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로 귀화한 라틴 팝계의 섹시 스타 제니퍼 로페즈◈
영화배우로 성가를 드높이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 라틴 팝 열풍을 주도했던 공신 중의 하나인 그녀가 햇수로 2년만에 새 앨범 [J.Lo]를 내놓는다. 놀랍게도 R&B의 색채가 가득한 앨범으로 돌아온 제니퍼 로페즈. 그녀는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처음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랬을 것임에 틀림없다.
'영화로 뜨니까 이제 가수까지 해 보려나보군...어디 얼마나 하나 두고 봐야지...'
하지만 그녀의 데뷔 앨범 [On The 6]에서 싱글 커트된 'If You Had My Love'가 빌보드 팝 싱글 차트에서 5주간 연속 1위를 하자 사람들의 시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 제법인데...'
물론 '내 몸매는 완벽하기 때문에 교정할 곳이 없다'며 모 속옷 회사로부터 받은 거액의 CF 계약 제의를 거절했다는 보도가 있었을 만큼 몸매에 자신이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연출이었는지 모르지만 뮤직 비디오에서는 물론 각종 행사장에서 과감한 노출 패션을 선보였던 것이 음반 판매에 영향을 주었을 뿐이라며 애써 비하하는 축들도 있긴 했었다.
하기야 어느 누구도 제니퍼 로페즈를 언급할 때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언급하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그녀가 시쳇말로 '몸으로 때우기' 식으로 일관한 듯 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같은 푸에르토리코계인 리키 마틴이 촉발시킨 라틴 팝 열풍에 힘입은 측면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건 그녀 역시 라틴 팝 열풍을 확산시키는 역할은 충분히 해냈고,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그녀의 연인 퍼프 대디의 영향이 다분한 것으로 보이는, 라틴 팝과 힙 합, 그리고 세련된 팝적 감각이 조화된 데뷔 앨범 [On The 6]도 음악적으로 보아 결코 뒤질 것 없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음악과 그것을 전달하는 가수의 엔터테이너적 능력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제니퍼 로페즈는 가수로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연기자로서 노래를 했던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어왔지만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예는 그리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연기자가 노래를 하면 왠지 어설퍼 보이고 가수가 연기를 하면 그것 또한 어색해 보이는 것이 보통 아니던가? 아마도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예라면 마돈나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런 도전은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같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공하면 '다재다능하다', '팔방미인이다'라는 식의 찬사를 듣게 되지만 실패하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혹평을 뭇매맞듯이 맞게 되기 마련인 것이고 실패할 확률이 성공 쪽 보다는 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내놓는 소포모어 앨범 [J.Lo]는 제니퍼 로페즈로서는 데뷔작의 성공이 '소 뒷걸음치다가 쥐잡는 격'이 아니라 진정한 능력과 노력의 결과물이란 것을 검증받을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인 듯 하다.
영화에서 거둔 성공 발판으로 가수로 데뷔
제니퍼 로페즈는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Bronx)에서 1970년 7월 24일 푸에르토리코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라틴 음악 열풍을 주도한 리키 마틴과 마크 앤소니는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푸에르토리코계 3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네 살 때부터 팝 스타를 꿈꾼 제니퍼는 인기 코미디물 에 출연하면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TV 시리즈 등에 출연했고 그레고리 나바(Gregory Nava) 감독의 영화인 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 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에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출연했고 웨슬리 스나입스와 우디 해럴슨 주연 과 비명에 간 테하노(Tejano) 뮤직 스타 셀레나(Selena)의 전기를 담은 영화 에서 셀레나 역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가운데 드디어 그녀의 출세작이 터졌다. 매력남 조지 클루니와 함께 한 스티븐 소더버그감독의 <표적(Out Of Sight;1998)>이 그것. 이 영화에서 그녀는 개런티 200만 달러를 챙기는 빅 스타로 성장했다. <아나콘다>에 존 보이트와 아이스 큐브 등과 함께 모습을 보였고 그 후엔 드림워크스의 애니메이션 <개미(Antz)>에서는 'Azteca'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본업인 배우로서 그녀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여름의 사이코스릴러 <셀(The Cell)>에서 심리치료사 역으로 나왔고 최근엔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를 바꾸어 에 매튜 맥커너기와 함께 출연했으며 곧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에도 여자 경찰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1999년 내놓은 그녀의 데뷔 앨범 [On The 6]는(여기서 '6'은 그녀가 과거 무명 시절 이용하던 지하철 라인이라고 한다) 생동감 넘치는 라틴 리듬과 거리의 힙 합 비트, 그리고 디스코와 R&B, 랩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뒤섞여 있는데 이처럼 '리듬감' 강한 장르를 믹스해놓은 가운데서도 제니퍼는 이를 투박하지 않고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이와 함께 곳곳에 담겨있던 R&B와 라틴 음악 또는 팝 성향의 발라드들은 앨범의 대중성을 한껏 높여주며 상업적 성공에 기여했고 이 결과 전세계적으로 무려 6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앨범엔 명 프로듀서들의 참여도 눈길을 끄는데 'If You Had My Love'에는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흑인 음악계의 명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가, 또 힙 합 댄스 트랙 'Feelin' So Good'에는 그녀의 연인인 힙 합계의 '황금 손의 사나이' 퍼프 대디(Sean "Puffy" Combs)가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이 곡에선 팻 조(Fat Joe)와 빅 퍼니셔(Big Punisher)가 래핑을 맡았다. 또 하나의 히트곡인 댄스곡 'Let's Get Loud'는 라틴 팝 디바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남편이기도 한 에밀리오 에스테판이 프로듀서를 맡았었다. 또한 살사의 황제 마크 앤소니와 듀엣으로 들려주는 발라드 넘버 'No Me Ames'가 두 가지 버전으로 실려있는 등 히트를 예감하게 하는 요소는 충분했고 결국 센세이션이라고 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미 상 후보에 올랐고 'Waiting For Tonight'으로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최우수 댄스 비디오' 부문을 수상했다.
첫 싱글 영국서 1위, 미국 차트서도 상승중
그녀에겐 부담감 가득한 작품이 될 수도 있을 이번 앨범 [J.Lo]는 지금까지는 출발이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먼저 첫 싱글로 발매된 'Love Don't Cost A Thing'은 영국 싱글 차트에서 당당히 1위로 데뷔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1월 20일자 현재 10위까지 오르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새 앨범은 우선 프로듀서 등 참여 아티스트 면에서 보면 전작의 컨셉트를 계승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퍼프 대디, 로드니 저킨스, 릭 웨이크, 에밀리오 에스테판 등 데뷔 앨범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또 다시 나서고 있고 제니퍼 로페즈는 전작보다 송라이터로서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런데 사운드 면에서 보면 커다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바로 강한 R&B의 색깔이다. 이런 느낌의 곡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전체적인 느낌은 '라틴 팝 스타'보다는 'R&B 뮤지션' 쪽으로 다가서 있는 느낌이다. 같은 소니 뮤직의 R&B 스타 데스티니스 차일드를 떠올리게 한다. 전작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라틴 소울'이라 명명했던 컨셉트 즉, 힙 합과 라틴 음악의 혼합물은 이 앨범에 와서는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이다. 물론 전작에서도 R&B적 새채를 가미하긴 했지만 이번 앨범처럼 전면에 나타나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앨범에서는 펑키(funky) 사운드와 일렉트로니카 등 더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수용해내고 있다.
보이존과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릭 웨이크가 프로듀싱을 맡은 첫 싱글 'LoveDon't Cost A Thing'이나 'I'm Real' 등은 R&B적 성향으로의 선회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물이다. 'Play'에는 펑키(funky)한 감각이 넘실대고 있고 'Walking On Sunshine'은 테크노적 성향이 다분하다. 물론 아직도 'Carino'나 'Ain't It Funny', 스페인어 가사의 'Dame(Touch Me)', 'Si Ya Se Acabo' 같은 라틴 곡들도 있지만 미국적 R&B 성향으로 많이 기울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가 과감한 음악적 변신의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이 아티스트로서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문이 살짝 열린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보아도 사실 그녀는 힘있게 내지르는 디바형 가수에게 후한 우리 기준으로 보면 노래 잘 하는 가수는 아니다. 게다가 이번 앨범의 첫 싱글 'Love Don't Cost A Thing'에서도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과감한 노출은 아티스트로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됐건 간에 제니퍼 로페즈는 대중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훌륭한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니 이에 대해 더 이상의 시시비비는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글·원용민(wonster@o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