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년전 이민 오기전 집안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는길에 제가 살던 동네엘 가보았읍니다.
지금의 한성대 입구의 큰길 옆 골목, 그리 커 보이던그 골목은 팔을 뻗으면 닿을듯이 좁았으나, 놀랍게도 옛집은 그대로 였읍니다. 집에서 나와 오른쪽 골목길을 돌면 아버님과 함께 다니던 목욕탕이 있었었고, 그 뒷골목에는 기계에 반죽을
넣고 손으로 눌러 면발을 내는 우동집도 있었는데...
다시 발길을 돌려 학교앞엘 가보니 돈암문방구,파고다문방구도 그대로, 교문을 들어서 보니 그토록 길던 언덕길은 열 걸음도 안 돼 보였고...
등교하려면 집 앞 찻길만 건너면 학교까지 가는 길에 건널목이 없는데도,장남이라고 걱정이 되었는지 근 3개월을 누나의 손을 잡고 가고 ,하교길에도 영락없이 운동장에 와 기다리시던 누나 손에 잡혀 꼼짝도 못 하던 나날들 ,
그런 어느날 아버지께서 "오늘 부터는 너 혼자 오거라." 하시던 말씀이 어찌나 반갑던지.....
모처럼 찾은 자유를 만끽하며, 전파상 아저씨가 라디오를 수리하는모습,꽃가게집,동도 극장앞 포스터도 매일 볼수 있는
하교길은 온통 새로운 것들 뿐이었으니,물고기가 바다로 나간격 이었지요.
집앞 골목에는 가끔 콜크로된 병마개에 초로 밀봉한 1되짜리 "초정약수" 수레가 오면 냉큼 아버지께 달려가 돈을 받아 사다가 모여 앉아 "코 끝이 알싸한 맛." 을 즐기곤 했었는데....
여기도" 뻬리에'라는 탄산수가 있긴 한데, 그때 마시던 초정약수의 약간 달작지근한 그 뒷맛에는 어림도 없지요.
위성사진을 보니 그 골목길도 모두 재개발되어 없어 진듯....
산천초목도 변하고, 인걸도 늙어가는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