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32강 서울 이랜드FC 전에서 연장승부 끝에 팀 승리를 이끌어낸 성균관대 설기현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설기현 매직'이 '잠실벌'을 뜨겁게 달궜다. 성균관대가 적지에서 서울 이랜드FC를 낚아올리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완성했다. 20대 특유의 당찬 패기로 서울 이랜드FC의 노련미를 뛰어넘으며 대학축구 대표 강자로서 저력을 마음껏 뽐냈다.
성균관대는 1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에서 서울 이랜드FC와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성균관대는 이날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뒤엎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서울 이랜드FC의 벽을 파괴하며 '유쾌한 반란'을 완성했다. 2라운드 FC 의정부 전 4-3 역전승, 3라운드 인천대 전 1-0 승리에 이어 이날도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는 등 형들의 콧대를 제대로 납작하게 만들었다.
"사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제일 걱정했던 것이 선수들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다. 경기 전부터 위축되지 말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요구했고,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자신있게 하지 못하면 프로 선수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얘기했다. 서울 이랜드FC가 K리그 챌린지에 속했어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포진되면서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16강에서 어느 팀과 대결할지는 모르지만, 선수들에게 다시금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요약된 이날 경기에서 성균관대는 선수비-후역습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한 서울 이랜드FC를 맞아 전반 초반부터 움츠러드는 법 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형들의 간담을 제대로 서늘케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낳았다. 스탠딩으로 맞붙는 것보다 볼을 탈취한 뒤 양 측면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서울 이랜드FC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인표와 이진현, 김민수(이상 1학년) 등 신입생 선수들도 심리적인 중압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대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설기현 감독의 근심을 덜어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로 서울 이랜드FC의 맹공을 저지한 가운데 후반 13분 이진현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잠실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선취골의 기쁨도 잠시 성균관대는 후반 20분 타라바이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연장전에 내몰린 가운데 연장 후반 1분 또 한 번 타라바이에게 골을 헌납하면서 '대어' 사냥을 눈 앞에서 흘리는 듯 했다. 그러나 프로팀 형들을 한 번 물고 뜯자는 투지 만큼은 경험과 노련미 등의 열세를 극복하고도 남았다. 성균관대는 연장 후반 5분 전진수(4학년)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로 몰고갔다.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성균관대의 '구세주'는 골키퍼 최영은(3학년)이었다. 최영은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상대 타라바이와 김영광의 슈팅을 잇따라 막아내며 경기 분위기를 성균관대 쪽으로 몰고왔다. 최영은의 선방에 탄력 붙은 성균관대는 3명의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한국판 칼레의 기적'에 종지부를 찍었다.
"신입생 선수들이 많아 전반 초반에 빨리 실점했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려서 어려운 경기가 됐을텐데 전반을 0-0으로 마무리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신입생 선수들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후반들어 찬스를 만들어가며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서울 이랜드FC 선수들도 흔들린 것 같다. 전반에는 서울 이랜드FC 선수들이 경험 많고 노련한 선수들이라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후반 많은 압박을 하다보니 측면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훈련했던 우리만의 파트를 보여주는 것이 살 길이라는 판단 하에 선수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요구했는데 잘 따라줬다. (최)영은이는 지난 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고, 오늘 결정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진수는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는데 훈련 때 굉장히 열심히 했던 선수다. 짧은 시간에 제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고생했던 경기였다."
FA컵 32강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연출한 성균관대의 시선은 이제 FA컵 대학팀 역대 최고 성적(2014년 영남대, 2006년 호남대 8강)을 향해있다. 향후 16강 대진 추첨 결과에 따라 맞상대가 결정되지만, 오인표와 이진현, 김민수 등 신입생 선수들이 빠른 적응력을 과시하며 스쿼드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해결사 정준규와 살림꾼 위현욱(이상 4학년) 등 고참 선수들도 내실있는 플레이로 후배 선수들과 성공적으로 어우러지며 신-구 조화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재 U리그 5권역에서 고려대, 숭실대, 광운대 등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성균관대는 U리그와 FA컵을 병행하면서 내실을 착실하게 다진다는 복안이다. 경험과 노련미 등은 여전히 형들에 비할 바 못되지만, 현재 흐름만 놓고보면 역대 최고 성적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살아숨쉬는 '설기현 매직'에 축구팬들의 기대치도 더욱 증폭되는 실정이다.
"U리그 일정이 있기에 리그와 병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팀이 좀 더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우리는 FA컵에서 배우는 입장에 놓여있다. 역대 최고 성적에 대한 욕심은 아직 크게 내고 있지 않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 독이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노력해서 결과를 얻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잘 다독거릴 생각이다. 오늘도 우리 팀 경기에 많은 팬 분들이 바쁜 일상을 쪼개시고 응원을 보내주셨다. 팬 분들이 찾아주셔서 응원해주실 때 선수들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팬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등에 업고 16강에서도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내겠다." -이상 성균관대 설기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