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제주 제주시 삼성로 22
요금 : 성인 2,500원
청소년/군인 1,700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 단체 (30인 이상)700원
문의 : 064-722-3315
인스타그램 : http://samsunghyeol.or.kr
서울에서 궁궐 투어를 할 때 느낀 점은 생각보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있는 문화유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 곁에 있으면 소중한지 모르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었을까? 궁궐에 찾아오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거나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았다. 그러나 알고보면 문화유산에는 우리의 옛 모습이 담겨있을 때가 많다. 제주도에도 분명히 그런 지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삼성혈. 탐라국의 시작이었다.
삼성혈의 입구에는 탐라국 발상지라고 적혀있다. 또한 들어가는데 오리지널 돌하루방이 있다. 유홍준 교수님은 돌하루방 중에 가장 잘생긴 돌하루방이라고도 표현했다. 레플리카 돌하루방은 제주도에 수천개가 있지만, 오리지널 돌하루방은 40개가 조금 넘는다. 그 중 4개가 삼성혈에 있다. 그만큼 삼성혈은 중요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돌하루방도 지역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돌하루방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모아이 석상에서 왔다는 이야기부터 중국의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나돌지만 권위있는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장승베기에서 유래됐다는 것을 꼽는다. 돌하루방을 놓고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진적도 있다. 미국의 핵 안보 전문가가 인터뷰를 하는데, 컬러 돌하루방이 수십개가 벽에 장식된 것을 보고 성인용품과 닮았다고 해서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이렇게 말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돌하루방. 돌하루방은 정말 다양한 이름으로 여러곳에서 불려왔다. 우석목, 돌미륵, 무석목, 벅수머리 등등. 돌하루방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것은 어린아이의 의견이었다. 어린아이도 쉽고 재밌게 부를 수 있다고 해서 이름을 돌하루방으로 정하게 되었고 지금은 명실상부 제주도의 가장 큰 상징으로 불리게 되었다.
삼성혈 지도
삼성혈 입구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정원이 펼쳐진다. 나무들의 울창한 숲이 어찌나 멋진지,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안해지기도 한다.
제주목사 비문
들어가는 입구에는 기존의 제주 목사들의 비문들이 있다. 제주 목사들의 이야기는 관덕정, 제주목관아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할 것이다.
3개의 성스러운 구멍. 삼성혈. 이곳은 삼신인이 땅으로부터 솟아난 곳이다. 수렵생활을 하다가 텃밭에 뿌릴 수 있는 종자와 농경을 이어갈 수 있는 가축을 갖고 온 벽랑국의 세 공주를 맞이하면서부터 후손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짝을 이루어 그 후손들이 각각 부을 나, 양을 나, 고을 나로 이어지게 되었다. 혼인을 했던 장소는 제주도 동쪽에 있는 '혼인지' 그렇게 탐라왕국의 모습을 갖추며 제주도가 시작되게 되었다. 육지로부터 제주도의 역사가 쓰여지고, 지배되어 오기 전, 독립국의 위상을 차지 하고 있었던 탐라국. 그래서일까, 나는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옛 제주인들의 위상과 자주적인 모습의 위용이 느껴지곤 한다. 또한 이 곳은 매우 신비로운 곳으로 알려져있다. 이곳은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침수되지 않는 곳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삼성혈의 깊이를 가늠하기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에 관련된 설화도 존재한다.
설문대할망 이야기
아주 오래 전, 제주도라는 섬이 탄생하게 될 때, 천지왕이라는 위대한 신의 딸이자, 훗날 현재의 제주도를 빚어내게되는 설문대할망이라는 여신이 등장했다. 여신은 제주도에 내려와 농경민들이 일궈놓은 곡식들을 먹게 되었다. 여신의 신체는 무척이나 거대했기 때문에 농경민들에게는 가히 재앙과 같은 일이었고, 천지왕에게 이 사실을 고하게 된다. 천지왕은 딸의 만행을 놓고 반성의 의미로 제주도에 내려가 그들을 위해 일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고 설문대할망은 그렇게 제주도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한라산을 쌓았고, 그 주변에는 오름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설문대할망의 키는 무척이나 커서 한라산을 등지고 누우면 발이 서귀포 앞 바다까지 닿을 정도였다고 한다. 언젠가 한라산에 누웠을 때, 꼭대기가 뾰족하여 눕기가 불편했고, 설문대할망은 꼭대기를 똑 떼어 남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꼭대기는 지금의 산방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명의 아이가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설왕설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제주도에서 제일 깊은 물은 성산일출봉이야!" "아니야, 범 섬 앞 바다야!." 설문대할망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발을 담궈보았는데, 둘 다 발목 혹은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얕았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말했다. "한라산 위에 백록담이 가장 깊은 물이야." 설문대할망은 그곳에 발을 담궜는데 그 공간은 바다까지 이어지는 깊은 곳이었고 그렇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삼성혈의 구멍 또한 한라산의 구멍과 연결되어 제주도에서 가장 깊은 구멍으로 전해져왔다.
*제주도의 신화 이야기는 구전의 형태로 내려오기 때문에 전승마다 조금의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에게 인터뷰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적은 내용입니다.
삼성혈에서 삼성전으로 가는 길에는 제례의식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공간과 옛 유생들이 와서 공부했던 장소들을 체험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삼성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사당, 삼성전이다. 제향은 매년 춘기대제(4월 10일)와 추기대제(10월10일)를 후손들이 봉향한다. 삼성문의 현판은 대한제국 황실의 후손이 직접 쓸 만큼 중요하게 다뤄진다. 안에 분향을 할 수 있는 향들이 놓여져 있다.
나오는 길에는 무척이나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몸과 마음, 영혼까지 초록색의 기운 아래 샤워를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봄이 되면 이곳은 꽃놀이 하러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북적북적 거리는 이 공간의 느낌보다 한적하게 탐라국의 시작과 태초의 역사적인 기운을 느끼고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삼성혈의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