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파란 31호(2023.겨울) 비등단
편집부
2023년 12월 1일 발간
정가 15,000원
128×188
320쪽
ISSN 2466-1481
바코드 977246614800831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신간 소개
[계간 파란] 31호(2023.겨울)의 이슈(issue)는 ‘비등단’이다. “이번 호 이슈에 시와 시론을 게재하는 시인들은 따로 등단하지 않고 파란에서 첫 시집을 발간하였거나(서호준, 김누누, 임후, 이효영, 이유야) 곧 발간 예정인(이재영) 이들이다. 그리고 산문을 실은 윤유나 시인도 이들과 같은 경우다. 그런데 이들을 두고 ‘비등단 시인’이라고 지칭하는 일은 뭔가 꺼림칙하다. 시집을 발간했다면 그 순간 등단했다고 셈해 주기 때문이다. 그보다 ‘시인’ 앞에 등단 여부를 적는 일도 참 겸연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비등단 시인’이라고 감히 불러세우는 이유는 ‘비등단’이 환기하는 여러 맥락 때문이다. 물론 그 문맥의 대부분은 곧장 ‘문단-권력’과 같은 정치적인 쪽으로 눈길을 옮길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언제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좀 비켜서 ‘비등단’을 부정칭이자 어떤 상태로 이해하고자 한다. 윤유나 시인이 쓴 표현을 그대로 다시 쓰자면 “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지는” 상태 말이다. 물론 윤유나 시인이 반복해 쓴 이 구절은 아직 아물지 않은 주저흔처럼 그의 글에 고통스럽게 문득문득 새겨져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멋지게 시인을 번안한 문장은 드물다. “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지는”이라는 상태는 다만 ‘쓴다’라는 술어 속에 자기를 녹여 버린 부정칭으로서의 시인을 떠올리기에 마땅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요컨대 오롯이 ‘시를 쓰는 자’다. 달리 적자면 시인은 시를 씀으로써 시인이 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진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되겠다. ‘비(非)’를, 갱신과 부정이 끊임없이 또한 동시에 작동하는 영구혁명의 원동력으로 끌어당길 때 비로소 ‘쓰는 자’로서 시인이 탄생할 것이다.”(이상 발행인 채상우)
신작 시(poem) 코너엔 정희성, 장옥관, 이화은, 신영배, 송경동, 이정원, 최하연, 이근화, 천서봉, 정진혁, 정영효, 유병록, 백순옥, 이제야, 전욱진, 김은지, 이윤정, 한연희, 최지온, 서종현 시인의 신작 시가 실려 있다.
자유 비평(criticism) 코너엔 이찬 평론가가 그간 쌓아 올린 공력(工力)이 그야말로 자유자재하고 영절스럽게 맺힌 글이 독자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꾸밈 없는 꾸밈(无飾)’ 또는 ‘바탕이 수수한 꾸밈(唯能質白其賁)’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요약할 수 있을, 이찬 평론가가 제안하는 ‘백비(白賁)의 시학’은 시의 본연을, 한마디로, 꿰뚫는다. 일독을 권한다.
서평(review) 코너엔 고명철 평론가(정창준 시집 [수어로 하는 귓속말]), 이경수 평론가(최해숙 시집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심장에 산다]), 장석원 시인(전호석 시집 [스콜]), 김동진 평론가(김남호 시집 [말하자면 길지만]), 송현지 평론가(서광일 시집 [이파리처럼 하루하루 끝도 없이])의 리뷰가 실려 있다.
계간평(quarterly review)은 지난 여름호에 이어 안지영 평론가가 맡아 주었다. 한편 권두 에세이(essay)는 한용국 시인이 썼다.
•― 차례
essay
008 내가 훔치고 싶은 시 한 편 한용국 내가 만난 ‘현대’의 눈(雪)
issue 비등단
018 서호준 신작 돌멩이와 돌멩이 요리사 등 2편 기발표작 저수지 등 3편 시론 검열 후의 시 일기(2022-2023)
038 김누누 신작 이인삼각가 등 2편 기발표작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무척이나 슬픈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니다 등 3편 시론 주주총회
054 임후 신작 투명 등 2편 기발표작 이상한 사람 등 3편 시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072 이효영 신작 그렇다면 협회는 뭣하러 있습니까 등 2편 기발표작 FLEX 등 3편 시론 ‘그것’과 그림자
091 이유야 신작 호출 등 2편 기발표작 맑은 날 극장을 나온 일 등 3편 시론 풀밭의 구름의 잠의 유리잔의 해일의 백묵의
104 이재영 신작 마타도르 등 5편 시론 가끔 운동합니다
116 김언 산문 등단이 중요한가? 시집이 중요합니다
127 윤유나 산문 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지는
poem
140 정희성 응시 2023
142 장옥관 순간
144 이화은 할매순대국밥집에서 속으로 생각한다
146 신영배 2물과 무쉬
149 송경동 버리지 말아요
151 이정원 중얼거리는 날의 녹턴
155 최하연 쉿
158 이근화 멎
160 천서봉 군용 토끼
163 정진혁 시간의 거인
167 정영효 이민 가방을 싸는 일
170 유병록 검은 돌—꿀잠 선물 가게의 잠 아저씨
173 백순옥 잠적
176 이제야 깊이의 역할
179 전욱진 믿는 사람
182 김은지 따뜻한 꿀물을 주머니에 넣으면 천천히 식는다
185 이윤정 고삐
188 한연희 구석 놀이
192 최지온 식물사전 속에 다 있어
195 서종현 먼지의 결
criticism
200 이찬 ‘文質彬彬’ 또는 ‘白賁’의 시학을 위하여—이영광의 「사랑의 발명」과 김수영의 「사랑」
review
242 고명철 시(인)의 순정(純晶)을 득의(得意)하는 시적 수행—정창준, [수어로 하는 귓속말]
250 이경수 빛을 탐험하는 마음의 동굴—최해숙,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심장에 산다]
257 장석원 초저속 고공비행하는 몸, 몸뿐—전호석, [스콜]
268 김동진 익숙하며 새로운—김남호, [말하자면 길지만]
276 송현지 콘크리트 일대기—서광일, [이파리처럼 하루하루 끝도 없이]
quarterly review
286 안지영 “우리는 미래를 발명해야 해요”
2023 기형도문학관 창작시 공모전 ‘어느 푸른 저녁’
304 대상 수상작 김제이 유언
306 심사 경위
307 심사평
투고 안내 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