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6
2 기행紀行 6 제단록무祭壇綠蕪 제단에 우거진 푸른 풀
동성문외송만주東城門外松萬株 동쪽 성문 밖에 일만 그루 소나무가 서 있는데
송하제단다록무松下祭壇多綠蕪 소나무 아래 제단祭壇에는 우거진 풀 많이 있네.
포상지하토령아苞桑枝下兎領兒 뽕나무 아래엔 토끼가 새끼를 데려가고
천초총변오포추淺草叢邊烏哺雛 얕은 풀 섶에는 까마귀가 새끼를 먹여 준다.
무수야화자개락無數野花自開落 무수한 들꽃들은 저절로 피었다 떨어지고
부진세등상연부不盡細藤相緣扶 한없는 가는 덩굴 서로 얽혀 붙들어 있네.
점야정회막지금點也情懷莫之禁 점點이 가진 회포 금할 길 없어서
풍호경일공지주風乎竟日空踟蹰 바람 쐬고 싶은 마음 진종일 망설였네.
►제단녹무祭壇綠蕪 녹색풀이 무성한 제단에서
동성문 밖에는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
소나무 밑 제단엔 초록풀이 무성하네.
뽕나무밑둥치 아래는 토끼가 새끼를 몰고
새로 돋은 풀 섶에는 까마귀가 새끼먹이를 주네.
온 들판의 야생화는 때가되면 피고지고
길고 긴 덩굴은 서로를 얽어서 붙잡고 있네.
증점이여, 그대를 애틋하게 그리는 마음 금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바람을 쐬며 공허하게 서성거렸다오.
►동성문東城門 서한西漢(BC202-AD8) 왕조의 수도였던 長安의 패성문霸城門.
푸른색을 칠해놓아서 靑門으로도 불림. 長安城에는 12개의 城門이 있었다고 전함
►제단祭壇 선농단先農壇. 지금의 제기동祭基洞에 그 옛터가 있다.
►포상苞桑 뽕나무 밑둥치.
뽕나무 뿌리는 깊이 박혀 단단하므로 물건을 거기에 매어 놓으면 든든함.
천지부괘天地否卦 구오九五
휴비休否 대인길大人吉 막힌 것이 잠시 풀리니 대인에게 길하다.
기망기망其亡其亡 망하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조심하며
계우포상繫于苞桑 마음을 튼튼한 뽕나무 밑둥치에 매어두듯 삼가고 경계하라
상왈象曰
대인지길大人之吉 위정당야位正當也 대인에게 길한 이유는 자리가 정당하기 때문이다.
►천초淺草 파릇파릇 싹트기 시작한 어린 풀
►점點 노鲁나라 사상가로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 증삼曾参(曾子)의 아버지. 孔門七十二賢
►풍호風乎 바람을 쐬다.
막춘자莫春者 춘복기성春服旣成 늦은 봄에 봄옷이 이뤄지거든
관동륙칠인冠童六七人 관동 6,7명으로 더불어
욕호기浴乎沂 풍호무우風乎舞雩 기수浙水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쏘이고
영이귀咏而歸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論語 先進>편
孔子가 그 제자인 자로子路ㆍ증석曾晳ㆍ염유冉有ㆍ공서화公西華와 함께 있다가 각각 그 바라는 뜻을 묻자
여러 제자들이 각기 제 뜻을 말할(言誌) 때 증점曾點이 남다르게 술회述懷하여 공자의 同感을 얻은 말이다.
조선시대에 이 故事를 본뜬 ‘풍호정風乎亭’ ‘풍호대風乎臺’ 등이 전국 각지에 지어졌었다.
►지주踟躕 머뭇거림. 주저躊躇함. 일을 딱 잘라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림 망설임.
‘머뭇거릴 지踟’ ‘머뭇거릴 주躕’ 머뭇거리다 주저躊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