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꿀 속의 함정 ‘허니트랩’을 아시는가?
미국의 인터넷신문 ‘악시오스’가 중국 국적의 여성 크리스틴 팡이 하원의원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오랜 기간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2020.12)
팡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많은 정치인들과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은 물론 육체적 관계까지 맺는 방식으로 스파이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입니다.
“팡은 수많은 요원 중 한 명일뿐이다.”
스파이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체가 모호한 두 얼굴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 여부에 다라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도 합니다. 훌륭한 정보는 싸우기도 전에 이길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는 강대국들이 유능한 스파이 육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파이는 남녀를 불문하지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성스파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성스파이의 최고봉은 마타 하리입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이중간첩 활동을 한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검은머리에 올리브빛 피부, 커다란 갈색 눈, 아름다운 몸매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마타 하리는 프랑스와 독일의 고위관료들을 치마폭에 휘감고 쥐락펴락하며 엄청난 고급정보를 빼냈습니다.
가와시마 요시코는 ‘동양의 마타 하리’로 불렸던 여성스파이입니다. 청나라 황족 출신이기도 한 그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맹활약했습니다. 그는 청나라의 왕권을 부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의 고급정보를 빼내 일본에 건넸습니다.
영화 <색, 계>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스파이 정핑루(鄭平如)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1938년 친일파의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와 그를 암살하기 위해 ‘막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접근한 왕치아즈(탕웨이)의 사랑 행각을 담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상하이 사교계의 꽃이었던 정핑루는 국민당에 포섭돼 주요 친일파를 암살하는 스파이 임무를 맡았으나 상대방과 금단의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작전에 실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마타 하리, 가와시마 요시코, 정핑루 모두 스파이 활동이 적발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중국은 옛날부터 아름다운 여성스파이 활용을 중요한 병법으로 삼았습니다. 중국의 병법서 <36計>는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功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倂戰計), 패전계(敗戰計) 등 6계를 핵심으로 하는 전술 전략입니다.
이 가운데 패전계(敗戰計)는 승산이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6가지의 병법을 담고 있는데, 이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계책이 31計인 ‘미인계’입니다. “미인이 한 번 뒤를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傾城 · 경성), 두 번 고개를 돌리면 나라가 무너진다(傾國 · 경국)”고 할 정도로 미녀스파이의 활용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흔히 미인계(美人計)를 달콤한 꿀 속의 함정이란 뜻의 ‘허니트랩(honeytrap)’이라고도 말합니다. 미인계의 주인공을 뜻하는 프랑스어 ‘팜파탈(femmefatale)’도 ‘팜(여성)’과 ‘파탈(파멸로 이끄는)’이 합쳐져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여성, 즉 여성스파이의 위험성을 경고한 말입니다.
야생의 독버섯들이 화려한 이유는
치명적 독성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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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왜 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