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단톡방에서 다음 주 선거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백퍼 누굴 뽑아도 후회하겠지만 안 하는 건 비겁하다. 후회도 자책도 하고 나서 생각하자."고 말했다. 오전에 도서관에 가면서 근처 사전투표소를 찾아봤다. 대출을 하고 선거까지 마칠 생각이었다. 서가에서 책을 찾다 이 책을 발견했다. 두툼한 하얀 책등에 적힌 "짐승의 시간"이란 제목을 보고 궁금해 꺼냈더니 표지에 적힌 소제목이 보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을 읽고 선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그래야만 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전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왔고 방금 전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은 소제목처럼 "김근태 의장의 남영동 22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작가는 수배자였던 김의장의 상황부터 수감 후 장관시절 그 인간을 만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는 "1985년 9월 4일 남영동에 끌려간 순간부터 22일간의 삶과 죽음을 넘나들던 짐승같은 시간"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이 만화책을 쓴 작가 박건웅은 "노근리 학살, 제주 4.3 항쟁, 비전향 장기수 등, 주제마다 그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기법을 고민하고 작품으로 표현"해 낸다. 2014년 6월 보리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을 읽고
미안하고,
먹먹하고,
화가난다.
"고문이 애국이었고, 예술이었다."는 그 인간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국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분노가 치민다.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목사가 되어 (결국 파면당했지만) 용서와 구원을 지껄였을 한 인간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너무 쉬이 용서를 말하니 이런 인간이 구원받았다고 설치는 것이다.
"나는 고문자들의 태연함, 고문을 가하면서 짓는 이상야릇한 미소에 질려 버렸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러고도 견딜 수가 있을까요? 강철 같은 배짱과 강심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러나 그것은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자기를 속이고 다른 사람도 속이도록 만들어진 제도 속에 갇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p.447
마음이 불편하다고 밀쳐두었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건 비겁한 짓이다.
우선, 투표부터 잘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