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에 나선 레프리콘
나는 레프리콘이 데이트 비용을 낼 수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ㅎㅎ)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 침실을 나섰다.
그는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실크 재킷에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모자를 벗고 ,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아름다운 모습이군요. 숙녀분. "
그가 교양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 당신도 멋지답니다. 신사분. "
나는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답례 인사를 했다.
우리는 대문을 열고 , 집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마을을 향해 ,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을 때 ,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엘리멘탈들이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서 우리를 지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레프리콘 친구는 내 팔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 팔짱을 끼우더니 ,
120 센티미터 정도 되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 기품 있게 이쪽 저쪽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며 ,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 날 밤 , 우리는 그 지역에서 사는 존재들의 볼거리였다.
내 친구는 이 쇼를 굉장히 즐기고 있었다.
우리의 데이트를 위해 그가 엘리멘탈들에게 귀띔하여 , 그들이 미리 나와 있도록 준비한게 분명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따라 , 그들에게 미소와 함께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했다.
그러다 사마귀가 난 얼굴 , 빨간 눈 , 긴 발톱을 한 고블린이 아주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혐오감과 두려움을 티 내지 않기 위해 , 애를 써야만 했다.
군중들 속에서는 다른 이들처럼 큰 소리로 환호하는 레프리콘의 아내와 두 아이도 있었다.
나에 대해 질투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몇 걸음을 더 걸어가자 , 우리 발 밑으로 레프카펫이 펼쳐졌고 , 환호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나의 이웃 주민인 엘리멘탈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
다양한 계급이 와 있었다.
레프리콘 , 드워프 , 고블린 , 노옴 , 하지만 왕족인 엘프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 날 저녁에는 우리가 귀족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계속 걸어가자 , 엘리멘탈들은 우리를 보겠다며 서로를 밀쳐댔다.
그들은 대열을 깨고 우리를 따라 오다 이내 싫증을 내며 돌아갔다.
이제 우리 둘만 남겨졌다.
쇼가 끝난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팔짱을 풀고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 저들은 인간들을 따라 해보는 것을 좋아하지.
조금 전의 쇼는 그러기에 완벽한 기회였소. "
" 그런 것 같네요. " 내가 대답했다.
" 저들 중 일부는 나 혼자서 만나는 것보다 밝은 낮에 당신과 함께 만나는 것이 더 좋겠어요. "
그는 나를 다시 봐야겠다는 듯 , 눈썹을 추켜 세웠다.
" 나는 인간이 일부 엘리멘탈의 외모만으로도 겁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놀랍소. "
" 단순히 그들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에요.
그들의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다고요.
어떤 이들은 사악하다는 게 느껴져요. "
나는 그의 말에 반박했다.
" 당신이 뭘 말하는지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인간이 강한 자아를 갖고 있으면 ,
그 어떤 엘리멘탈도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소.
인간이 두려워 할 때 , 그리고 자아가 무너질 때나 문제가 생기는 것이오.
그럴 때 고블린은 인간의 오라 속으로 들어가 생명 에너지를 훔치지. "
어두운 구름이 석양을 가렸고 , 나는 내면으로 침잠했다.
조금 전에 그가 묘사했던 것처럼 , 내 오라가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어둠에 빠져 있는 인간들이 사악한 존재나 생각들의 유입에 얼마나 취약한지 생각했다.
내 생각을 읽은 레프리콘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 욕조 안에서 우리는 엘리멘탈의 금기 사항
즉 , 다른 계급끼리 성적 에너지를 나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소.
하지만 만지기 , 보기 , 듣기 , 말하기를 통해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는 것은 허락되어 있소.
우리 중 가장 강한 엘리멘탈은 당신이 한 것처럼 생각을 통해 에너지를 나눌 수도 있지.
당신과 내가 욕조에 있었을 때 ,
우리의 에너지는 물을 통해 , 서로에게 흘러 들었소.
당신의 정신력은 매우 강하오.
따라서 당신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에너지가 흘러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렇게 흘러 간다오.
이는 당신의 정신력이 강한 탓도 있지만 ,
당신이 치유사인 탓도 있소. "
나는 레프리콘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 워크샵 참가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직접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었다.
나는 사람들이 내게 증상을 말하지 않아도 ,
그들이 느끼는 두통이나 , 몸의 불편한 증상들을 느낄 수 있었다.
또 ,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의 통증을 알려주면
내 에너지가 그들에게 흘러가
그들을 치유하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힐러이자 치유사인 타니스 헬리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