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가족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閑山大捷)을 소재로
촬영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감상하였다.
이 영화는 몇일 전인 7월 27일에 개봉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개봉하기 전부터 간간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던 나는 많은
관심을 갖고 이 영화 상영을 기다려 온 사람이다. 기다리던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런 저런 기대감을 갖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이 원체 유명한 분이시고, 영화의 소재(素材)가 되는 한산해전도
역시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연스레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나는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감상하였다. 이에 대한 나의 소감을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먼저 스토리 구성에 대한 소견(所見)이다.
조선 수군의 모습과 주인공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보며, 거북선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서 이를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띄는 데, 그 내용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거북선에 대한 이러한 접근이 영화의 극적 효과는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거북선의 운용과 기능에 대한 고증과 이를 통한 확인이 좀
미흡하다는 판단이 들어 아쉬웠다.
다음은 견내량에 정박하고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엿보는 왜 수군의 정황을
우리 수군 특히, 이순신 장군께 상세히 제보한 '김천손(金千孫)'이란 실제 인물을
엉뚱한 사람으로 대치(代置)시킨 것은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명백한 사실의
왜곡이라고 본다.
셋째로 광양현감 어영담 공의 눈부신 활약상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이 영화
에서의 역할은 많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1차와 2차 해전을 치른 우리
조선 수군은 3차 해전인 한산 해전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서 기라성같은
휘하 참모들의 역할이 눈부셨다.
특히, 순천부사 권준, 방답첨사 이순신, 녹도만호 정운 장군을 비롯한 스타(star)급
장졸들이 사력(死力)을 다한 전투였는데, 이러한 분들의 역할에 대해 거두절미로
생략하고 오직 어영담 장군만 집중하여 내세운 것은 한산해전의 가치를 축소하는
단견(短見)이 아닐까 하는 우려감 마저 든다.
넷째로 와키자까를 비롯한 왜 수군측의 입장이나 정황 소개는 비교적 무난하다고
보이나,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小早川隆景) 군단의 육전 협공과 이에 맞서는 조선군
전투 상황, 이에 투입된 왜 항군(降軍) 출신인 준사(俊沙)의 활약 장면이 영화에 마치
한폭의 삽화처럼 끼어들었는데 이 점도 좀 아쉬웠다.
아마도 이전 영화 명량전투에서의 준사의 활약상을 의식해서 좀 안일하게 스토리
구성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다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에 대한 소견이다.
먼저, 배역을 맡아 열연한 박해일(이순신 역), 변요한(와키자카 역), 안성기(어영담 역)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과 출연진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모두들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표현
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진중함과 침착함을 차분하게 연기한 '박해일'
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난이도가 높은 해전 장면 촬영은 위험요소가 많은 부분인데, 치열한 전투 장면과 학익진
전투의 묘미를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현장에서의
영상제작의 고충과 어려움을 다소나마 이해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출연자들과 여러 스탶
들의 노고가 깊이 느껴졌다. 해당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영화를 감독한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하여 이미 이름을 떨친 유명(有名) 감독이다.
지난 2014년 7월 하순에 개봉했던 영화 '명량'은 그 후로 1,700만이 넘는 관객 동원으로
공전(空前)의 대기록을 우리 영화사에 남긴 분이다.
그러기에 차후에 '이순신시리즈'로 제작하여 완성하겠다는 후속 영화 '노량'은 그 동안에
축적된 기량과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완성도(完成度) 높은 명품(名品)
영화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
어쨋던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내 맘은 그리 유쾌하지 못하였고, 발걸음도 가볍지가
않았음을 감상기(鑑賞記)의 마지막 소감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