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보리암으로 1... (사천을 지나며)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이곳에 초당(草堂)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 암자(庵子) 이름을 보광사라 하였다. 고려 말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현종은 이 절을 왕실의 원당(願堂)으로 삼았다. 또 산 이름을 금산(金山), 절 이름을 보리암(菩提庵)이라고 개액(改額)하였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관세음보살 성지(聖地)다. 푸른 바다와 수많은 돌들이 섞이고 섞여 조화를 이루는 보리암을 1월 14일 여행을 떠났다.
한화산악회를 따라 떠난 여행길은 금산과 산청휴게소를 거쳐 사천IC로 빠져 나간다. 항공우주산업과 해양관광 도시인 사천시... 해와 달,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답게 펼쳐진 곳이다. 사천 공항을 지난다. 공군 관할 비행장으로서 한국전쟁 당시 주요 기지(基地)로 활용되었던 사천공항은 김포, 제주에 취항하였지만 고속도로와 철도의 개통, 지방도로의 확충 등으로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양양, 청주, 강릉, 군산, 목포, 여수, 포항, 예천 공항도 마찬가지다. 사천 공항 내에는 한국 우주 박물관과 과학관이 있다.
더 내려가면 조명군총(朝明軍塚)... 정유재란 때 이곳 선진리성에서 전사한 조명연합군(朝明聯合軍)의 집단무덤이다. 당시 왜군은 자신들의 전과를 증명하기 위해 전사자의 귀와 코를 잘라 본국으로 보내고 목만 베어 선진리성 밖에 묻었는데 악취가 심해 현재의 위치로 이장하였다. 사천선진리성(泗川船津里城)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용하여 왜선(倭船) 13척을 침몰(沈沒)시킨 승전지다. 또 정유재란이 종료될 때 왜군이 퇴군(退軍)의 거점으로 급히 축성(築城)하였다. 천여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면 장관을 이루며 상춘객을 맞이한다.
우측으로 사천대교를 바라보면서 다솔사(多率寺)가 생각난다. 신라 지증왕 때 연기(緣起) 조사에 의해 영악사(靈嶽寺)로 창건하였다. 의상, 도선, 나옹선사, 만해 한용운, 소설가 김동리 등이 이 사찰을 거쳐 갔으며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초 소실된 것을 복원하였다. 이곳의 대양루(大陽樓)는 영조 때 건축물이며 대웅전 후불탱화 속에서 108개의 사리가 발견되어 본당을 적멸보궁(寂滅寶宮)으로 바꾸었단다. 또한 마애불과 보안암(普安庵)은 고려 말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多率은 소나무가 많은 곳으로 생각되지만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나무가 실제로 많다. 삼천포 대교에 도착한다.
남해 보리암으로 2... (삼천포 대교를 지나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대상을 수상한 삼천포 대교... 섬과 섬, 산과 바다를 잇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해도를 육지와 잇는 남해대교를 시작하여 진도 대교, 돌산 대교, 압해 대교, 고금대교 등 곳곳에 연육교(連陸橋)가 완공되었는데 우리충청도의 대천과 안면도 간의 도로는 언제쯤 개통될까? 남해도는 육지와 불과 1km가 되지 않는 짧은 뱃길로 이어졌다. 조선 중종 때 자암 김구가 ‘화전별곡’의 소재로 삼은 곳이다. 그리고 충무공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또한 숙종 때 이곳에 유배되었던 김만중(金萬重)... ‘구운몽’을 구상했던 곳이다.
현종 초에 시작된 예송논쟁에 뒤이어 경신환국, 기사환국 등 정치권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그 영향을 심하게 받았던 광산김씨...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 김집, 김익겸으로 이어진 김만중은 유복자(遺腹子)였으니 명문 가문에 비하여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그가 유배되었던 남해의 노도... 짙고 푸른 연꽃(碧蓮), 3천년 만에 핀다는 우담바라의 마을 바로 앞 삿갓처럼 생긴 섬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금산의 절경과 앵강만의 풍광은 일품이다. 그가 떠난 지 300여년... 정치가로, 문신으로, 소설가로, 시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대 문호다.
3개의 섬을 5개의 교량으로 이어진 창선 삼천포 대교... 3.4km에 걸쳐 다섯 개의 다리가 이어져 육지와 섬을 연결하였다. 일본과 합작한 남해대교와는 달리 순수 우리 기술로 개통한 이 다리는 이름도 생소한 ‘하로식 아치교’의 창선대교, ‘PC박스 상자형교’의 늑도대교, ‘중로식 아치교’ 형식의 초양대교, 사장교 형식의 삼천포대교 등 각각의 모양은 마치 교량 박물관을 보는 듯하다. 마치 다섯 손가락처럼 형제 다리로 느껴진다. 봄에는 벚꽃 길, 여름에는 피서지 등 섬섬옥수(纖纖玉手) 한려수도의 진경(珍景)을 느낄 수 있다.
‘다섯 손가락처럼 형제’하니 형제는 수족과 같고(兄弟爲手足) 마누라와 자식은 의복과 같다(妻子爲衣服) ‘라는 장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느 바닷가에 부인과 여동생과 함께 조개잡이를 하는 어부가 있었단다. 그들은 조개, 게 등을 잡아 구럭에 어지간히 채웠지만 구럭을 채우는데 신경을 쓰느라 물이 들어오는 줄을 몰랐다. 사방으로 밀려오는 물... 목숨까지 위태로울 때 누구를 먼저 구할까? 이때 아내를 먼저 구하였지만 여동생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데서 나온 이야기란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다.
남해 보리암으로 3... (창선도를 지나며)
구럭이란 새끼로 그물처럼 만든 물건을 뜻한다. 한편 목숨 하니 신명(身命)을 바쳐야 할 정치인들을 비평해 본다. 선거철이 되니 의안(議案) 통과는 뒷전에 두고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꼴... 뻐꾸기처럼 다른 둥지에 알을 낳고 밀어내는 것처럼 가관(可觀)이다. 산업화를 이끌었던 공화당과 민정당... 정권연장을 위하여 삼당합당을 하였고 안방까지 독차지한 뻐꾸기 새끼들의 후예가 새누리당... 또 YS의 후예인 노무현 대통령을 모셔와 정권을 연장시킨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이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자기내 당의 대선후보로 등장시키고 있으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삼천포대교를 지나면 남해군 창선도다. 오른쪽으로 가면 이순신 장군의 호국길인 바래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다. ‘바래’란 남해 사람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물때를 맞추어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캐는 남해의 토속어다. 이곳 대백리 ‘창선 왕 후박나무’... 500년 전 이 마을에 살던 노부부가 어느 날 큰 고기를 잡았단다. 그 고기 뱃속에 씨앗이 있어 그것을 뿌렸더니 자라났다고 전한다. 11개로 갈라진 가지가 반달 모양으로 장관을 이룬다.
여행길은 국도 3번을 따라 우측으로... 곳곳에 마늘밭이 많으며 매년 5월에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남해군을 보물섬이라 하는데. 이는 마늘 덕분이 아닐까? 한편 더 내려가면 성명사... 작고 아담한 암자로 한눈에 바다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나라의 석굴암의 모태(母胎)라 할 수 있는 동굴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부처님 옆에 흐르는 약수... 삼배(三拜)를 올리고 물을 마시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생각에 움직이면 육신이 고달프고, 육신에 움직이면 마음이 편하다.’는 부처님 말씀이 생각난다.
더 내려가면 대방산 운대암(雲坮庵)... 옥천마을에서 대방산(臺芳山)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에 오른다. 깊은 계곡 아래 저수지 물빛이 내리쬐는 곳, 햇빛이 반사되어 은하수를 만든다. 반짝이는 은하수를 돌아가면 구름에 떠 있다 하여 이름 지어진 雲坮庵... 아침에 기도하면 저녁에 영험(靈驗)을 보는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팔선지(八仙地) 명당이란다. 이곳의 아미타후불탱( 阿彌陀後佛幀)... 조선시재 제작한 것으로 문화재다. 또 臺芳山 정상까지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지리산 천황봉과 사량도 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남해 보리암으로 4... (보리암에서)
창선교를 지나면 남해군 삼동면이다. 1980년 완공, 92년 붕괴되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95년 다시 개통하였다. 이곳을 지족해협이라 하는데 주변에 죽방렴(竹防簾)이 설치되어 있다. 竹防簾이란 빠른 물살과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몇 백 년을 내려온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竹防은 대나무로 만든 그물망을 말한다. 주로 멸치가 많이 잡혀 죽방멸치라 한다. 이 멸치는 비늘에 상처가 하나도 없어 굉장히 고가(高價)로 팔리는 명품이라 황제 멸치라 한다. 한편 당구에서 죽방은 칠 때마다 계산해 주는 게임을 말한다.
지방도1024번과 국도 19번을 따라 가면 금산 보리암 안내판이 곳곳에 있다. 안내판을 따라 오르니 복곡 저수지... 그 위에 넓은 제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로 10여분 오르니 제2주차장... 등산로 3.2㎞... 왕복 2000원이 아까운지, 아니면 건강상 걷는지...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최희준의 하숙생 노래가 생각난다. 사람마다 각각의 사연이 있겠지... 찾아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고 물어보면 모두 사연이 있다. 꾹 짜보면. 슬프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고 털어보면 모두 아픈 사람들이다. 살펴보면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다.
체2주차장에 한쪽 구석에서 막걸리 한잔을 들고 있다. 막걸리 하니 전주 막걸리가 생각난다. 맛과 멋... 예향(藝鄕)의 고장 전주... 藝鄕이란 말답게 흥(興)을 돋우는 술과 함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멋이 있는 고장이다. 전주는 술을 빚는데 꼭 필요한 쌀, 물, 누룩이 풍부하여 좋은 술을 빚는데 훌륭한 곳이다. 넉넉한 인심을 담은 막걸리... 사계절 신선한 제철 음식을 안주로 푸짐하게 제공하는 막걸리 문화... 원조인 삼천동, 서신동, 경원동, 효자동, 평화동, 인후동, 전주역과 가까운 우아동까지 곳곳에 권역을 이루고 있다.
보리암에 도착한다. 주세붕 선생의 글이 새겨진 문장암, 300여리 바닷길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망대, 웅장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는 대장봉, 신라시대 고승(高僧)들이 수도한 자리인 좌선대, 진시황의 아들이 유배되어 살았다는 부소암, 로맨틱한 전설을 가진 상사암,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읽었다는 화엄봉, 일자 또는 월자로 보이는 일월봉, 두 개의 무지개를 닮은 쌍홍문 등이 절경을 이룬다. 이 주변에는 한려수도 해상공원의 텃새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단다. 오늘 여행길... 삼천포 수산시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친다. 고맙습니다.
보리암 주변
첫댓글 좋은데 다녀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