어있는 박스를 가족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심스럽게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자랑스럽게 존경 스러워하는 어머니,형님,나 이렇게 세가족의 시선을 받고 계심을 의식했다.
내심 기뻐하면서도 가난한 선비의 그 자존감있는 모습으로 점잖한 표정을 잃지 않으시며 포장을 뜯는다.
겉박스가 뜯기고 안에 뒤집어 쒸어진 비닐도 조심스레 벗겨진 벽시계는 충분히 우리 식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존귀함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간을 가르키는 1~12 까지 멋지게 디자인된 글씨가 있었다. 중간에는 태엽을 감아 밥을 떠 먹여줘야 하는 멋지게만 보이는 금색의 태엽 구멍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버지의 설명으로 봐서 저놈은 우리 집안의 경제력과는 상관 없이 나 초딩의 능력으로도 매일 밥을 떠 먹여 주며 살릴 수 있는 구조였다.
벽시계 그분은 드디어 일어나셨다.
근엄 하시기도 하여라.
당시 라디오는 있었지만 우리 집에도 오늘부터 확인하고 싶을때 언제나 확인이 가능한 시간이란 개념이 들어오는 굉장한 날이었다.
가히 가문에 영광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어린 초딩에게는 오래 기억 될 기쁜날 이었다.
다음은 그 귀한 분의 거처하실곳을 찾는 일이었다.
그분께서는 겸손하시어 특별히 어디에 거하고 싶다라고 말씀을 아니 하셨다.
아버지는 초가삼간의 큰방에서도 제일 상석의 넓게 비어있는 제사상이 놓이는 자리의 위 벽쪽에 경험상 명당 자리임을 직감하시고 자리를 결정하신듯 나에게 못과 망치를 가져오시라 명하시었다. 어머니는 벽면을 몇번이나 조심스럽게 걸레로 여러번을 접으며 깨끗이 닦으셨다.
재산 목록 1호 다운 가히 부러운 대접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가져온 못과 망치로 벽면에 튼튼히 쾅쾅 못을 박았다.
정성도 깊이깊이 쾅쾅 박았다.
가장의 뿌듯함도 잘보이게 쾅쾅 박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이 함께 벽시계 뒷면에 뚫린 구멍을 조심스레 확인하고 긴장하며 튼튼하게 박아 놓은 못에 걸었다
폐결핵으로 어릴때부터 바짝 야위신 아버지 얼굴 이었지만 재산목록 1호의 탄생으로 가장의 권위가 한층 올라간듯 이때만은 가난한 선비의 냉정함을 잃으시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신다.
언제나 헌신적이고 왕체력 어머님은 지난 고생은 다 잊고 마치 시집 잘 온 듯 빙그레 입가의 꼬리가 올라간다.
모든 가족이 마치 빌딩을 지어서 완공식의 테이프를 끊는 듯한 장면과도 같았다.
나는 지금 아들에게
‘너희들이 가난을 알어 ?’ 라고 물어보고 싶다.
웃겠지 ㆍㆍㆍ 아버지 머리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옛날이야기를 하신다고 ~ 세대차가 난다고 ㆍㆍㆍ
인류가 문명이라고 이름 지으며 처음으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몇천년 전의 문자를 해독하고 있던 학자들을 놀라게한 내용이 있었다. 내용인즉 ~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 ~ 세대차가 난다 ~ 는 문헌이 발견된것이다.
우리는 아들들에게 뒤에서 쑥덕거리는 잘 들리지 않는 핀잔을 듣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머슥해 하면서도 인류는 영원히 이러한 세대차가 반복 존재할 것임을 혼자 아는듯, 미래학자 인듯, 명석한 듯이 쓴 웃음을 지어 본다.
똑딱 똑딱~★
아침부터 저녁까지
땡 땡 땡 ~★
시간마다 큰 소리로 울려준다
당시에는 그 투박한 울림이 마치 우리집의 레벨을 한층 더 끌어 올려준 자긍심의 울림이라 여겼기에 그 소리는 가히 봄의 왈츠 보다도 아름답게 들리었고, 그 어느 행진곡보다 신이나고 힘차고 자랑스럽게 들렸다.
밤에 잠자기 전 쳐다 보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깨끗이 닦아 보며 조상님 영전 사진 쳐다 보듯 경건한 마음으로 그 어린 초딩은 쳐다 보았다.
우리집 재산목록 1호가 오신후 다음날도 농경사회의 가난한 농부 가족은 어김없이 들판을 향해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 얼굴에 근심이 보였다.
오늘 끼니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한 근심이 아니셨다. 물론 아들의 학업에 대한 근심은 더더욱 아니었다.
벽시계님 이셨다.
어떻게 맞이한 저 귀한 재산목록 1호를 벽에 덩그러니 걸어 놓고 될 대로 되라는 듯 모른척 들에가서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 긴장이 흘렀다.
아버지 입에서 결심을 하신듯한 무거운 입술이 떨리며 움직였다.
“정석아 ! 장농안 정리해라”
물론 도둑넘이 들어오면 장롱안도 점검을 하시고 가겠지만 우리집에 그분이 오신후 오늘의 첫 들판으로의 외출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신중한 선택에 우리 가족은 납득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그 옥체를 두사람이 잡으며 벽에서 내려 놓았다.
벽시계의 문을 열고 내것보다 열배는 큼지막한 불알을 조심스럽게 벗긴다.
그 귀하신 시계 불알은 2세를 위해서도 더 조심스럽게 헝겁에 싸서 구석에 모셔놓고 장농속 옷들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지들의 안식처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지금 이 비상사태에 자기들 자리라고 땡깡을 부릴 수 있단말인가 어명이 떨어졌다.
“비켜라”
“예~ 이~” ㅋㅋ
말끔히 옷들은 밖으로 나왔고 1호 어른께서는 편히 우리 아랫것들이 노동을 하고 돌아 올 동안 쉬시라고 뉘어드렸다.
아버지는 그 옥체 위에 군대도 갔다오지 않으셨던 머리로 옷으로 멋지게 그 화려한 광채가 새 나오지 않게 위장술로
덮으셨다.
북한의 레이더도 결코 알아 차리지 못하게 ~ 흐믓한 웃음을 지으신 부모님은 그날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 들판으로 향하면서도 슬며시 장농의 문을 돌아보며 불안과 안도가 교차하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떠나셨던 그날이 지금에 와서 되살아난다
감사합니다.
용서하세요.
지천명이 되고서도 부모님의 은혜를 머리로만 알고, 홀로계신 어머니께 효자의 모습을 보이지 못함에 부끄러워 합니다.
다시한번 자식의 모습을 돌아보며 효라는 이름을 되새기는 자식이 되길을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