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낙찰받은 집을 방문해서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사날짜 등을 협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임차보증금을 전부 배당받는 임차인이라면 이사날짜를 협의하기가 쉬었다. 그러나 집주인이거나 특히 보증금을 일부만 받거나, 보증금을 전혀 배당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을 때는 협상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입찰을 하기전 임차인이 배당신청을 했는가, 했다면 배당금을 얼마나 받아갈 수 있는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체적으로 현 거주자가 이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이사비용을 일부 지급해준다. 거주자가 이사를 하지 않을경우 명도 집행을 신청해서 강제 집행을 해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늦어지고, 일도 어려워 강제집행 비용 정도에서 이사비용을 책정 거주자들과 협상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격이 다 다르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 달라 낙찰받은 후 이사를 협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빌라를 방문한 3일 후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에 찾아갔던 매수인입니다. 남편분과 이야길 해보셨나요?" "예, 저희도 이사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3개월 시간을 주시면 좋겠네요" 이사일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손해였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보통 대출을 끼고 산다. 이걸 레버러지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지렛대효과" 부동산은투자되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파트를 서너개 사면 본인이 가지고있는 자금이 금새 바닥이 나고 만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것이다. 나는 물론 퇴직금을 받아 여유자금이 있었다. 처음 빌라는 내 자본으로 모두 대금을 지급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은행대출을 50%정도 받아 대금을 지급했다. 대금지급기일은 낙찰 후 약 1개월 내로 잡힌다. 잔금을 대출을 받아 지급하면 그 다음날부터 대출금이자가 쌓이게 된다. 그러니 이사날짜를 너무 길게 잡아 주면 이자비용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것이다. 처음엔 잘 몰라 C에게 물어봤다. "아시날짜를 3개월 달라고 하는데요" "3개월은 너무 길어요 먼저 1개월 주시겠다고 하시고 2개월정도에서 끝내는걸로 하세요" 나는 전화를 걸어 "2개월만 시간을 드리겟다고 했다" 그러면 이사비용을 달라고 했다. 나는 이사비용을 1백만원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협의는 끝났다. 내가 이사비용을 1백만원 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이 무슨 돈이 많아서 이사비용을 백만원 씩이나 주냐고 했다. 그러나 임차인들은 나보다는 돈이 적었고, 실랑이를 하느니 원하는 금액을 주는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거주자가 이사를 한 후 도배, 장판을 새로하고 손볼대가 있으면 깨끗하게 손을 보았다. 그리고 부동산에 물건을 내놓았다. 잔금을 내고 약6개월 정도 지나 나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약 5백만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처음 경매로 낙찰을 받은 후 두달에 1~2건 정도 낙찰을 받았다. 주로 아파트에 입찰을 했다. 그 당시 주안 주공아파트 15평은 약 5천만원 있었고 경매로 낙찰받으려면 2천~3천만원 이면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경매법정으로 출근을 했다. 경매법정에서 입찰에 참여하고, 다음 물건의 가격을 알아보러 물건지 인근 부동산을 임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C가 알고있던 경매업자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김법무사사무실에 본부를 두고 법원을 왕래했다. 법무사사무실에 본부를 두면 여러가지가 편했다. 혹 법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부분이 있으면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입찰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지면 그 법무사에 의뢰를 했다. 소유권이전, 명도소송등을 전부 김법무사사무실에 의뢰해서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매일을 하던 사람들끼리 알게모르게 경쟁자가 되었다. 경매물건은 한정적이고 좋은 물건에 입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같은 사무실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붉힐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늦게 참여한 나는 좋은 물건을 입찰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법적으로 약간 혼동이 되는, 권리분석이 어려운 물건들에 괸심을 가지게 되었다.잘만 파악하면 일반적인 물건보다 투자이익이 더 크게 나오는 물건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경매일을 하면서 항상 꺼름직한 기분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상황이 안좋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해야 할까?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경매로 부동산을 구입할 것이다. 또한 경매에 나온 부동산들을 아무도 구입하지 않는다면 은행 또는 채권자들은 빚을 받을수 있는 길이 없게 된다. 경매는 경제생활이 돌아가는 최후방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럴때면 이건 그냥 일일뿐이야 라고 생각을 다졌다. 그래도 낙찰을 받은 후 거주자를 잧아가서 협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혼자 일을 했기때문에 거주자를 방문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언제나 혼자 낙찰받은 부동산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기가 힘이 들었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아파트를 낙찰받아 거주자를 만나러 갔다. 초인종을 울리자 여자분이 나왔다. 여자분 뒤로 장애를 가진 청년이 있었다. 여자분은 들어오라고 하며 사정 얘기를 했다. 남편이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아 스트레스로 돌아가시고 장애를 가진 아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이사를 가고 싶은데 이사갈 돈이 없다 사장님이 도와주시면 빠른 시간내로 이사를 가겠다며 작은방을 구하려해도 3백만원은 들어간다며 사정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알겠다고 그러시자고 했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일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2년~3년 기간동안 10여건을 낙찰을 받았다. 은행퇴직 후 2~3년간 경매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