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우음차고운(秋夜偶吟次古韻) - 가을밤에 언뜻 떠올라 옛 시에 차운하여 읊다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조선 중기의 문신·시조작가. 자: 약이(約而). 호: 고산(孤山)·해옹(海翁). 정철·박인로와 더불어 조선 3대 시가인의 한 사람. 호조좌랑·세자시강원문학 역임.
당쟁을 피해 1635년 고향에 은거. 세상을 등질 결심을 하고 제주도로 향해 가던 중 보길도의 경치를 보고 반해 부용동이라 이름하고 시·가·무를 즐기며 살았다. 인조와 효종이 여러 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모두 사양하였다. 그가 남긴 시조 75수는 국문학사상 시조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진다. 시문집으로 《고산유고》가 있으며, 숙종 때 이조판서에 추증.
秋夜疏篁動曉風 추야소황동효풍
一輪明月掛遙空 일륜명월괘요공
幽人無限滄浪趣 유인무한창랑취
只在瑤琴數曲中 지재요금수곡중
가을밤 성긴 대숲에 새벽바람 불어오고
둥근 달은 먼 하늘에 걸려 있네.
고요한 곳에 사는 사람은 끝없는 푸른 물결의 흥취에
다만 옥 거문고로 몇 곡조 퉁겨 볼 뿐이라네
소황(疎篁): 성긴 대숲
일륜(一輪): 한 잎 달. 둥근 달
유인(幽人): 고요한 곳에 사는 사람
지재(只在): 오직 ~에 있을 뿐
요금(瑤琴): 옥으로 만든 거문고
고요한 가을밤,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밝게 빛나는 달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유유자적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취를 거문고 연주에 담아 표현하고 있으며,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