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몰아가는 경찰의 수사심리를 프로파일링한 바 있다. 드디어 경찰의 숨은 의도가 드러났다. (관련기사 : 강남역 살인사건, 경찰은 여성혐오를 가리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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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강신명 경찰청창은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우려자에 등록제를 적용하듯이 정신질환자의 경우 자료를 보건소와 병원, 경찰서
등에서 공유하면서 일정 기준에 의해 점검하는 제도”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강신명 청장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경찰은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명단을 미리 확보하고, 현장에서 식별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신속히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행정입원의 수월성을 위해 경찰과 긴밀히 협조할 지정병원까지 둘 계획도 발표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보도에 빠짐없이 달리는 댓글 “제발 미친놈들 길거리 못 돌아다니게 국가가 좀 관리해라”는 요청에 정확히 부응하는
계획이다.
수사 초반에 서둘러 정신분열에 의한 살인으로 단정 짓고, 경찰청 차원에서 정신질환자 범죄율 관련 통계를 언론에 제공하고, 때마침 유사
사건으로 부산 국제시장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자의 취중 난동이 대서특필되는 되는 데 강신명 경찰청장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피의자 김모씨(34)의 조현병력이 밝혀진 순간 이미 정신분열증에 의한 살인이라는, 위험한 정신병자들에 대한 경찰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게 아닐까?
"경찰에
의한 강제입원, 정신장애인이 범죄자냐?"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정신보건법 상 경찰의 행정입원 신청권 조항 신설에 반대하고 있는
모습.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강신명 경찰청장의 의지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이미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가족) 외에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자는 정신과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신청을 받은
시·군·구청장밖에 없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 경찰은 자신들도 정신질환자의 행정 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4월 29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소위에 참석한 경찰청 소속 수사과장의 진술은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표를 예고하는 듯하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는데 경미 범죄를 범한 경우에 지금 치료감호 이외에는 특별한 강제수단이 없다”면서 일명 '트렁크살인사건'과 '경남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의 범인은 “이미 무수한 전과가 있고 경미한 범죄로 경찰서를 들어왔지만 풀려나와” 끔찍한 살인까지 저질렀다며, 그런 자들에 대한 예방적
구금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정림 의원이 “그런데 그 두 분 다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얘기가 없었어요”라고 문제 제기하자, 경찰청 수사관은 “지금 이 경우에도
지적장애로 판명된 사항이고..”라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지적장애는 정신질환이 아닌데 말이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는지 “전부 정신질환의 병력이
있었고 제때 보호받지 못한 사례”라고 고쳐 말했지만, 두 범인이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는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지는 끝내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애초 그 둘을 구분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적장애든 정신질환자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경범죄를 저지르며 돌아다니다가
살인사건까지 일으키니 범죄예방차원에서 그런 자들을 행정입원 절차로 강제 구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행정입원 신청권에 대해 ‘전문성’ 문제와 ‘남용’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자 한발 물러나 경찰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기한 수정안을 요구했다. 문정림 의원이 어차피 경찰뿐 아니라 누구든 요청할 수 있는데 굳이
경찰이 요청할 수 있다고 명기하는 건 불필요할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문제제기했다. 경찰은 비록 법률적 의미는 없더라도 그렇게 명시하면
정신질환자 행정 입원이 경찰의 고유 임무라는 것을 법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다며 끝까지 요구했다. 결국 경찰의 행정입원 신청 요구권이 명시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물론, 법 개정 이전에도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행정 입원을 요구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요구해서 다툼에
연루되거나 연고가 없는 정신장애인들을 행정입원 시켜왔다. 다만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과 비교해서 그런 행정입원의 비율은 2014년 기준
0.2%(147명)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의 계획은 정신질환자의 행정입원에 대한 경찰의 개입을 법적으로 공인받고 그 비중을 대폭
늘리려는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 관리를 경찰행정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역사 주변, 시장, 동네 골목, 지하철에
돌아다니는 부랑자 내지 노숙인들을 보라. 알콜 중독에 걸려 비틀거리고,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듯 폭력적이고, 지적장애를 가진 듯 말투가
어눌하며, 조현병을 가진 듯 혼자말로 대화하고, 이상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경미한 폭행, 절도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를 들락거리다가 이번처럼 묻지마 살인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에 주목받는
사람들, 그런 위험한 부랑자, 노숙인들을 싹 잡아들여 영세한 지방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면 어떨까? 그럼 더럽고 위험한 부랑자들이 줄었다며
시민들은 환호할 것이고, 영세한 정신병원들은 빈 병상을 채울 안정적인 입원고객을 확보했다며 환호할 것이다.
이 좋은 걸 이전에는 왜 안 했을까? 바보라서? 치안에 둔감해서? 아니다. 1986년 12월 한 검사의 인지수사로 형제복지원이 세상에
알려진 이래 치안을 위해 부랑자들을 복지시설에 강제 수용하는 경찰행정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역사적 유물이라는 변화된 시민의식 때문이다. 강
청장은 87년 민주항쟁 이후의 그 시민의식을 흔들려는 것이다. ‘자 봐라. 언제까지 정신 이상자들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안전을, 우리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걸 지켜보기만 할 건가? 대체 언제까지 인권에 발목 잡혀 치안을 방기할 건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경찰대학 출신 경찰청장인 강신명은 경찰 권력이 국가안보와 의료,복지영역으로까지 전일적으로 확대된 경찰국가, 경찰사회를 꿈꾸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강신명 경찰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시키려고 했다. 1986년 5.3인천민주항쟁에 적용된 이후 문서상에만 있던 소요죄를 현실로 소환한 것이다.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아직까지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슬픔과 분노의 여론으로 그 소요죄 부활의 꿈은 일단 좌절됐다.
이제 강신명 경찰청장은 1986년 12월을 기점으로 폭로된 형제복지원의 꿈, 길거리의 '위험한 비정상인'들을 쓸어다 강제 수용하는
무소불위의 경찰권력을 꿈꾸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두 꿈의 시계 바늘은 1986년에 멈춰있다. 강신명이 경찰대학을 졸업, 이제 막 경관으로
임관한 바로 그 1986년 말이다. 치안 사회를 향한 청년 강신명의 (서슬) 푸른 꿈은 과연 이뤄질까? 이번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각성된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의 여론에 의해 깨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