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豊亭記 觀豊亭子 이야기
歲己亥之旱 亢無古矣 自春徂夏 無一鋤之雨 麥旣不熟 秧亦苗枯 野皆龜坼 民至魚涸 擧世惶懍 似無接濟之策也
己亥年(1899)의 가뭄은 극심하기가 예전에는 없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비가 조금도 오질 않아 보리가 익지 않고, 모도 싹이 말라 버리고, 들은 모두 거북이 등처럼 터지고 갈라지니, 백성은 매우 위급한 처지에 이르렀다. 온 세상이 마치 어찌 살아갈 대책이 없는 듯 두려워하였다.
※亢높을 항, 極盡히 하다, 지나치다, 匹敵(능력이나 세력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서다)하다, 自負하다, 목, 목구멍, 龍마루(지붕 가운데 부분에 있는 가장 높은 수평 마루), 가뭄. 徂갈 조, 始作하다. 一鋤之雨: 호미자락비. 빗물이 땅 속에 스며든 깊이의 정도가 호미 날의 길이만큼 내린 비. 鋤호미 서, 김매다. 龜坼(균탁):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 親한 사이에 틈이 생기는 일. 坼터질 탁, 갈라지다, 싹이 트다.
※涸轍鮒魚(학철부어, 涸鮒, 轍鮒):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란 뜻으로, 매우 위급한 경우에 처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의 비유(莊子 外物篇). 동의어(轍鮒之急, 涸轍之鮒) 유사어(牛蹄之魚). 涸물마를 학. 轍수레바퀴 자국 철. 鮒:붕어 부.
※惶懍: (사람이 지체 높은 사람의 행동이나 은혜 따위가) 위엄 있고 분에 넘쳐 어렵고 두렵다. 類義語(惶恐, 惶悚, 悚惶). 惶두려울 황, 惶恐해 하다, 唐慌(唐惶)하다, (갑작스러워)어찌할 바를 모르다. 懍위태(危殆)할 름, 벌벌 떨다, 삼가다. 接濟: 살림살이에 必要한 物件을 차려서 살아 나갈 方道(方途)를 세움.
是歲 余與蒙學數人 日事尋繹古書 而旱騷彌震耳 根不靜一身撓惱 如在大紅爐 炎熱之中 幾欲成狂大叫 乃與從遊冠童 營起一亭於 槐堤東畔 椽簷不齊 編茅零星 藉老槐之枝 繆葉密成陰 則厚矣 掩雨則末也
이 해에 나와 함께 어릴 때 공부했던 몇몇이 날마다 古書에서 살펴 찾아보니, 가뭄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이 더욱 떨칠 뿐이었다. 뿌리가 고요하지 못하면 온몸이 흔들리는 데, 惱가 마치 빨갛게 달아오른 큰 화로 속의 뜨거운 열기 속에 있는 것 같으니, 미친 사람이 되어 아우성치려 하였다. 이에 德 높은 사람과 더불어 남자 어른과 아이들이 느티나무 방죽 동쪽 가에 亭子 하나를 세웠다. 서까래와 처마를 얽히고, 띠로 이엉을 엮고는 엉성하게 오래된 느티나무 가지를 깔고 잎사귀를 빽빽하게 엮어 그늘을 만들고 두텁게 하여, 비를 가리도록 하고는 끝냈다.
※尋繹: 찾아서 살핌. 旱騷: 가뭄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 紅爐: 빨갛게 달아오른 화로. 炎熱: 몹시 심한 더위. 成狂: 미친 사람이 됨. 從遊: 학식이나 덕행이 높은 사람을 좇아 더불어 사귀고 노닒. 冠童: 관례를 한 사람과 관례를 하지 않은 아이라는 뜻으로, 남자 어른과 남자아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 椽서까래 연. 編茅: 띠로 이엉을 엮음. 零星: 자질구레하다, 보잘것없다, 소량이다, 산발적이다, 드문드문하다. 繆얽을 무, 사당 차례 목, 틀릴 류, 목맬 규, 꿈틀거릴 료. ※방죽: 물이 넘치거나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세운 둑
其蕭條爲樣便 同搆木之巢 然而九苞鎭後 漢川繞前稍有 背山臨流之勢 林風不絶 眼界向濶矣
정자 주변은 쓸쓸하니 간단히 모양만을 갖추고는 나무로 얼기설기하여 둥지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九苞鎭을 뒤로 하고 漢川으로 앞을 조금 두르니, 背山臨水(배산임수)의 地勢이다. 숲으로 부는 바람이 끊이질 않고, 視界는 확 트였다.
※蕭條: 雰圍氣가 매우 쓸쓸함. 고요하고 조용함. 稍有: 조금 있다.
作亭之翌日 天雲作雨下連日 不霽野外 水色漸白 秧歌初起 隣老農伴 賀余作亭 得雨 乃以喜雨欲名亭 余俛而笑曰
亭子를 짓고 난 다음 날 하늘에 구름이 끼고 연일 비가 오고 개질 않았다. 들 너머 개울물이 점점 맑아지니 모내기 노랫소리가 처음으로 났다. 인근 어르신과 農夫들이 내가 亭子를 지으니 비가 왔다고 축하하고, 곧 喜雨로써 亭子 이름을 짓자고 하니, 내가 고개 숙여 웃으며 말하길,
喜雨亭 古人已得嘉名 而擅之不必苟且 掠美 且今之亭 亭之主人 無所比擬於 古之亭 亭之主人 寧欲無名焉 與吾共 不見知於世也
喜雨亭은 옛사람들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이미 썼으니, 함부로 이를 써서 苟且스럽게 하거나 남이 이룬 것을 가로챌 必要가 없다. 또 지금의 亭子는 主人이 옛날의 亭子에 비교하여 模倣(모방)할 것도 아니니, 亭子의 주인은 차라리 이름 없이 하고자 한다. 나와 함께 세상에 드러내어 알리지 않으려 한다.
※掠美: 남이 이룬 성과를 내 것으로 하다, 남이 세운 공을 가로채다. 奢麗: 사치스럽고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