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0/ 첫 번째 아이 공격의 실패가 정말 오직 아간 때문만일까? 그렇다면 왜 여호수아는 두 번째 아이성 공격 때에는 첫 번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가?
이에 여호수아가 일어나서 군사와 함께 아이로 올라가려 하여 용사 삼만 명을 뽑아 밤에 보내며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성읍 뒤로 가서 성읍을 향하여 매복하되 그 성읍에서 너무 멀리하지 말고 다 스스로 준비하라(수8:3~4)
아이성 공격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여호수아는 두 번째 공격에서는 매우 치밀한 준비를 한다. 그 양상은 첫 번째 시도와는 너무도 확연하게 다르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백성 3천 명쯤이었고, 작전 지시도 없었고, 그 자신도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에서는 정예병 3만 명이었고, 치밀한 작전 지시가 있으며 그 자신이 작전에 시종 함께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만일 첫 번째의 실패가 오직 아간 때문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한 이후의 전투의 진행은 이전과 똑같아도 승리한다. 그런데 두 번째 시도가 그렇게 다르다는 것은 여호수아가 첫 번째 시도에 담긴 전쟁 지휘관으로서의 자신의 실수를 자각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차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첫 번째 시도의 전개 과정부터 분석해 보자. 여호수아 7장 2~4절이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해 준다.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아이를 정탐하고 여호수아에게로 돌아와 그에게 이르되 백성을 다 올라가게 하지 말고 이삼천 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이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하지 마소서 하므로 백성 중삼천 명쯤 그리로 올라갔다가 아이 사람 앞에서 도망하니 아이 사람이 그들을 삼십육 명쯤 쳐 죽이고 성문 앞에서부터 스바림까지 쫓아가 내려가는 비탈에서 쳤으므로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수 7:2~5).
이 구절에 나타난 지휘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의 임전 태도는 매우 안이하다. 우선 여기에는 지휘관의 작전 지시가 전혀 없다. 전쟁에 나선 이들도 그저 '백성 삼천 명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 다음의 사실들을 살펴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로 이 구절에는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라는 표현이없다. 이것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임되고 난 이후 중요한 일을 감당하는 그의 모습을 묘사할 때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요단을 건너던 날, 그는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수 3:1) 백성과 함께 싯딤을 떠났다. 여리고를 돌 때 그는 엿새 동안"아침에 일찍이 일어나"(6:12) 상황을 점검하였고, 일곱째 날에는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서"(6:15) 그 모든 상황을 지휘하였다. 아이성 실패 후에 아간을 심판할 때, 그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7:16) 이스라엘을 그 지파대로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성 공격 때에는"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백성을 점고하고 이스라엘 장로들로 더불어 백성 앞서 아이로 올라"(8:10)갔다. 요단강을 건넌 후 아이성을 정복할 때까지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없는 경우는 제1차 아이성 공격 때뿐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화잇은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신 대승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만심을 가지게 하였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그들에게 허락하셨으므로 그들은 안심하였고 하나님의 도우심만이 그들에게 성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또 잊어버렸다. 여호수아까지도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아이성을 정복할 계획을 세웠다(부조, 493).
아이성 정복을 앞두고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묻지 않았다. 그는 훗날다윗이 전쟁 시마다 그리했던 것처럼 "내가 올라가리이까”라고 물어야했다(삼하 5:19; 19:34; 왕하 3:8; 대상 14:10). 만일 여호수아가 그렇게 기도하며 하나님께 물었다면, 하나님은 아간의 죄를 알리시며 그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하셨을 것이다. 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던 여호수아가 여리고 정복 이후 자신감에 도취되어 너무 일찍 영적 긴장감을 풀어 버린 것이다. 아간의 죄를 알지 못한 지도자 여호수아의 실수가 컸다.
둘째로 첫 번째 시도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없다. 올라가라'는 허락도 없고, '네 손에 붙였다'는 약속도 없다. 여리고 정복 시에는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보라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붙였"(수 6:2)다는 약속이 있었다. 두 번째 시도 때에는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군사를 다 거느리고 일어나 아이로 올라가라"(수 8:1)는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일체 없다. 단지정탐꾼들의 제안을 듣고 올라가는 백성의 모습만 있다.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군사들은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리라는 보증도 없이 공격하여 돌진해 나갔다"(부조, 493). 여호와의 말씀도 없이 무심하게 공격을 허락한 지도자 여호수아의 실수가 적은 것이 아니다.
셋째로 첫 번째 시도 때에는 아무런 전략이 없었다. 이유는 여리고 정복 이후 지휘관인 여호수아는 물론이요 정탐꾼도 백성도 모두 교만하여졌기 때문이다. 정탐꾼들의 보고 태도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백성을 다 올라가게 말고 이삼천 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마소서"(수 7:3~4)라고 한다. 이것은 여리고 정탐꾼들의 보고처럼 '담대한 믿음의 보고'가 아니라 '건방진 자만의 보고'였다. 여리고성을 정복할 때에는 모든 이스라엘 진영이 겸손하고 섬세하게 믿음의 행군을 하였다. 두 번째 아이 공격 때에는 치밀한 매복 작전이 있었다. 전쟁에 참여한 군사들의 자질도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지 "백성 중 삼천 명쯤"(7:4) 올라갔었다. 그러나 두 번째는 용사 삼만 명을 뽑"8:3)아서 보냈다. 군사의 양과 질이 모두 달라진 것이다. 전쟁에서 전략도 없이 일반 백성을 올라가게 한 지휘관의 무심한 지도력이 재앙을 가져왔다.
넷째로 첫 번째 시도 때에는 여호수아가 함께하지 않았다. 지휘관이 없는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를 얻을 수 있는가? 여리고성 함락과 아이성 함락이 성공할 수 있었고, 반대로 아이성 1차 공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지휘관 여호수아가 함께하였느냐 여부이다. 마침내 아이 정복에 성공한 8장의 본문은 여호수아가 군사들과 함께하였다는 사실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본문은 여호수아가 "군사와 함께 아이로 올라"(83)갔고, "그 밤에 백성 가운데서 잤"(8:9)으며, “백성 앞서 아이로 올라"(8:10)갔다고 반복하여 지휘관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역으로 여호수아가 1차 때의 실수를 뼈아프게 반성하였음을 나타낸다.
이스라엘이 아이성 정복에 실패하였던 것은 결코 '단지 아간 때문만이 아니었다. 여리고성 정복 이후 해이해진 영적 긴장도와 자만으로 기도도 하지 않았고, 말씀도 듣지 않았으며, 아무런 전략도 세우지 않았고, 백성과 함께하지도 않았던 여호수아의 방심 때문이기도 하였다. 만일 그들이 여리고 때와 같은 영적인 상태를 유지하였다면 그들이 아이성 정복에 나서기 전에 아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호수아의 위대함은 그가 한 번의 실패 이후에 자신의 잘못을 수정하여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이성 공격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호와의 말씀을 들었으며, 전략을 세웠고, 백성과 함께하였다. 전쟁에서 장수가 한 번 패배할 때 흔히 하는 말로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한다. 그가 두 번째 시도를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했다는 것은 이전에 범한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두 번째 시도를 성공하였다는 것은 그가 한 번의 실수를 곧바로 극복하였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