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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순씨(65, 청산면 지전리) |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간이 주는 훈훈한 온기를 느껴 본 지가 언제인지 아련합니다.
줄어만 가는 인구에 장사하는 이들의 표정이
어둡고 농민들은 한미FTA 소식에 눈물 흘립니다. 직장인들 역시 새해에도 회사가 불경기를 버텨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밝은 얼굴로 '괜찮아! 잘 될 꺼야!'를 외치며 우리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쌉니다.
생각해보면 힘들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고단해도 국밥 한 그릇 함께 먹고 힘내자는 바로 그들, 우리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을 마무리하며 봉사를 곧 삶으로 여기며 옥천의 그늘진 곳을 어루만지는 우리 이웃을 만나보았습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당신이 바로 옥천의 희망입니다.
강명순(65.청산면 지전리 새마을부녀회장).
청산면에서 가장 큰 마을 지전리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 맞다. 청산으로 시집와서 농협부녀회장으로 지전리 마을 일을 보기 시작해 올해 22년째 최장수 새마을부녀회장을 기록 중인 그녀는 마을에서 부녀회장만 올해로 30년차다.
"아이구 인제 그만 둘꺼여. 무릎 수술하고 부터는 일을 못하겠네. 지전리가 그래도 4백호나 되니까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되거든요. 이렇게 아파서 몸이 안 따라주면 못해. 30년 했으면 많이 했잖아요."
허허 웃는 그녀의 눈에 살짝 눈물이 비친다. 자신 스스로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는 새마을부녀회장 일인데 무슨 회한이 남아서일까.
"새마을부녀회일이란 것이 단순하게 보자면 사람들 모인 곳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빠지지 않게 챙기는거에요. 어버이날이든, 옥천군행사든, 자기 일 바쁜 동네사람들이 시간 내서 모인 자리에 속 든든하게 챙겨주고, 힘 북돋아 주는 거요. 그걸 보는 기분이 얼마나 즐겁고 좋은데요. 안 해 본 사람은 절대로 몰라요."
봉사활동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그녀 역시 남들보다 나은 여유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견디기 힘들만큼 어려웠던 순간 그녀를 지탱해준 것이 바로 봉사의 힘이었다.
"그래도 살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8년 전 남편이 빚보증 잘못서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남편이 충격으로 세상을 떴을 때처럼 힘든 시절이 없었지요. 텔레비전에서 보던 법원에도 가보고, 정말 끔찍한 시기가 오니까 이웃들 힘으로 버티고 살게 되더라고요. 그때 깊이 깨달았죠. 내가 봉사로 누굴 돕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원래 서로 돕고 사는 인생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그녀는 항상 즐겁다. 자신의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도 4백호 가까운 큰 마을에서 좋은 사람, 싫은 사람 구별함이 없이 마을 일이라면 팔을 걷고 나서게 만드는 부녀회장이란 자리가 그녀에겐 더없이 고맙기 때문이다.
"인심이라고 하잖아요. 넉넉한 마음. 없이 살아도 사람이 늘 넉넉해야 마을도 살기 좋아지고 지역도 살기 좋아지잖아요. 그런데 요즘 그 인심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아요. 물론 다 내 생활이 제일 바쁘고 힘들죠. 그렇다고 동네사람 모인 자리에 따뜻한 밥 한 그릇 내놓는 부녀회까지 없어지면 그땐 정말로 인심이란 것이 사라지지 않겠어요? 내가 새마을부녀회장일을 그만두더라도, 누군가는 그 일을 이어가리라 믿고 있어요. 해보면 누구라도 폭 빠질 만큼 보람 있으니까요." |
첫댓글 군내에서는 옥천읍場과 더불어 청산장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면지역 마지막 장이기도 하구요.
고향하면은 그래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오일장이었습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사람의 정을
느끼며 아늑한 동심의 세계에서 꿈을 꾸고 낭만을 찾던 곳인데~~
그런 청산장이 세월의 부침과 함께 옛 영화를 뒤로 하고 쇠락의 길을 걷나 봅니다.
"아~~ 고향청산장아 ! 榮과枯, 盛과衰, 상전벽해와 같은 덧없는 인간사를 왜 너마져 따라하려느냐 ?"
그러게..가끔 청산 장터에 가면 정겹고 참 좋았는데....
시골 인심이 메말라 가는듯 해서 안타깝네여...
그리고, 나두 부녀회장을 해봤지만 정말 희생 그 차체입니다,
부녀회 자체가 보람도 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