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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당신
당신의 자태는 우아하며 아름답고
당신에게서 나는 향은 더없이 감미롭다.
이런 당신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었음이니
나의 오늘 또한 그지없이 행복하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깊은 잠 한 번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날이 새 버렸다.
그렇다고 또 언제까지나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릴 수도 없다.
몸이 고단하고 피곤하더라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 움직이고 걸어야
무슨 일이고 일어나지 않겠는가
좋은 일이 되었든
그렇지 않은 일이 되었든.
그러나 요즈음은 어디를 가더라도
눈은 호강하고 마음은 경쾌해 진다.
이제 봄도 어지간히 깊어진 듯도 하다.
눈 가까이 도로나 동네 어귀 작은 공원은 물론이고
먼 발치 작은 야산의 언덕도 온통 푸르고 분홍빛으로
잔뜩 물들어 있다.
그러나 집을 나와 걷기를 시작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몸이 고단해 지고
발걸음도 더뎌진다.
아무래도 지난 밤 잠을 설치긴 꽤 설쳤나 보다.
결국은 카페 하나를 찾아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 안 여기저기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젊은연인들 이다.
갑자기 외로움이 얼음처럼 엄습해 온다.
커피만 그저 뜨거운 숭늉을 마시듯이 하고는
얼른 나와 버렸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제법 정신도 말똥해 졌다.
카페를 나오자마자 다시 걷기를 계속했다.
별 생각없이 거저 걷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된 지도 오래.
걷다가 지치거나 힘들면 아무 카페에 들어 가서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일상이 된 지 역시 오래.
그렇게 무작정 걷다보면
언제나 생각지도 않은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이미 무성한 가로수길을 이룬 벚꽃길이라든가
장미보다 더 붉게 활짝 핀 동백꽃 아름이라든 지.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발걸음은 홍차왕자에 와 닿았다.
애초에는 카페 신기산업에 가려 하다가
갑자기 홍차가 생각나 홍차왕자로 들어 갔다.
홍차왕자에는 수많은 홍차 종류가 있어
입맛대로 골라 마실 수 있어 좋고
또 홍차를 마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약간의 스스로에 대한 품위를 즐길 수가 있어
그 또한 좋다.
이 번에는
랩상소우총과 딸기스콘을 주문했다.
랩상소우총은 중국 푸젠성에서 나는 홍차로
정산소총이라는 광동식 발음이 영어로 읽었을 때
랩상소우총이라고 읽힌 것이라고 한다.
소나무 훈연향이 나며 피로회복이나 두통에 좋다.
딱 오늘 내가 마시기에 좋은 차다..^^
홍차왕자에서 반 시간 넘게
랩상소우총을 마시며 딸기스콘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카페를 나와
다시 시내로 들어 왔다.
시내로 들어서니 어느새 두 시가 훌쩍 넘어
늦은 점심으로 갈비탕을 한 그릇 먹고는
소화도 시킬 겸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 갔다.
공원에는 동백꽃이나 벚꽃은 말을 할 것도 없고
능수복숭아 꽃도 활짝 피었다.
능수버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능수벚꽃보다 이 능수복숭아꽃이 훨씬 더 휘늘어 졌고 아름답다.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 능수복숭아꽃을 본 것 만으로도 올 봄 꽃은 다 본 기분이다~~^^
그렇게 용두산 공원을 한바퀴 도는 동안
소화도 다 되었다.
이제 이만큼 걷고 또 돌만큼 돌았다 싶어
집으로 가려고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4시 남짓이다.
춘분도 지나 낮도 많이 길어진 시간에 일찍 집으로 가려니
뭔가 섭섭한 기분이 들어
그저 얻은 것 같은 남은 낮의 시간을 허리 춤에 차고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5대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계절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닷가 백사장에 해당화가 피고 지고
긴 모래밭을 따라 갈대무리가 폈다 졌다 하며
노랗게 또 파랗게 색을 변해 가며 게절을 알려 주고
이 맘 때 봄에는 샛노란 유채꽃이 온 해안 산책로를
물들인다.
한여름은 말을 할 것도 없고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솔밭 한 가운데에서 돗자리를 깔고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다대포는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유흥주점이나 식당이 별로 없어 조용하게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하며
하루를 보내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
아마 전국 어느 해수욕장을 가도 이만한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속초와 강릉 또 여수, 태안과 제주도 등
전국 거의 모든 곳에서 일년 이상 살아 본 경험이기도
하다..ㅎ
조금만 있으면 또 이사를 하는 데
이 번에 이사를 하게 되면
총 33번째다.
그것도 공부상 즉, 주민등록 초본 상에서만 그렇다..^^
그나저나 오늘
너무 많이 걸은 것 같다.
떨어져 누운 꽃잎처럼 내 몸도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직전이다.
집에 가면 입 맛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집으로 들어 가기 전에 동네 중국집에 들러
칼자장면과 탕수육 작은 것으로 아예 배를 든든히
채워 버렸다.
소진된 체력 먹어서라도 보충해야 겠다는
심정이다.
집에 오니
역시 오막살이라도 내 집이 제일이다 싶은
순간이다.
에휴 다리야~ㅠ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놀고
봄놀이를 엄청 잘했다.
늘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