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장 대속죄일의 행사
중요성과 준비
나팔절 축제와 함께 시작되는 가을 절기들의 절정은 티스리 월(Tishri ) 제10일의 대속죄일 이었다. 이 날은 이스라엘 민족의 제사 제도의 요지요 최대의 경축일이었다. 또한, 민족과 개인의 생사가 걸린 운명의 날이기도 하였다. “칠월 십일은 속죄일이니 너희에게 성회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며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고…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쳐질 것이라. …”(레위기 23장 27~32절). 이토록 엄숙하고 중대한 날의 예배 행사는 그만큼 복잡하고 또한 미묘한 데가 있었다. 신약 시대와 랍비들의 시대에 행해진 대속죄일의 행사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제7월[티스리 월] 초하루에 전국적으로 울려 퍼진 나팔 소리는 대속죄일이 열흘 후로 다가왔음을 온 백성에게 상기시켰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그 달 3일 곧 대속죄일이 되기 7 일 전에, 그 해의 대제사장은 예루살렘에 있는 자기의 집으로부터 성전 경내의 자문실(Counsellors' Chamber)로 거처를 옮겨서 한 주일 동안 원로 제사장들의 안내와 조력을 받으면서 대속죄일의 행사를 위한 준비를 한다. 하루 전날인 9일 아침에는 원로들이 대제사장을 성전 동문에 세우고, 당일에 잡을 제물들을 그 앞으로 지나가게 함으로써 그 날의 봉사에 익숙하게 한다. 그리고, 9일의 저녁부터 대제사장은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도록 성경을 읽고 풀이하면서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첫 번째 지성소 출입
당일의 아침이 되면, 대제사장은 먼저 손발을 씻고 옷을 벗고 욕조에 내려가서 몸을 잠그는 목욕을 한 다음, 평소에 입는 대제사장 의상인 황금 예복을 입는다. 그러고는, 다시 손발을 씻고 매일 드리는 아침 번제를 드린다. 이때에 그는 제물을 절개하기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제사장들이 처리했으며, 피를 뿌리는 일과 분향은 대제사장이 친히 하였다.
아침 번제가 끝난 다음, 대제사장은 손발을 씻고 옷을 벗고 욕조에 내려가서 몸을 물에 잠그고 올라와서, 이번에는 그 날만을 위하여 특별히 만들어 둔 백색 예복 곧 “거룩한 세마포 속옷… 세마포 고의… 세마포 띠… 새마포 관”(레위기 16장 4절)을 착용하는데, 이것을 “거룩한 옷(상동) 또는 ”성의“(32절)라 한다. 이것을 입고는 다시 손발을 씻는다.
이렇게 하여, 그는 이 날을 위해 준비된 수송아지(레위기 16장 4, 6절)에게로 간다. 이 수송아지는 대제사장 자신과 그의 권속을 위한 속죄 제물(6절)로서 드려지는 것이다. 그것은 성전의 현관과 번제단 사이에서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얼굴은 성전쪽 곧 서쪽으로 돌린 채 서 있고, 대제사장은 두 손을 그 위에 얹고, 자기와 권속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 기도문에는 “여호와”라는 성호가 세 번 일컬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그것을 듣는 모든 사람들은 “복되도다, 그 이름이여! 그의 나라의 영광은 영원무궁하리로다 !”라고 화창하면서 엎드려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대어야 한다.
기도가 끝나면, 대제사장은 “완전한 자”(the Perfect)와 “부가의장 ”(the Chief of the Father's House)을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대동하고 번제단의 동쪽으로 왔다가 다시 북쪽으로 와서 그 곳에 서 있는 두 마리의 염소(레위기 16장 8절) 앞에 선다. [“완전한 자”는 대제사장에 버금가는 이로서 성전 봉사의 최고 책임자이고, “부가의 장”은 제사장들의 24 반차(역대상 24장 1~19절) 중 각 반차의 세분된 그룹인 부가의 우두머리이다.] 두 염소 앞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안에는 두 개의 제비가 들어 있다. 그 한 제비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다른 제비에는 “아사셀을 위하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레위기 16장 8절). 이 두 개의 제비가 들어있는 상자는 때때로 금으로 만든 항아리로 대체되었는데, 이 항아리를 “칼피”(Calpi)라고 일컬었다. 대제사장은 이 “칼피”안에 두 손을 넣어 제비를 뽑아, “여호와를 위하여” 제비가 뽑힌 염소는 그 목에다 주홍색 줄을 매고,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가 뽑힌 염소는 그 머리[뿔]에 주홍색 줄을 맨다.
이렇게 한 후에, 대제사장은 두 번째로 수송아지에게 와서 다시 두 손을 그 위에 얹고 고백 기도를 드린다. 이번에는 자기와 권속뿐만 아니라 모든 아론의 자손 즉 제사장단을 위한 죄의 고백과 함께 용서를 구한다. 회중은 전과 같이 화답하며 얼굴을 땅에 댄다. 그는 이제 그 수송아지를 잡고 피를 그릇에 받아서, 그것이 응고되지 않도록 흔들고 있을 사람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그는 향로를 들고 번제단 위로 올라가서 불씨를 취하고, 두 웅큼의 향을 향그릇에 담아 지성소로 들어간다(레위기 16장 12, 13절). 그의 평생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두렵고도 떨리는 걸음이다. 지성소에 놓여 있는 “기초석”(Shetiyah=법궤가 없어진 다음에 대신 갖다 놓은 돌) 위에 향로를 놓고 향을 수북하게 얹은 다음, 향연이 지성소를 채우는 것을 보면서 휘장 밖 성소로 나와서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이 때 드리는 기도는 다음과 같다 :
“오, 주 우리 하나님, 우리 열조의 하나님이시여 ! 당신께서 기뻐하시오면, 오늘과 이 해 동안에는 우리가 포로로 잡혀 가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게 하옵소서. 하오나, 오늘이나 이 해에 우리가 혹 포로로 잡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율법이 계발된 그곳으로 가게 하옵소서.
“오, 주 우리 하나님, 우리 열조의 하나님이시여 ! 당신께서 기뻐하시오면, 오늘과 이 해 동안에는 궁핍이 우리에게 이르지 않게 하옵소서. 하오나, 궁핍이 우리에게 와야 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박애적인 행위의 너그러움으로 인하여 그렇게 되게 하옵소서.
“오, 주 우리 하나님, 우리 열조의 하나님이시여 ! 당신께서 기뻐하시오면, 이 해는 저렴, 충만, 교역과 상업의 해, 곧 풍부한 비와 햇빛과 이슬의 해가 되게 하옵시고,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이 서로 도움을 요구하지 않을 해가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여행을 떠나려는 자들의 기도를 듣지 마옵소서.[ : 여행자들은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 할 것이므로]. 그리고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 관하여, 그들을 대항하여 아무도 자신을 높이며 나서지 않게 하옵소서.
“오, 주 우리 하나님, 우리 열조의 하나님이시여 ! 당신께서 기뻐하시오면, 샤론의 주민들의 집들이 그들의 무덤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 샤론의 골자기의 지형 때문에 홍수나 사태의 위험이 늘 있었다].”
대제사장이 지성소에서 향을 사르고 성소에서 위와 같이 기도를 드리는 동안, 회중은 밖에서 묵도를 하고 있다(누가복음 1장 10절). 기도가 끝난 다음 그는 즉시로 성전 뜰로 나와, 긴장과 조바심으로 기다리고 있는 회중에게 나타나서 그들을 안심시킨다. 이것이 당일의 첫 번째 지성소 출입이다.
두번째 지성소 출입
첫번째 지성소 출입을 마친 대제사장은 곧 수송아지의 피를 흔들고 있는 사람에게로 와서 그 피 그릇을 받아서 재차 지성소로 들어간다 . 이번에는 이 수송아지의 피를 뿌리기 위함이다. 지성소의 법궤(또는 기초석) 앞에 선 대제사장은 한 번은 위로, 일곱 번은 아래로, 숫자를 세면서 피를 뿌린다(레위기 16장 14절).
그러고는, 휘장 밖으로 나와서 성소에 마련된 스탠드에다 피 그릇을 올려 놓는다. 이것이 이 날의 두번째 지성소 출입이다.
세번째 지성소 출입
두 번째 지성소 출입에서 나오는 대제사장에게 사람들이 “여호와를 위하여” 제비 뽑힌 염소를 가져 온다. 그는 그것을 잡아서 그 피를 그릇에 받아서는 지성소로 들어가서 전과 같은 요령으로 피를 여덟 번[위로 한 번, 아래로 일곱 번] 뿌린다(레위기 16장 15절). 그러고는, 휘장 밖에 있는 스탠드에 그 피 그릇을 얹어 놓고, 조금 전에 갖다 놓은 수송아지 피 그릇을 들어서 이번에는 휘장에다 동일한 방법으로 여덟 번 뿌리고, 이어서 염소의 피를 또 여덟 번 뿌린다. 그러고 나서, 그는 수송아지의 피를 염소의 피에 부어서 섞고, 그것을 다시 수송아지의 피 그릇으로 부어서 고루 섞이게 한 다음, 그 피를 분향단에 가져가서 그 위에 있는 네 뿔에 한 번씩 바르고, 그 향로의 위에 일곱 번 뿌린다. 남은 피는 바깥 번제단의 서쪽과 남쪽 바닥에 쏟아서 배수로를 통하여 기드론 강으로 흘러들게 한다. 이것이 이 날의 세 번째 지성소 출입이다.
이렇게 한 다음, 대제사장은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 뽑힌 염소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온 이스라엘을 위한 고백 기도를 드린 후, 미리 지정된 사람에 의하여 그 염소를 광야의 무인지경으로 보낸다(레위기 16장 10, 20~22절). 거기서, 그 염소는 줄로써 바위에 연결된 채 언덕배기로 굴러 내리면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당한다.
네번째 지성소 출입
이러는 동안, 대제사장은 성전에서 율법 두루마리를 읽는다. 주로 레위기 16장과 23장 26~32절을 읽는다. 그 후에, 그는 축복 기도[8 축복]를 드린다. 이 축복 기도는 (1)율법을 위하여, (2)성전 봉사를 위하여, (3)감사를 위하여, (4)죄의 용서를 위하여, (5)성전을 위하여, (6)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7)제사장을 위하여, (8)기타 일반적인 사항을 위하여 드려지는 기도이다. 뜰에서는 다른 대제사장들이 번제를 드리고, 진 바깥에서는 제물의 나머지를 태운다. 대제사장은 다시 손발을 씻고, 백색 예복을 벗고 목욕을 한 다음, 황금 예복을 입는다. 다시 손발을 씻은 그는 매일 드리는 저녁 번제를 드린다. 그러고 나서, 그는 또 손발을 씻고 목욕하고, 다시 백색 예복[성의]으로 갈아입고 손발을 씻은 후, 지성소로 향한다. 종일 타고 있는 향로와 향 그릇을 도로 가져 나오기 위함이다. 이것이 이 날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지성소 출입이다.
향로와 향 그릇을 가지고 나온 대제사장은 다시 손발을 씻고 목욕하고 다시 황금 예복으로 갈아 입고는 저녁 분향을 하고 등대를 간검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속죄일의 예배 행사를 필한 대제사장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는 일 주일만에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거리에는 등불 행렬과 축제가 있고, 대제사장의 집에서는 친지와 친구들이 함께 모여 속죄와 구원을 경축하는 성대한 잔치가 베풀어진다. 이 잔치는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