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2/ 왜 하나님은 아말렉과 대대로 싸우겠다고 하셨는가?
그때에 아말렉이 와서 이스라엘과 르비딤에서 싸우니라… 여호수아가 칼날로 아말렉과 그 백성을 쳐서 무찌르니라 ・・・내가 아말렉을 없이하여 천하에서 기억도 못하게 하리라 모세가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여호와 닛시라 하고 이르되 여호와께서 맹세하시기를 여호와가 아말렉과 더불어 대대로 싸우리라 하셨다 하였더라(출 17:8, 13~16)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을 향한 행군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그들을 공격한 무리가 아말렉 족속이었다. 모세는 이 전쟁에서 하나님의 지시대로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산꼭대기에 서(9절)고, "아론과 훌이 한 사람은 이쪽에서 한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 (12절)리고, "여호수아가 칼날로 아말렉과 그 백성을 쳐서 (13절) 무찔렀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전쟁 후에 "내가 아말렉을 없이하여 천하에서 기억도 못하게 하리라"(14절)고 하시고, 또한 "여호와가 아말렉으로 더불어 대대로 싸우리라"(16절)고 하셨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아말렉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나타내셨는가? 아말찍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아말렉이 한 일은 무엇인가?
이 아말렉은 야곱의 쌍둥이 형인 에서의 아들 엘리바스의 아들이었다(창 36:12, 15~16 대상 1:36), 그러므로 아멜렉은 에서의 손자로서 야곱의 후손인 이스라엘 민족과는 혈족이었다. 에서의 후손이 건설한 에돔 왕국은 이스라엘 민족보다 일찍 왕권 체제를 형성하여 전술과 병력에 있어서 뛰어난 호전적인 민족이었다(창 36:31 참조). 그중에서도 아말렉 지파는 그 이름의 의미 자체가 ‘싸움을 즐기는'이란 뜻으로 시내 반도의 "남방 땅에 거하고" (민 13:39) 있었다.
그런데 이때에 아말렉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단순히 이스라엘을 약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의도적이고 참람한 도전이었다. 먼저 아말렉 족속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를 주시고(출 16장), 생수를 주신(출 17:1~7), 그 직후에 그들을 공격하였다. 이것은 현저하게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모세는 아말렉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신 25:18)한 연고라고 하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엘렌 G. 화잇도 아말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말렉 사람들이 하나님의 성질이나 그분의 주권에 대하여 알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저들은 스스로 그분의 능력에 도전하였다. …저들은 저희 신들의 이름으로 맹세하였고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저들을 대항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자만하였다. 저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해나 위협을 당하지 않았었다. 저들의 공격은 전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었다. 저들이 하나님의 백성을 멸하고자 노력한 것은 그분께 대한 저들의 증오와 도전을 나타낸 것이었다.”(부조, 300).
무엇보다도 16절의 난하는 그들의 공격이 하나님을 향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개역개정에 "여호와께서 맹세하시기를"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난주에 나타난 것처럼, "여호와의 보좌를 치려고 손이 들렸으니”로 번역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이 번역이 문맥과 어법상 더 정확한 번역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호와의 보좌는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이 보좌를 치려고 한 그들의 공격은 곧 하나님에 대한 정면 도전인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좌정하리라"(사 14:13)고 한 루시퍼의 정신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 다시 나타난 미가엘에 대한 용의 도전과 흡사하다(계 12:7~9).
이러한 사실은 발람이 “아말렉은 열국 중 으뜸이나 종말은 멸망에 이르리로다"(민 24:20)라고 예언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이 예언은 루시퍼의 운명인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사 14:12)라는 선언과 근본적으로 같은 내용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지금 아말렉의 공격 속에서 루시퍼의 정신을 보신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말렉을 도말하여 천하에서 기억함이 없게 하리라"(14절)고 하셨고, 그와 더불어 "대대로 싸우리라"(16절)고 하신 것이다. 그것은 곧 아말렉으로 나타난 사탄에 대한 하나님의 선전포고인 것이다.
이 싸움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한 의도적이며 교만한 도전이었으므로 하나님께서 직접 싸우실 것이었다. 비록, 여호수아가 칼을 들고 전장에 나갔지만 모세의 팔에 의해 진퇴가 좌우되었다. 또 모세가 팔을 가지고 있지만 그 팔이 들려지지 않으면 패하였다. 여기서 모세의 든 팔은 기도하는 자세를 가리킨다(시 28:2; 딤전 2:8 참조). 그런데 모세의 팔이 계속해서 들려 있도록 조력하였던 아론은 그의 형이면서 제사장이었다. 또 홀은 갈렙의 아들이요 브사렐의 조부(대상 2:19~20)였으며, 유대 전승에 의하면 미리암의 남편이었고, 다윗 왕가의 조상인 유다 지파의 후손이었다(출 31:2). 이 세 사람의 동역에 대한 표상적 해석은 좋은 명상 주제이다. 여기 세 사람은 각각 선지자직, 제사장직, 왕직을 대표하며, 곧 그리스도의 삼중직(三重職)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 세 사람이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말렉으로 나타난 사탄과 싸우신 것이다.
핵심은 이 싸움은 하나님이 싸우신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세는 전쟁이 끝난 후, 단을 쌓고 '여호와 닛시'라고 하였다. 닛시라는 히브리어는 '깃발'(flag, Living Bible), ‘기’(banner, TEV), '정복자'(conqueror, Josephus) 등의 뜻이다. 그래서 공동번역은 이 구절을 "야훼의 사령기를 향해 손을 들자"라고 번역하였다. 고대의 전쟁에서 들린 '기'는 곧 ‘승리’를 의미하였다. 그래서 시인도 "우리가 너의 승리로 인하여 개가를 부르며,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를 세우리"(시 20:5)라고 하였다.
하나님께서 이 싸움에서 아말렉을 물리쳤지만, 그들을 진멸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이후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아말렉과의 전쟁이 반복되며, 믿음에 따라 승패를 달리한다. 먼저, 이스라엘은 이 사건 이후 얼마 안 되어 12정탐꾼의 보고를 들은 이후 나타낸 불신으로 아말렉에게 패한다(민 14:43~45) 기드온 때 아말렉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였다(삿 6:33) 사무엘 때에는 하나님께서 출애굽 때의 사건을 회고하면서 사울에게 "지금 가서 아말렉을 쳐서 진멸하라"(삼상 15:2~3)고 명했으나, 사울은 그들의 좋은 물품을 취하며 불순종한다(삼상 14:48 15장 참조).
다윗이 왕이 된 후, 그는 아말렉과 여러 번 전쟁을 벌인다. 그는 아말렉 사람을 침략하기도 하였고(삼상 27:8), 아말렉에게 빼앗겼던 아내와 소유물을 되찾기도 하였고(삼상 30:18~20), 아말렉에게서 얻은 은금을 여호와께 드리기도 하였다(삼하 8:12). 그러다가 히스기야 왕 때에 이르러 마침내 아말렉은 한족속으로서 도말되고 만다(대하 4:41~43). 그러나 한 개인 개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멸하려고 했던 하만을 아말렉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에 3:8~11).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아말렉과 이스라엘의 영적 싸움의 깊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