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 문단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삭제해도 무방한 곳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살펴본 결과 '장애인 출입 가능한 만만한 맛집'은 없었기에,
원래 하려고 했던 시리즈 2부는 다음주 내로 '빕 구르망 식당 중 장애인이 식탁까지라도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소개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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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미쉐린답게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난달 초 미쉐린이 엄선한 맛집 리스트를 발표한 후 ‘별’을 받은 식당들에는 두 달 치 예약이 꽉 찰 정도였다. 그만큼 미쉐린은 맛집 평가에서 신뢰도가 높다.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받은 전문 평가단이 총 2회 방문해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2. 평가 종목은 세 가지로 나뉜다. 별 한 개부터 세 개까지 붙여 평가하는 일명 ‘본선’은 고급 레스토랑들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특별히 가성비가 좋은 (인당 식사비 3만5000원 이하의) 맛집들은 ‘빕 구르망’으로 분류한다. 나머지는 전부 묶어 기타 추천 맛집으로 소개하게 된다. 그리고 선정된 모든 맛집들은 그 분류와 상관 없이 독자들이 쉽게 식당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예약 필수/불가’ 픽토그램, ‘발렛 파킹 가능’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미쉐린이 ‘잘 만든 맛집 평가서’라고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3. 픽토그램 중엔 ‘장애인 접근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 ‘장애인 접근 가능’ 픽토그램은 다른 것들과 달리 발견하기가 어렵다. 143개를 다 꼼꼼히 살펴보니 해당 픽토그램이 찍힌 맛집은 10%가 채 되지 않는 13곳에 불과했다. 믿기지 않아 미쉐린 코리아에 문의해보니 “나머지 130개 맛집은 누락된 것이 아니다. 해당 픽토그램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식당 내부의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와 식당 내부 환경, 장애인 사용 가능 화장실 유무, 주차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4. 본선에서 별을 받은 고급 레스토랑 24곳도 이 장애인 픽토그램 앞에는 처참히 무너졌다. 해당 픽토그램이 찍힌 건 3스타의 ‘라연’과 2스타의 ‘피에르가니에르’, 1스타의 ‘유 유안’ 뿐이다. 나머지 10개는 기타 추천 맛집으로 돌아갔다. 가성비가 좋다는 ‘빕 구르망’ 맛집 32곳은 단 하나도 장애인 접근 가능 픽토그램을 받지 못했다.
5. 전체 장애인 접근 가능 레스토랑 13곳에는 큰 공통점이 있다. 강남의 유명 한우갈비집 ‘삼원가든’을 제외한 12곳은 포 시즌스,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엠베서더, 신라, 롯데, 웨스틴조선 등 비싸기로 유명한 5성급 호텔들 안에 마련된 레스토랑들이었다. (표 참조) 특급호텔들은 규정상 호텔 급을 충족하려면 장애인 접근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표)
6. 문제는 가격이다. ‘빕 구르망’ 맛집들은 저렴하게는 몇 천 원부터 비싸도 최대 3만5000원 이내에서 즐길 수 있지만 특급호텔 레스토랑은 인당 최소 15만원에서 비싸면 30만원도 넘는 식비를 지출해야 한다. 호텔 식사답게 와인도 주문한다면 2인 식사비용 40만원은 기본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수록된 맛집 중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곳은 이 특급호텔 레스토랑 12곳과 ‘삼원가든’뿐이다. ‘삼원가든’은 주메뉴인 한우양념갈비가 150g에 5만8000원이다.
7. 미쉐린 가이드가 나머지 130곳에 픽토그램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나는 위에서 드러났듯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면 기본적인 장애인 접근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식당들이 장애인 접근 시설 중 적어도 어느 정도를 갖추고 있는지조차 픽토그램을 통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휠체어 사용자는 “엘리베이터, 경사로만이라도 있다면 일단 찾아가보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8.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대부분 식당을 찾기 전 먼저 접근 가능 여부를 사전 연락을 통해 파악하곤 한다. 신정연(23)씨도 마찬가지다. 신씨는 “매번 전화로 확인을 하지만 막상 가보면 입구가 좁거나 통로에 계단이 있는 곳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화를 하고 확인하는 데에도 5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식당에서 장애인 접근 시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미쉐린 코리아는 “(불편을 덜 수 있도록) 내년도 평가서에는 해당 정보를 더 자세히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가 보완되면 휠체어 사용자들 뿐 아니라 유모차를 동반한 고객, 캐리어를 끄는 여행객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9.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서 ‘장애인 접근 가능’ 픽토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한국의 식당 문화 전반에서 여전히 장애인 고객들은 차별받고 있음을 뜻한다. 이어질 ‘미쉐린 가이드 서울’ 에서는 더 성숙한 대한민국 맛집들이 수록되기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좋은 기사네요.
재밌는 기사네요. 품을 판 흔적도 엿보이구요. 몇가지 소소한 걸 말씀드리면 1) 빕 구르망(Bib Gourmand) 이런 식으로 병기해서 표기해주시면 좋겠고요. 2) "미쉐린 가이드가 나머지 130곳에 픽토그램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주어와 호응이 불분명합니다 3) 실제 미쉐린 가이드의 픽토그램을 캡쳐해서 보여주고 캡션을 달아 해설해주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