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웅천읍성~청룡대
왜구를 막아라 웅천읍성
최치원 친필이라 여기는 청룡대
단풍이 한창 물들고 있는 11월 중순, 진해루 해안자락에는 때아닌 벚꽃이 만발했다. 봄 가을에 이어 겨울까지 핀다는 춘추벚꽃, 세상 신기함을 느낀다. 안민고개에서 내려와 석동을 지나 행암 쪽으로 가는 옛 길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차로 달리는데 진해해양레포츠센터 옆쪽으로는 봄의 기운까지 더한 듯 벚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행암동 종점을 지나 수치마을로 가는 길에는 진해의 전망 좋기로 유명한 솔라타워가 보이고, 국내해상 최장 길이에 최고 높이인 짚트랙도 보인다. 천자봉 아랫자락의 단풍은 불그레 물이 흠뻑 들어 벚꽃에 잠시나마 흔들렸지만 ‘아, 지금은 가을이지’ 금방 정신 차리게 한다.
잠깐 명동 바닷가에 섰다. 아까보다는 한층 가까워진 위치에서 솔라타워 99층에서 소쿠리섬까지 하늘길을 빠르게 내려가는 짚라인 타는 모습을 보며 괜히 내가 타는 듯 흥분한다. 돌아 나오면서는 간조 때 하루에 두 번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는 동섬에도 눈도장을 찍어본다.
본격적으로 진해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역사 탐방길에 올랐다. 웅천으로 들어가는 길목 북부동 595-2번지에 6개의 비석군이 나란히 있다. 비석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 길 옆에 세워 마을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이기도 하다.
어느 충신, 열녀의 사연이 담겨있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도착한 진해 웅천동우체국 옆에 위치한 웅천읍성. 읍성이란 지방의 주요거점에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 기능과 행정적 기능을 함께 하는 성을 말한다. 웅천읍성은 1434년 세종 16년에 둘레 3400척, 높이 15척으로 축조된 성곽으로 남해안 지역에 출몰하는 왜구와 인접한 제포왜관의 왜인들을 통제했다. 삼포왜란 당시 왜인들에게 함락되어 동문이 소실되기도 했지만, 임진왜란이 종결된 이후에도 대일본방어의 최일선 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성곽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의 개축이 이뤄졌지만, 아래쪽에 네모진 큰 돌들 사이 빈틈없이 빼곡히 쌓아올린 여러 형태와 크기의 돌을 보면 조상들의 정교함과 유구한 역사가 느껴진다. 성곽을 따라 반듯하게 조성된 길을 거닐면서 일본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던 조선의 아픔을 치유해보는 시간도 가져본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어서 널리 알려져야 할 유적지, 진해 가주동 산153번지에 있는 청룡대를 찾아보았다. 이곳은 통일신라 후기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낚시를 즐기던 곳이라 전한다. 특히 각석을 눈여겨 봐야 하는데 바위에 ‘청룡대치원서’라고 새겨진 글자가 최치원의 친필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88호 지정. 바닷물이 들었을 때 세상을 달관하며 써내려간 최치원의 사상과 필력을 새겨본다.
돌아오는 길, 용원 맛집으로 통하는 톳으로 만든 짜장면과 굴짬뽕으로 속을 얼큰하게 채우면서 2019년의 탐방길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