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에 접어든다는 #입추 (立秋)가 지나서인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식물은 그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땅에 뿌리를 내려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자리에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계절뿐 아니라 시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물이 있어요. 바로 8~9월에 #보라색 #꽃 <사진 위>이 피는 ' #대청부채 '랍니다. 대청부채는 특이하게도 오후 3~4시 사이 꽃이 피고 밤 10시 전후 꽃이 오므라져요. 생물이 어떤 행동을 정해진 시간에 반복하는 것을 ' #생물시계 '라고 하는데, 대청부채도 이런 '생물시계'를 지닌 것입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달라요. 수련이나 얼레지 같은 꽃들은 해가 나면 꽃을 피우고 저녁에는 오므리고, #달맞이꽃 이나 #노랑원추리 등은 밤에 꽃을 피워요. 하지만 대청부채처럼 정확한 시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흔하지 않아요. 대청부채가 오후 3~4시에 꽃을 피우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었어요.
지난해 중국 베이징산림대 연구진 등은 이런 현상이 #유전 적으로 가까운 #범부채 와 #교잡 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가설 을 논문으로 발표했어요. 연구진은 2017~2019년 500m 거리에서 함께 자라는 대청부채와 범부채가 자연적으로 교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연구했어요.
우선, 범부채는 오전 7~8시에 피고 저녁 6~7시에 져서 대청부채(오후 3시~10시)와 #개화시간 이 달랐어요. 일부 개화 시간(오후 3~7시)이 겹치긴 했지만, #꽃가루 를 전해줘 #수정 을 돕는 #꿀벌 이 대청부채와 범부채를 찾는 시간이 겹치지 않아 교잡이 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어요. 이 연구로 '대청부채의 오후 3시 미스터리'가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대청부채는 #붓꽃 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인데, 1983년도에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됐고, #칼모양 #잎 <사진 아래>이 부챗살처럼 넓게 퍼져 대청부채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북한 에선 #참부채붓꽃 이라고 불러요.
대청부채는 중국, 러시아, 몽골 등에선 대체로 내륙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선 대청도, 백령도, 소청도, 충남 태안 무인도 등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요. 자라는 곳이 한정적이고 개체 수가 적은 데다, #관상용 으로 가치가 높아 채집하는 사람들이 많아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조선|글·사진=최수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