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정토 아름다움을 그려내다
돈황 막고굴 속 ‘서방정토변상도’들
4세기부터 조성, 34종 1200폭 전승
제321굴 전체가 ‘아미타정토변상도’
평화롭고 조화로운 서방정토 묘사해
그림①. 돈황 막고굴 제321굴 북벽 동측에 그려진 〈아미타정토변상도〉. 초당 시기에 조성됐다.
돈황 막고굴의 〈서방정토변〉은 수량이 가장 많은 경변도 중 하나이다. 이 〈서방정토변〉은 남북조시대 등장했고, 당(唐)대에 접어들면 많은 양의 경변도가 그려진다. 돈황 막고굴에 현존하는 〈서방정토변〉의 종류는 약 34종 1200폭이 전한다. 〈서방정토변〉의 출현시기부터 완성시기까지는 약 150년에 걸쳐 그려졌다. 돈황 막고굴의 〈서방정토변〉은 4세기 중엽부터 단독상과 설법도의 예가 현존한다.
초기에는 병령사의 제169굴 〈무량수불설법도(無量壽佛說法圖, 424년)〉에서 벽화로 출현했으며, 막고굴 제285굴(538年)이 대표적이다. 또 6세기 중엽~7세기 말에는 〈서방정토변〉이 출현하게 된다. 맥적산 제127굴 〈서방정토변〉, 소남해석굴(小南海石窟) 중굴(中窟)의 서쪽 벽면에 새겨진 〈관무량수불경변(觀無量壽佛經變)〉, 소남해석굴 동굴(東窟)의 서쪽 벽의 16관 부조, 남향당산석굴(南響堂山石窟) 제1굴 전실(前室)의 동굴 문 위쪽에 조각된 〈서방정토변〉, 돈황 막고굴 수대 제393굴 서쪽 벽의 전면의 〈서방정토변〉, 초당대 19개 동굴에 그려진 〈서방정토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돈황 석굴 초당대(618~707년)의 44개 동굴 중, 19개의 동굴에서 〈서방정토변〉이 발견되었다. 대다수 〈서방정토변〉은 전체 벽면에 벽화가 큰 화면에 그려져 있다. 〈서방정토변〉의 구도와 내용은 이전 시대의 수대 〈서방정토변〉을 계승하고 있다. 8세기 초가 되면 성당시대(705~786)에 개착된 80개의 동굴중 20여 개의 동굴에 〈서방정토변〉이 현존한다. 대부분은 대칭적으로 ‘미생원(未生怨)’이나 ‘십육관(十六觀)’의 도상을 도해했다. 이후 이러한 형식의 〈서방정토변〉이 계속 성행했고, 송대까지 이어졌다.
아미타정토신앙은 서력 기원을 전후해 서북인도에서 발생, 북인도, 서역을 거쳐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 전파됐다. 불교가 전파되면서 모든 경전이 한문으로 번역됨으로써 불교는 글을 아는 일부 귀족층만의 신앙이었고 서민들은 접근할 기회도 갖기 힘들었다. 정토신앙은 일반 서민에게 경전을 알지 못해도 불교를 신앙할 수 있게 깨우쳐줬다. 신라시대 원효 대사의 “나무아미타불 만 염불해도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는 가르침이 정토신앙 포교의 절정이다. 중국에서 정토신앙은 정토교를 널리 보급한 선도(613~681)의 뒤를 이은 법조(?~821), 현종(712~757)이 활약한 초당대인 7세기에 가장 융성했다.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용문석굴의 명문에서 말해주고 있다.
돈황 막고굴에는 초당시기에 그려진 제321굴 〈아미타정토변상도〉가 전체 벽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서방극락과 그곳으로의 왕생사상(往生思想)에 관해 설한 경전은 〈아미타경(阿彌陀經)〉, 〈무량수경(無量壽經)〉,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서방정토의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장엄, 청정,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①)
극락은 부처님의 거주처다. 그중 아미타불이 거주하는 서방극락은 무한한 광명이 시방세계를 비추고 깨끗하고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한 곳에서 아미타불은 이미 십겁(十劫) 이전에 성불해 지금도 상주하며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아미타불의 서방극락세계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아미타불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 무량수불(無量壽佛)이고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일컬어진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아름다운 정토인 그곳에 가려면 지극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예경하고 염불(念佛)하면 아미타불이 와서 극락으로 데려간다고 한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아미타불을 믿고 염불하지 않을수 없다. 〈무량수경〉에서는 극락세계의 아름다운 장엄에 관해 설하고 이곳에 왕생하기 위해서는 아미타불을 칭명염불해야 한다. 그럼, 경전에서 설한 서방극락세계의 아름다움을 그림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윗부분 푸른 하늘은 하늘과 물이 마주하고 있으며, 열 분의 비천이 다양한 형태로 날고 있다. 구름과 안개를 타고 있는 불보살은 시방 불보살이 무량수불 법회로 가는 장면을 상징하고 있다. 하늘은 대칭 구도로 분포돼 있는데, 세 개의 누각, 1불 2보살 조합의 네 그룹, 그리고 주존 아미타불의 머리에 있는 보개 바로 위 즉, 전체 화면 위의 정 중앙에 정거천(淨居天)을 묘사하고 있으며, 구름이 그려지고 그 위쪽 2층짜리 누각에는 부처가 기대앉아 있고, 전각 아래에는 두 보살이 서 있으며 전각 앞에는 7주의 도량수(道場樹)가 있다. 양쪽에는 각각 1불 2보살이 1조를 이루어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좌우 대칭적이고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②. 돈황 막고굴 제321굴 〈아미타정토변상도〉의 누각 모습.
좌우 양측에는 헐산정(歇山頂, 용마루가 휜)의 누각이 있는데, 2층이며, 너비는 3간으로 상층과 하층 사이를 처마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런 화법은 초당 시기 벽화에서 보이며, 하층 두공(斗拱)은 붉은 난간으로 둘렀으며, 상하층 기둥 사이에는 문이나 창호를 설치하지 않고 발이나 장막(커튼)을 쳤다. 월대 바닥은 꽃무늬 벽돌(타일)을 설치했는데, 당대 관습이 그러했다. 중간층의 양측 누각 위쪽에 법회에 임하고 있는 부처들이 그려져 있는데, 부처님이 뭇 보살을 거느린 출행도이다.
중앙 주요 부분은 서방 3성으로 중앙에 앉아 있는 무량수불은 부좌(趺坐),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은 유희좌(遊묙坐), 그리고 뭇 보살을 양측으로 나누어 배열했다. 벽화 윗부분 푸른 하늘은 물과 맞닿아 있고, 10명의 비천이 천태만상으로 날고 있다. 하늘에는 상서로운 구름, 꽃 기둥, 자명고(自鳴鼓) 등 총 14종류 36개의 악기가 있는데, 돈황 벽화 중 악기가 가장 많은 그림이다. 좌측에서 우측의 순서로 △생(笙) △누계고(鷄婁鼓) △요고(腰鼓) △타고(鼉鼓) △답랍고(答臘鼓) △나발 △필율(?砦) △요고 △생 △비파 △횡적(橫笛) △양대뇨(兩對鐃) △배소(排簫) △쟁(箏), 1불 2보살 혹은 1불 2제자 조합의 4개 그룹이 있는데, 상운을 타고 와 법회를 듣고 있으며 하늘 층을 대칭 구도로 5개의 전각이 있다. 좌측에는 상운 위에 한 건물이 지어졌으며 중앙에는 보개(寶蓋), 쌍수(雙樹)의 위쪽에는 백색 서가(書架)가 있으며, 내부에는 10개의 작은 탑이 있다. 세 번째는 화면 윗부분 정 중앙의 누각으로 부분적으로만 노출돼 있다.
이 변상도에는 총 6개의 2층짜리 누각이 그려져 있었는데, 모두 좁고 우뚝 솟았으며 상층과 아래층 사이에 중간 처마가 없으며, 주망(柱網)에는 평좌(平坐)를 설치했다. 이러한 누각 형태는 일본의 많은 사원에 있는 종루, 장경각 및 문루와 유사하다. 2층짜리 누각이 푸른 하늘 구름 위에 떠다니는데, 이는 불국세계의 건축을 상징하는 것이다. 상층과 하층에는 난간과 평좌가 있고, 처마가 위로 치켜졌으며, 오포작두공(五鋪作斗拱)이나 사아정(四阿頂), 사척호선(斜脊弧線) 등은 당대의 건축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공허의 구름 위에는 3개의 전각이 병치되어 있으며 ‘凸’ 모양 건물의 배치형식은 초당시기 사원 건물 배치의 주된 조합방식이다. 하늘을 나는 비천이 가장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1불 2제자가 상운을 타고와 법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백색 보각(寶閣) 앞 보개 위에는 한 비천이 꽃을 뿌리고 있으며 또 다른 비천은 거꾸로 날고 있다. 얼굴은 청중을 향해 거꾸로 뒤집혀 있으며 머리는 아래로, 다리를 위로 뻗어 두 발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됐다. 뻗은 손은 물체를 잡고 있다. 이 두 비천을 함께 보면 보당(寶幢) 좌우에서 날며 춤추는데, 자세를 서로 호응하며 매우 역동적이다. 1불 2보살이 상운을 타고와 법회에 참석하고 있으며 긴 표대(飄帶, 리본)는 바람에 펄럭이고 벽 전체가 바람으로 가득하다. 아래 꽃 기둥 옆 보개 위에는 한 비천이 합장하고 내려오고 있다.
월대에는 불, 보살이 서 있는데, 작은 다리를 건너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작은 다리 아래에는 푸른 파도가 일렁이고, 물결 패턴은 섬세하며 움직임과 변화로 가득한데, 물결의 위치에 따라 유속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빠르게 씻겨지는 수직선이 있고, 소용돌이치고 방황하는 수평 줄무늬가 있으며, 일부는 온화하고 거의 흔들리지 않으며, 일부는 가벼운 소용돌이를 친다. 연못의 연꽃에는 화생동자가 앉아있고 우측의 누각에는 천인이 기둥에 기대어 있으며, 연못에 물건을 던지는 것처럼 손을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연못 양쪽에 월대(月臺, 플랫폼)와 누각은 모두 연못 위에 지어졌으며, 연못에는 가릉빈가, 오리, 화생동자, 원앙 및 연꽃 등이 생동하는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그림의 아랫부분에는 부처님을 즐겁게 하고자 노래하고 춤을 추는 비천들의 무리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색채가 이미 퇴락했다.
〈아미타정토변상도〉에는 천인악대(天人樂隊)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도 있으나 이처럼 공중에 악기들이 흩날리는 광경을 묘사함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하는 묘법은 정토의 황홀한 장면을 더욱 극대화하는 기발한 착상이 아닐까? 이 장면을 눈으로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귀에는 감미로운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