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최 선생님’이라 불렀다, 최순실의 아들이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날 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최태민을 위한 굿을 했다,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8선녀 그룹이 있다, 최순실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하여 외국을 다녔다, 고영태가 호스트바에서 최순실을 만났다, 차은택이 심야에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과 만났다> 위 보도들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제대로 바로잡지 않아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이 순간에도 사실로 믿고 있다.
최순실 마녀사냥, 대통령 인민재판, 촛불 우상화를 주도한 것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主流(주류)언론이었다. 신문과 종편 TV를 입체적으로 동원한 폭로성 집중 보도는 감정적이고 적대적이며 주관적이었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한 선동 일변도였다. 오보나 왜곡으로 밝혀져도 바로잡지 않았다. 한국 언론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선배들이 쟁취한 언론자유를 공짜로 누리는 기자들이 그 자유를 선동가들에게 상납했다.
‘조중동’이 경쟁적 보도로 최순실의 비리를 파헤친 초기 공로는 인정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비선의 실체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거짓말한 것이 탄로 났고 그 뿌리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최태민이란 문제적 인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통속적 주간지에 어울리는 흥미유발 요소는 차고 넘쳤다. 언론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반격 의지를 상실하자 무리하기 시작했다. 객관성과 공정성과 공익성을 핵심으로 하는 저널리즘의 윤리를 무시했다. 나중에 오보로 밝혀진 의혹이 머리기사로 오르고, 반론은 묵살되었으며, 대통령의 머리 손질 시간이나 복용한 약을 놓고 며칠간 내리 선정적 방송을 이어가는가 하면 오보임이 밝혀져도 정정엔 인색하였다.
文明(문명)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언론의 亂(난)’은 문자의 亂이기도 했다. 2016년 언론을 뒤덮은 문장의 특징은 부정확, 감정적, 애매모호, 관념적이다. 한 세대에 걸친 한글 專用(전용)이 한국어를 암호문으로 만들더니 드디어 기자들의 思考(사고)를 저급화 시켜 천박한 기사문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런 글들이 세상을 뒤흔든다.
조갑제닷컴은 이런 정치적 격변기에 늘 사실을 중시하는 편집 자세를 견지했다. 사실 관계만 명백해지면 판단이나 대책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순실 사태를 보도함에 있어 언론 비판이 主(주)가 된 것은 언론의 역할과 일탈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최순실 사태에 즈음하여 조갑제닷컴에 실렸던 글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 책 속으로 |
KBS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김 차관은 굳은 표정으로 ‘들어가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한다. 한 기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라고 누가 시켰나요”라고 말해도 같은 대답이다. 다른 기자는 “반성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기자인지 형사인지 구분이 안 된다. 검사보다 먼저 김 씨를 심문하겠다는 것인가. 그럴 권리가 있다는 건가? 기자가 검사처럼 행세하는 나라에서 선량한 사람은 맨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기자성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2016.11.16.) - 33페이지
오늘 동아일보의 동아닷컴은 <정유라, 작년 5월 제주서 ‘원정출산’한 까닭은… ‘상속 포기각서’도 작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신문은 제주도를 외국으로 아는 모양이다. 증오의 계절에 웃음(비웃음)을 선물한 이 신문은 한때 民族紙(민족지)로 불렸다. (2016.11.23.) - 60페이지
조선일보는 <윤복희씨는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했다. ‘비하하는 듯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추측이다. 추측을 근거로 화를 내는 이는 좀 모자란 사람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한 뒤에 화를 내든지 말든지 해야 한다. 결국 조선일보는 분별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분노를 모아서 고스란히 윤복희 씨에게 덮어씌운다. 김진태 의원이 촛불집회 날 사우나를 했다고 ‘국민의 공분’ 운운한 채널 A와 더불어 조선일보의 윤복희 마녀사냥은 최순실 사태가 한편으론 ‘언론의 亂(난)’임을 실증한다. - 81페이지
언론은 경찰이 26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한 광화문 집회를 ‘100만 시위’라고 네 배나 과장, 국민들을 선동한다. 국가기관보다 주최 측의 과장을 선택한 점에서 언론이 아니라 시위대의 선전기관화를 자청하였다고 판단된다. 1815년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진격을 시작할 때 언론은 ‘괴물 탈출하다’는 제목을 달았다가 파리에 入城(입성)할 때는 ‘황제 오시다’라고 바꾸었다. 이런 언론은 김정은이 쳐내려올 때 ‘괴물 남침’이라고 썼다가 서울에 들어오면 ‘주석님 오시다’라고 쓸지 모른다. 언론이 미치면 풍요 속에서 야만의 시대가 열린다.(2016.12.6.) - 101페이지
동아일보의 오늘 社說(사설)은 노골적인 加虐(가학)취미의 발현이고 여성 비하이다. 제목이 ‘세월호 재난본부 가기 전 대통령이 머리 손질이라니’이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 동아일보가 경영하는 채널 A는 세월호 사고 날 여성 출연자의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하지 않았나? 초상집에 갈 때는 머리를 풀고 가야 하나? 도대체 이게 사설감인가? 사설은 <설사 20분이라 해도 300명 넘는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는 순간에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할 여유가 있느냐고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왜곡, 선동하였다. 머리 손질을 한 시간대는 그날 오후 4시 前後(전후)로서 세월호가 뒤집어지고 선내 진입이 불가능하여 사실상 잔류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때였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하든 않든 구조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국민의 분노라니? 여론조사를 해봤나? 왜 국민을 끌어들여 억지 논설을 정당화시키려 하나?(2016.12.8.) - 115페이지
어제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박영수 특검, 구시대 정치체제 끝내는 수사 하라>이다. 특별검사는 형법 위반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사람이지 체제를 뒤엎는 혁명을 하는 사람도, 정치제도를 바꾸는 개혁가도 아니다. 구시대이든 신시대이든 정치체제를 끝내는 것은 국민과 정치인들이 선거나 개헌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한시적 특별검사가 현 체제를 끝장내야 한다고 선동하는 중앙일보는 특별검사가 혁명재판소장을 하여 법치와 정치의 중심인물들을 숙청하라고 부추기는 격이다. 즉 인민재판을 하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2016.12.13.) - 175페이지
오늘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하경 칼럼/ 시민혁명 원년, 박정희와 결별하자>를 읽었다. 이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은 민심과 국회에 탄핵됐지만 55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축조한 획일적 국가주의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은 현재진행형이다>고 했다. 박정희가 죽은 지 37년이 된다. 그 사이 8명의 대통령이 나왔고, 직선제 개헌으로 본격적인 민주화, 그리고 세계화를 겪으면서 국가체제도 많이 변하였다. 그런데 그는 55년 전에 구축한 국가체제가 그대로 계속된다고 말한다. 그것도 ‘국가주의의 앙시앵 레짐’이란다. 국가주의 체제라면 공권력이 지배하는 체제인데 어째서 경찰이 시위대에 매를 맞고, 대통령이 언론과 야당의 동네북이 되며, 경찰이 부검영장을 집행하지도 못하고 공무집행을 막은 자를 처벌하지 못하는가? 이분은 ‘앙시앵 레짐’이란 말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앙시앵 레짐을 개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이승만과 박정희이다. 두 사람 덕분에 한국인들은 조선조적인 수구성과 식민 지배에서 비롯된 타율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18세기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하여 만든 개념에 21세기 한국을 무리하게 대입하면 현학적 과시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확한 분석엔 실패한다.(2013.12.14.) - 200~201페이지
중앙일보는 오늘도 친박세력 때리기에 열심이다. 이훈범 논설위원의 칼럼 ‘친박 진창에 빠진 대한민국’은 거친 한국어를 쓴다. …말이 거친 것과 함께 이 칼럼은 사실과 다른 기술을 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오후 늦게까지 머리 손질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대통령>이란 말은 허위이다. 이 글을 읽으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날 머리 손질만 한 것처럼 느껴진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서면 보고를 받은 뒤 오전 10시15분에 안보실장, 10시35분에 해경청장에게 구조관련 지시를 하였다고 밝혔다. 머리 손질엔 20분이 걸렸다고 했다. 물론 오후엔 구조본부에 가서 보고를 받았다. 그러니 <머리 손질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대통령>은 실수에 기인한 誤報(오보)가 아니라 의도적 조작이다. …李 위원은 막말도 한다. <3차에 걸친 담화에서도 그러더니 탄핵심판 답변서에서조차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다.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건 전체의 1%도 안 되니 나는 죄가 없다”는 게 어찌 약 기운 없이 가능한 얘기랑 말인가.> 탄핵심판 답변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변론문이지 사과문도 고백문도 아니다. ‘나는 죄가 있다’는 고백을 하지 않았다고 정신 나간 소리란? 필자의 재판절차에 대한 이해력이 의심스럽다. …이 글은 중앙일보에 자주 등장하는 惡文(악문)의 한 대표작이다. 문장론을 강의할 때 교재로 쓸 만하다. 글을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교훈으로서.(2016.12.20.) - 221~223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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