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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남계집이 8년 살았던 그 집을 새로 재단장했다며 선생님 부부와 도반들을 초대 했다. 직접 싼 김밥과 여러 음식을 나누며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남계 : 제 안에 이 집을 수리하면서 돈을 많이 써서 죄의식 같은 것이 생기는 거예요. 엄마는 돈을 벌어 아껴서 저축하라는 말만 했지, 쓰라는 얘기를 안 하셨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되나? 한 달동안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너무 좋은 거예요.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운 거예요.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 맞구나. 죄의식이 살짝 없어졌는데요.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은 안 해서 이렇게 좋은 집을 가진 것이 조금 미안해요.
선생님 : 잘 했어. 내가 잘 했다는 이유는 벌써 해 버렸잖이. (웃음) 어쩔거야. 이거 왜 먹냐. 이거 먹고 소화되서 살과 피가 되라고 먹는 거야. 이것을 어디가 쌓아두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음식이 뱃 속에 쌓여있으면 병이야. 소화불량, 돈도 똑같아. 쌓아두는 것 자체가 좋지 않아. 아주 잘 했어. 돈은 쓰라고 있는 거야. 놔두라고 있는 거 있는 거 아니야. 놔두는 것은 저만 병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병이 드는 거야. 인간들이 너무 많이 쟁겨 뒀어. 그래서, 이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거야. 돌고 도는 것이 그게 돈이야. 이게 쟁겨 있으니까, 왜 쟁겨 두겠니, 내일이 두려워서 겁이 나서 쟁겨 두는 거야.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내일 가지고, 바보야, 바보. 아주 잘했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
바보 같은 사람이 많아. 죽변교회에 있을 때, 죽변면에 기름집에 하나 있어. 참기름 짜는 집이. 사람들이 기름을 먹어야 하니까, 그 집이 독점이야. 전부 거기 가서 기름을 짠단 말이야. 장사가 잘 될 거 아니야. 그런데, 마누라는 나가버렸고, 영감 혼자 살아. 자식들은 커서 나갔고, 영감 혼자 살아. 내가 볼 때, 옷이 두 벌 있는 거 같아. 여름옷, 겨울옷. 때가 묻어서, “저 영감이 기름을 짜면 돈 봄 벌텐데 왜 저렇게 궁색하게 사나.” 궁기가 질질 흘러. 돈을 어따 쓰나. 죽었어. 자식들이 와서 집을 뒤지는데, 곳곳마다 돈이야. 집 구석 구석마다 돈이야. 그렇게 쌓아두고 갔어. 그 돈가지고 자식들이 싸우더라. 그러니 안됐니, 인생이. 아주 잘했어요. (박수)
울산 어디서 나보고 오라고 그래서 하룻밤 재워주는데, 고층아파트 높은 데에서 자. 땅을 내려다 보니까 현대백화점이 아파트 안에 있어. 현대가 울산이잖아. “백화점이 아파트 안에 있네.” “우리 월급 받으면 뭐해요? 쟤가 다 가져가요.” (웃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래. “쟤가 안 가져가면 당신 죽어.” 내가 그랬어. 그렇잖아? 강원도 어디 수해가 나서 전기가 일주일 안 들어 왔대. 그 바람에 아침마다 냉장고 청소했잖아. 깨끗하게. 쓸 거 있니? 종이랑 매직 펜? 달력 쓰고 난 거 줘 봐. 이거 좋다. (“남계헌”이라고 써 주신다.) “오죽헌” 할 때 “헌”자야. 마당이라는 뜻이야. 남쪽에 흐르는 계곡이 있는 마당.
“남계헌”에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추워서, 구멍이 뚫려서, 오래된 집을 재단장해서 이렇게 만들어 주신 목수님한테 감사를 말한다.
한 도반과 차담을 나누며 하신 말씀,
선생님 : 지난 다음에 알아차린 거지? 이제 공부가 발전하는구나. 이제 막 일어나기 전에 알아차리면 되겠네. 사실은, 모든 것이 실습이야. 민병산이란 서예가가 있어.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 그 글씨가 엄청나게 비싸졌어. 생시에는 안 그랬어. 고흐하고 같아. 살아있을 때는, 그랬어. 글씨가 흉내내기가 어려워. 인사동에서 전시를 할 때, 대접도 못 받았어. 그분의 글씨를 받은 사람이 많은데, 나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비싸질 줄 알았으면 나도 하나 받아 놓을걸 그랬어. (웃음) 인사동 터줏대감으로 유명해.
학생 : 토요일 예똘과 함께 매주 토요일에 걸어요. 삶의 활력소가 돼요. 오시는 분들도 참 좋고요. 갔다오면 몸도 좋고, 마음도 좋아요. 거기만 가고 싶어요. “길 위의 교회”래요.
정성껏 만든 김밥과 된장국, 김치등등 밥을 함께 모신다. 채록 내내 맛있게 씹는 소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꿀꺽 거리며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웃고, 쩝쩝 소리가 흥겹다.
선생님 : 코를 고는 같은 소리를 듣잖니. 그게 하나의 기회야. 무슨 찬스냐 하면, ‘에이, 저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저렇게 코를 골아도 살아있으니까, 참 고맙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자기가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야. 이렇게 반응하면 천국이고, 저렇게 반응하면 지옥이야. 자기가 천국과 지옥을 만드는 거야. 코를 골아서 참 고맙다. 안 죽었잖아. 하루 종일 고단한 일을 하고 저렇게 자니 참 고맙다. 이럴 수 있어.
이제 둘러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듣는다.
선생님 : 다들 잘 사셨어? 잘 살았으니 여기 앉아있지. 잘 살았냐, 못 살았냐 이렇게 질문을 하지만, 잘 살았다, 못 살았다, 판단을 하는 것은 자기야. 남이 하는 것은 지가 잘 살았다고 보는 거지. 얼마 전에 내가 꿈을 꿨는데, 그 말을 내가 했는지, 누구한테 들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어. 문장 하나를 내가 봤어. 뭐냐니까, “집보다 집짓기 콤마 집짓기보다는 집에 사는 사람.” 그런 문장을 내가 봤어. 집보다는 집 짓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집이 있어서 집짓기가 되는 것이 아니거든. 집을 지어야 집이 생겨. 이게 더 중요해. 어떻게 집을 짓느냐에 따라서 없던 집이 만들어지니까. 그런데, 보통 우리들의 과점은 맨 마지막의 결론, 결말 그것을 굉장히 중요시해. 그래서, 이것이 어떤 집이냐, 몇 평 짜리 집이냐. 집이 어떻게 지어졌느냐를 잘 보지 않아. 학교에서도 그렇지. 점수만 가지고 얘기하잖아. 걔가 얼마나 공부했는지 안 보잖아. 그렇지 않다. 집보다는 집짓기가 훨씬 중요하다. 집 짓기보다는 집에 사는 사람, 사람이 있으니까 집을 짓는 거지. 그러니까, 집이 생기는 거야. 순서가 그래.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사람에 따라서 집 짓기가 만들어지는 거지. 집은 결론으로 나오는 거야. 결과로. 사실, 제일 관심가질 거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거기서 다 결정되는 거야. 사람에 따라 어떻게 집을 지어지는지 결정되는 거야. 우리가 생각하기에 늘 순서를, 이 세상은 거꾸로 된 것 같아. 집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 점수 가지고 우등생, 열등생을 나누는 것처럼.
아까 낮에 수업시간에 얘들한테 얘기를 했는데, 언젠가 브라질로 이민 간 이민 1세, 나이로는 지금 돌아가셨을 거야. 벌써 20년 전에 봤을 때, 80 가까이 되었으니까. 브라질에서 사업을 해서 돈도 많이 벌었대. 많이 벌었다가 왕창 잃어버리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보냈는데, 얘기하다가 자기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가게 되는지를 안대. 어떻게 가냐니까, 죽는 날 시험을 본대. 점수에 따라서, 점수가 높으면 천당 가고 점수가 낮으면 지옥 간대. 그런 얘기야. 그러면, 시험을 어떻게 보냐니까 평생 살아온 것이 시험지래. 어떻게 살았느냐 가지고 마지막에 점수를 매기는 거야. 그렇대. 우리가 평생 시험을 치르는 중이야. (웃음) 마지막 날, 점수만 나오면 돼. 내가 물었지. 점수를 매기는데, 2점짜리, 5점짜리, 20점짜리 문제도 있고, 20점 짜리 문제 맞추는 게 5점짜리 문제 맞추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뭐가 점수가 제일 높으냐?” 그리 물었어. 이 세상에서 뭘 하다 왔느냐도 문제래. 그것도 문제로 들어간대. 선생, 간호사, 건축, 농부, 이것은 전부 공통으로 1점이래. 이것으로 점수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대. 1점은 다 맞는 거야. 뭘 해도 하다 왔잖아. 의사, 박사, 교수도 이 땅에서는 높은 점수지만, 하늘에서는 안 그런대. 똑같대. 마음에 들더라. 뭘 하다와도 1점이잖아. 목회하다 와도 1점, 그런 식으로 얘기해서 재미있다 했어. “최고의 점수가 뭡니까? 그거 하나 맞으면 딴 거 안 맞아도 될거 아니예요.” 그 양반이 내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얘기를 해도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았대.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그래. 90점짜리 문제가 있대. (웃음) 그것만 맞으면 될 거 아니야. 그 문제는 똑같은데, 사람마다 점수가 다르대. 그게 제일 단위가 높대. 그것 하나 잘 맞으면 다른 거 넘어간다. “뭔 일을 했어도 좋아. 그 일을 하는 동안 하면서, 네가 얼마나 자유로워 졌냐. 사람이 얼마나 바뀌었냐.” 요즘 말하면, 얼마나 성숙했냐. 그게 단위가 높은 점수래.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인간이 바뀌지 않았으면 그 점수를 못 받는대. 1점짜리 밖에 안되는 거야. 그러나, 그 일을 하는 동안 사람이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냐.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집도 짓고, 집도 소유하고 그러는데, 이 문제는 사람이거든. 집 짓는 과정이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영향을 미치느냐. 집 지으면서 뭘 배웠어? 물어보는 거야. 뭘 알게 되었어?
남계 : 처음에 집 고치면서 그런 마음, 100프로 만족은 없다. 나오는 대로 감사하면서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정말 다 만족스러워요. 사람을 믿고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제가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마무리가 되고 난 후, 별일 아닌 것을 별일인 것처럼 살아왔구나. 지금은 다 만족해요. 비싼 공부했어요.
선생님 : 처음부터 마음을 그리 먹고 하니까 만족스러운 거야.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안 될 수도 있잖아. 마음 먹은대로 됐단 말이지. 졸업시키지. (웃음) 맞아. 침대에 발을 맞추는 얘기 나오잖아. 발이 모자라면 발을 잡아당겨서, 발이 크면 발을 잘라버려서, 그런 웃기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가만히 둘러 읽어보면 깊은 의미가 있는 거 같아. 신화가 그렇기 뭐. 뭘 의미할까. 침대는 사물이야. 생명이 아니야. 소위, 고정된 거야. 이것은 변동이 불가능하다. 그런 물건으로 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상황이 하나의 침대로 볼 수 있지 않는가. 우리는 나한테 이 현실을 맞출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건 안되게 되어 있어. 현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어 있어. 전에는 나를 거기다 맞추겠다고 그러는 거야. 그때는 되었다는 거지. 만족한다는 거지. 침대에다가 나를 맞춘 거야. 그게 포인트야. 현실을 바꿀려고 하니까 힘만 들고 되지도 않고, 인간관계에서도 저 인간을 바꿀려고. (웃음) 그건 안돼. 그 대신 나를 바꿀려고 내가 노력하고, 또 하늘이 도와주시면 가능하단 말이야. 이제 침대가 길면 발 뻗고 자고, 침대가 짧으면 발을 오므리고 자고, 이런 식으로. 나는 움직일 수 있지만, 침대는 고정된 거라 움직일 수가 없어. 그런 것을 신화에서 얘기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남계는 처음부터 침대한테 나를 맞추겠다. 잘했네. 그렇게 직장 생활하면 돼. 직장도 침대야. (웃음) 니가 만나는 어떤 사람도 너한테는 침대야. 상대를 나한테 맞추는 것은 내 영향 바깥이야. 그런데, 나를 상대에 맞추는 것은 내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어. 하나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거고, 하나는 가능한 거고, 가능한 것만 하면서 살자. 불가능한 것 가지고 시간과 능력을 낭비하지 말고. 어쩔 때,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 그것을 맞추다간 내가 파멸돼. 나 자신이 없어진다? 저 사람한테 맞추는 것도 좋지만, 저 사람하라는 대로 하면 인간이 망가지는 거야. 그런 경우도 있어. 폭력적인 남편하고 살면, 이유 없이 맨날 얻어 맞고 살고, 완전 자유인이어서 매 맞고 살면 살지 몰라도, 보통 사람은 그것이 안 돼. 그럴 경우에는 다른 수를 써야지. 그럴 때는 침대에서 안 자고, 들판에서 자면 되지. (웃음) 굳이 어떤 이것은 이래야 된다 라는 생각에 너희를 굴복시킬 거는 없다. 꼭 그래야 한다라는 것은 없어.
많이들 놓아버리고 사셨어? 놔 버리니까 좋지. 데이빗 홉킨스가 얘기하는 놔 버린다는 것은 전체의 한 부분만 얘기한 거야. 내가 거기에 손을 든다. 항복한다. 나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힘도 없고, 재주도 없다. 포기한다. 놓는다. 동시에 나보다 훨씬 큰 신이 작용하도록 빈자리를 내어 드리는 거거든. 그래야 비로소 그 문제가 잘 해결되는 거거든. 그 얘기지. 내가 놓는다는 얘기는 기독교에서 “하나님, 당신이 하십시오.” 그것과 똑같은 얘기야. 그런데, 저 분은 우리가 포기할 때까지는 간섭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기다리고 있지. “도저히 나 못하겠습니다.” 하고 항복, surrender할 때, 그때 비로소 저 분이 들어와서 간섭을 하신다. 그런 것을 실제상황에서 경험을 할 수 있었음 좋겠어.
학생 : 자동차 키를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거예요. 쓰레기장까지, 마당, 옆 집을 며칠 찾았는데, 외출하려는데 가방 안에 있더라구요. 그 가방을 안 본 게 아닌데, 며칠을 그렇게 보내니까, ‘어? 이거 꿈이네?’ 굉장히 크게 들어왔는데, 우리가 꾸는 꿈과 현실 꿈은 뭐가 다르지? 생각하게 됐어요. 하나는 의지더라구요. 꿈과 현실의 의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하나는 꿈에서는 늘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내가 늘 액션을 취하는데,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죽이는 시간들이 있어요. 정신이 맑아 잠이 안 올 때는 중국 무협드라마를 보면서 밤을 새기도 해요. 몸이 굉장히 힘들고, 무기력함을 느껴요. 이것은 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시간이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 : 잃어버린 것이 꿈이었어? (아니예요.) 그것이 꿈처럼 생각이 된 거지? (네, 꿈처럼 바라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요번에 “자각몽”이라는 책이 나왔거든. 한 번 봐봐. 재미있어. 이틀에 걸쳐 책이 나오고 나도 읽었거든. 꿈에서 깨어 있는 거야. 꿈에 깨어 있기 방법, 아주 자세하게, 그대로 하면 자기 꿈에 대하여, 꿈꾸면서 이것이 꿈인 줄 알게 돼. 그러면서 꿔. (그러면서 전도서 할 때,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그러니 조물주를 기억하고 이 순간을 즐겨라. 그게 선명하게 왔어요.) 솔로몬은 인간이 세상에서 하는 것들이 다 허망한 것이더라. 그것을 알았어. 보통 사람하고 차이는 그것을 몰라. 이 사람은 알았어. 그러기 때문에 그렇게 때문에 그 사람은 허망하게 산 것이 아니야. 알았기 때문에. (현실을 꿈처럼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안다는 것이 그러니 중요한 거야. 내가 꿈을 꾸면서 내가 꿈을 꾸는 것을 안다는 게 흔한 경험이 아니잖아. 가끔 있지. 꿈꾸면서 이것이 내 꿈이라는 것 알 때가 있지? 어렸을 때는 누구나 그런 꿈을 많이 꿔. 그러나, 성장을 하면서 그 꿈이 사라져. 왜냐면, 꿈을 무시하니까.
최근에 꾼 꿈인데, 나보다 선배인 분들이 동굴처럼 인테리어를 한 술집이야. 앉아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신나게 술판을 벌여. 두 분이 장군, 멍군으로 좌중을 좌우해. 한 분은 소설가 조은타? (웃음) 또 한 사람은 무위당 선생님이야. 두 분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이끌어 나가. 나는 쫄병이니까, 술 심부름하면서 구경하는 거야. 나는 한마디를 못 하고 구경만 하고. 인데 어떻게 하다가 술판이 끝나. 하면서, 조은타가 뭐라고 버럭 하면서 성질을 부리면서 나가 버렸어. 무위당 선생님은 껄껄껄하면서 잠들어 버렸어. 그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가야 하는 거야. 들어보니까, 솜 이불 같아. 푹 늘어졌으니까. 그 무거운 것을 안고, 같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셨는데, 다 가고 나하고 둘이 남았어. 무위당 선생님을 모시고 봉전동 집으로 가야 해. 힘들게 거리로 나왔는데, 택시도 버스도 없어. 차가 아무도 없어. 어떻게 모시고 가나. 그런데, 누가 불렀는지, 보냈는지, 지프차, 힘센 거, 그것이 오더니 “타십시오.” 선생님을 태우고 나도 타고, 그러고 지프가 막 가. 가는데, 거의 90도쯤 되는 경사진 계단이 있어. 계단으로 지프차가 막 올라가는 거야. (웃음) 내가 “이거 꿈이네. 꿈이니까 이러지.” 계단으로 막 차가 올라가는 거야. 그전까지는 꿈인 줄 몰랐어. 계단으로 막 차가 올라가니까, ‘이거 꿈이구나.’ 내가 알았네. 아무리 꿈이라도 이것이 아슬아슬한 거야. 그런데, 기사가 뻘건색의 무슨 반죽 같은 거에다가 보라색 단추를 보여줘. 이게 접속이 안 되서 차가 서게 되어 있대. 그러면서 아주 곤란한 얼굴이야. 나도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확 한 아이 처럼 웃으면서 “귀인을 모셨더니 별일이 다 있네. 기적처럼 접속이 되었어요.” 그러고 올라갔어. 봉전동 댁으로 모셨어. 그 집도 굴처럼 생겼어. 거기서 문을 두드리니까 손자라고 하는 이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갔어. 그런데, 짚차 타고 가는 도중에 선생님이 잠들어 있었잖아. 계속 나한테 말을 해. 들으명 들을수록 꿈에서도 기가 막힌 말이야. ‘야, 이거 적어놔야지.’ 그러면서, 계속 얘기를 여러 말을 하셨거든. 그러고 집에 들어가서 손자들이 모셔가고, 그러는 동안에 완전히 깨어버렸어. 깨고 나니까, 그렇게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하나도 안 남아있어.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 맨 마지막에 하셨던 한 마디만 남았어.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자네가 깨어 있으면 꿈이 현실이고, 자네가 잠들어 있으면 현실이 꿈이야.” 그렇게 얘기했어. 이것이 현실이냐, 꿈이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거기에 깨어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꿈도 현실 가운데 하나지.
며칠 전에는, 꿈에 어디 가서 밥을 먹는데, 양고기래. 아주 꺼림직해. 내가 “이건 꿈이니까 먹어도 괜찮아.” 그러면서 먹었어. 꿈이니까, 먹어도 두드러기 안 난단 말이야. 맛있게 먹었다. 양고기를. 맛있게 먹었는데, 가려운 거야. 긁으면서, ‘이것도 꿈인가?’ (웃음) 그러면서 긁어. 진짜야. 꿈이 아니야. 진짜네. 아까 저녁에 내가 뭐를 먹었나. 먹은 지 6시간 지나면 이것이 나온단 말이야. 두드러기가. 저녁에 뭘 먹었으니까 나왔을 거 아니야. 뭐 먹었나? 된장국에 밥이야. 딱 두 개. 이것은 두드러기가 날 음식이 아니야. 진짜로 불을 켜고 보니까 두드러기가 벌겋게 나왔어. 꿈에 양고기 먹었잖아. 그것이 두드러기가 난 거야. 이럴 수가 있나. 그런데, 그렇대. 꿈에 내가 경험한 것, 그것이 내 신체에 미치는 영향, 생시에 미치는 영향, 똑같대. 이 책 쓴 사람은 피아니스트인데, 꿈에 연습한대. 그러면, 생시에 연습한 것과 같대. 더 좋대. 그런 거 보면, 꿈에 테마를 얻어서 그대로 작곡한 사람이 있고, 저 사람은 자전거를 중학교 때 배웠는데, 꿈에 배웠대. 꿈에 지 혼자 짐 자전거를 탔대. 타지더래. 균형 잡는 것을 알고 그 다음날 탔더니 타지더래. 그래서, 꿈에 내가 먹은 것이 바로 두드러기가 나온 거야. 꿈에 경험한 것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신경학적으로 동일하다. 과학이니까 뭐라 그럴 수는 없어. 그렇대. 꿈에 경험한 거나, 현실에 경험한 거나 나한테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현실이라도 거기에 내가 깨어 있지 않으면 그것은 관계가 없는 거야. 니가 깨어 있으면 꿈도 현실이고, 깨어 있지 않고 잠들어 있으면 현실도 꿈이다. (현실을 꿈처럼 여기고 꿈을 현실처럼 여긴다.) 그런 말이 있어. 사실은 꿈이지. (꿈처럼 여기고 깨어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건지.) 그럼, 이 현실을 꿈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니고 몸으로 안다면, 재미없는 것이 없어. 다 재미있어.
내가 어떤 꿈에서 봤던 말인데, “모든 꿈이 좋다. 길몽은 길해서 좋고, 흉몽은 흉몽이라서 좋고.” 아주 흉측한 꿈을 꿨지만 꿈이잖아. 내가 꿈에 얻어맞았지만, 진짜 내가 얻어맞은 건 아니란 말이야. 그런 식으긴 뭐가 있어. 그런 식으로 우리가 놀았어. 그런데, 한 번은 그 녀석이 씨익 웃으면서, “몇 번을 형들한테 속았는데, 언젠가 형들이 나를 속이는 것을 알고 내가 속아주면 형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내가 속아 준 거야.” 우리가 민망하지. 안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쟤가 나를 속인 줄을 모르고 속으면 진짜 속은 거야. 그런데, 쟤가 나를 속이는 것인 줄 알아. 알면서 내가 속아 넘어가 줘. 그것은 속는 것이 아니지. 상대를 가지고 노는 거지. 이것이 꿈인 줄 알고 꿔. 그러면, 그것은 꿈이 아니야. 모든 경험이 나한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이 정해지는 거겠지.
학생 : 동화책을 읽었는데, “장자와 며느리 바위”예요. ...내가 가는 길을 잘 보고 내가 간 길을 잘 따라놔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 그런데, 뒤를 돌아보게 되죠. 집에 불이 나니, 뒤를 돌아보게 되어서 바위가 된 얘기예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스님이 길을 보여주잖아요. 뒤를 돌아 본 얘기를 한 거예요. 앞이 아니라 뒤잖아요. 이미 지나 온 과거잖아요. 새롭게 태어날려면 과거가 지워져야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들면 돌로 굳어지느냐는 거예요. 분명히 가르쳐 준 길로 가면 좋으련만. 의식의 변화가 쉽지가 않아서 혁명이라는 말을 과거 청산이 얼마나 어렵고, 과거에 매어 살기 때문에 현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조상들이 현명한 전설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요.
선생님 : 뻔하지 뭐. 뒤돌아본다는 것은, 갈 수가 없잖아. 사람이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일을 향해서 가는 거잖아. 뒤로는 돌아갈 수가 없어. 그것은 불가능해. 과거로 회귀가 안 돼. 아까 둘러앉아서 밥 먹던 사람들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끊임없이 바뀌면서 나가는 거지.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과거에 붙잡혀 있다고. (그래서, 그 바위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바위가 살아있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살아라.) 과거라고 하는 것이 어디까지나 머리 속에 있는데, 실제로 없는 건데, 자기 머리 속에 있는 과거, 기억 이런 것을 떨쳐버리지 못 하고, 거기 사로잡혀있어서 오늘의 삶을 망가뜨리는 역사가, 그렇게 산 역사가 너무 오래되었어. 우리 조상 때부터 수 천년 동안, 수 만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것은 몸에 배었어.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을 신념체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혁명이야. 말이 쉬운데, 말이라도 해 보면,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내가 해 보겠다. 내가 나의 과거나 다른 사람들의 과거로부터 내가 해방되고 묶이지 않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하는 수 밖에 없잖아. 그렇게 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그렇게 살면 그렇게 되었든 안 되었든 간에 점수 높게 받는 거야. (웃음)
학생 : ‘회룡고조’라는 말이 있잖아요.
선생님 : 풍수에서 나온 말이지. 거기가 좋은 땅이래. 거기에 무덤을 쓰면 좋대. (웃음) 산맥이 쭈욱 흐르잖아. 백두산이 제일 높은 산이라 하자. 지류 중에 저기를 보는 눈이 있대. 대가리를쭈욱 둘러 지가 처음 나왔던 모산, 산 줄기를 돌아서 이쪽을 향한다는 거지. 자기 조상을 바라본다. 용이 고개를 돌려 자기 조상을 바라본다. 그 땅이 명당이다. 그런 얘기를 해.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좋게 해석하면, 처음 떠날 때의 마음을 잊지 말아라. 그런 뜻이 되겠지. 그래도 흘러가. 순간순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마음. 그것을 잊지 마라. 그렇게 본다면 좋은 말이 되지. 대개 처음 시작할 때 순수하잖아. 순수하게 하는데, 하다가 보면, 그것을 다 잃어버리는 수가 있지.
남계 : 저는 꿈을 잘 안 꿔요. 집을 들어와서 너무 좋아서 꿈이 이뤄지면 이런 기분일까? 제가 꿈을 이룬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선생님이 두드러기가 나서 음식을 전혀 못 드시게 된 경위와 그 이후 인연에 따라 회복된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은 내가 너무 먹는다.”라고 하신다. 둘러앉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맺은 인연을 풀어 놓으면서 한동안 웃는다.
선생님 : 엔조이 할라면 조건이 하나가 있어. 엔조이 할라면 그냥은 안되고 뭐가 있어야 해. 뭐가 있어야 내가 즐기지. 즐긴다는 것은 뭐가 있다는 얘기야. 즐길 내가 있고, 뭐가 있어. 그 놈을 붙잡지만 마. 그러면, 즐길 수가 있어. 그것을 붙잡으면 그때부터는 즐거움이 사라져. 우리는 몰라도 어떤 분이 만나게 해주신 거라고 생각 하고, 귀한 거니까 우리가 뭐 다른 것이 아니야. 옆에 있어 주고, 그런 거지.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고, 그렇게 사는 거야.
로 이것이 꿈인 줄 알게 되면, 꿈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얘기야. 그래서, 솔로몬이 “즐겨라.”다 허망한 거지만 그것을 알면 즐길 수 있다. 내 후배 하나가 정말 순진해서 정말과 거짓말을 구분을 못 해. 그런 친구가 있어. 우리 선배들이 걔를 가지고 놀아. “여학생이 도서관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더라.” 막 쫓아가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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