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인 「깊이에의 강요」,「승부」,「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과 에세이「문학의 건망증」등 총 네 편의 작품을 한데 묶었다. 짧은 이야기 뒤로 남겨진 긴 여백 속에서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다.
표제작 「깊이에의 강요」는 한 젊은 여류 화가를 소재로 쥐스킨트가 즐겨 다루는 예술가의 문제를 예리하게 그려 낸다.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어느 평론가의 무심한 말을 듣고 고뇌하다가 마침내 죽음을 선택하는 예술가 그리고 그녀의 죽음 후 관점을 바꾸어 그녀의 그림에는 삶을 파헤치고자 하는 열정과 '깊이에의 강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그' 평론가를 대비시켜 인생의 아이러니를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기는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집
p 75
그러다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넞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게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