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느끼는 작은 생각들
(2023.3.24..)
2023년 ‘3월 26일에 발행되는 465호 함즐함울에 주님의교회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역사와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소회를 게재를 하였습니다.
주님의교회 호스피스가 어떻게 태동을 하였으며 어떻게 봉사를 하였는지를 쓰다 보니 함즐함울 1면이 넘쳐 다음 면까지 조금 더 쓰게 되었습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한지가 15년이 되었지만 요즘은 코로나 이후 그리고 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봉사를 못한지가 햇수로는 3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함즐함울 기고문을 쓰며 봉사 사진을 보며 예전에 환우 분들과 함께 하였던 시간들 그리고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주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은혜였으며 감사였던 시간들이었다는 것이 생각이 납니다.
처음으로 봉사를 시작하였던 한일병원, 적십자병원, 춘천호스피스, 루디아의집, 농어촌 선교 발맛사지 봉사 등등이,,,
호스피스 봉사를 다녀오면 늘 봉사 후기나 기도문을 쓰곤 하였는데
매주는 아니지만 멀리 원정 봉사라 하여야 하나 거의 매주에 봉사를 하러 다녔던 춘천 호스피스 ‘봄내(春川) 호스피스’에 처음으로 봉사를 다녀오며 쓴 후기 글을 함께 공유를 해봅니다. 그 때는 춘천 호스피스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에 글을 많이 쓰곤 했는데.. 벌써 세월이 오래 지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춘천 호스피스에 봉사를 갔을 때가 2011년 2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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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를 다녀오면서
(2011.2.15.)
오늘 이른 아침 남산으로부터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잠시 안고 서서 기도를 드렸다. ‘처음으로 멀리 춘천까지 호스피스를 봉사를 하러 가는구나, 내가 필요한 곳 나를 찾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 그리고 이별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함께 한다는 것은,,주님과 함께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라고 봄이 곧 내게 오듯 꿈꾸는 것들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기도드린다.
어제는 그림처럼 고요하고 따스한 봄날 이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분다. 봄은 이렇게 살며시 오는가 보다.
햇볕이 따스한가 싶으면 공기가 데워져 바람이 되고
그런가 하면 다시 언제 그랬나는 듯 그림처럼 잔잔해진다.
마치 우리들 삶을 닮은 것만 같다. 바람은 우리를 늘 달래준다.
오늘 바람이 불면 또 내일은 고요해지는 것을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불평할 일도 초조해야할 일도 아닌 것 같다.
겨울과 봄 사이에 바람이 넘나들고 있다. 저 바람이 잠잘 때가 되면 봄이 오려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 뭔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인 것만 같다.
경춘전철 개통으로 춘천 가는 길이 무척 가까워졌다. 급행열차로 1시간 남짓 2월 첫 주와 이번 주 월요일 경춘전철 시발역인 상봉역에서의 봉사자들의 만남으로 ‘봄내’로의 여행을 떠난다.
주님의교회 호스피스팀에서 2월부터 춘천 봄내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했다. 예전에 청량리에서 경춘열차로 가평이나, 청평, 대성리로 가곤 하던 길을 오늘은 새로운 분들과의 만남을 바라며 기차를 탄다.
남춘천역에서 거두리 춘천호스피스로 가는 길은 작은 언덕을 넘는다. 말기암 환우 분들은 작은 언덕길을 넘으며 다시 못나올 길로 생각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생(生)과 사(死)의 작은 언덕길을 넘어 병상에서 멈추게 하고픈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분들과의 만남들, 처음 만남은 언제나 멀기만 느껴지지만,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예배를 드리며 발 맛사지를 해드리며 손과 발과의 접촉으로 사랑을 느껴본다.
환우분께 “저희들 왔습니다. 처음 뵙죠,,” 인사를 드린다.
세분의 환자분들 침상에서 눈을 감고 그들의 시간을 잡아보려 하신다. 발을 만져 드리고 면도도 하여드린다.
이 곳 이름이 참 좋네요. ‘봄내’ “ 꼭 봄이 내 안에 있다는 말 같아요,” 하니 살짝 눈을 뜨시며 창밖에 내리는 눈을 살짝 바라보신다.
마치 마지막이 될지 모를 눈(雪)을 바라보시며
살짝 하품을 하신다. 마치 세속에 모든 것을 다 잊으신 듯이 큰 눈(眼)으로 봉사자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삶과 죽음은 가까이 있는 것만 같다. 인생은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들 다 해보시고 가시는 것인가?
옆 병상에 쓰다 멈춘 성경 노트가 눈에 들어온다.
예레미야를 쓰시고 계신다. 차분한 글씨 속에 정성을 다해서 또박또박 한글자 한글자를 쓰실 때 혹 글씨가 틀릴까봐, 아님 흔들릴까봐서 지금은 침상에 누워 잠시 쉬시지만 또 바로 쓰시겠다는 마음속에서 성경을 완필하시기 까지 남은 시간을 좁혀가는 듯
보는 우리들 마음에서 삶의 소중함과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껴본다.
환자 명단에서 이름이 지면 다음은 내 차례임을 느끼는 숨차도록 살아온 인생 속에 손해 보는 삶 살았다고 느끼며 살아온 삶들,,
세상과 이별 준비를 하며 쓰시는 성경 말씀 속에서 그 분의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껴본다.
그분들과 작별 인사를 드리며 나오는 길에 어쩌면 금년 마지막일지 모를 눈이 많이 내린다.
3월에나 뵙게 될 그분들과의 만남 그 때 다시 뵐 수 있으려나. 그 때가 되면 매화꽃도 피고 땅위에 봄나물도 파릇 피어나고
그분들과 정원에서 강아지도 보며 자연을 노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남춘천역(驛)으로 나오는 차에 오른다.
그리고 환우 분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사랑의 주님, 삶의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저희들로 하여금 매 순간을 마음 다하고 정성을 다해 살게 해주소서. 은총을 내려주소서 사랑과 보살핌으로 이 순간을 내어줄 수 있게 해주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라고 기;도를 드리면서 서울 행 전철을 기다린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