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플랫 단조의 골목 / 김예하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나는 정중해지려고 해 움츠린 내 뜰 안으로 비와 바람을 불러들여 꽃을 뭉개는 일은 없도록 하자 그렇다고 축축한 신발을 끌고 누군가의 한 마디에 불변의 소나타로 남지는 않을 것 지난날들이 들어와 앉은 커피숍 한 잔의 클래식에 리필을 사양한 시간이 가라앉는다 고화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식어버린 음악에 비워지는 사람들 지금이야 막이 오른 창으로 후드득 달려드는 얼굴 과거는 스타카토, 끊어지는 빗방울 같은 것 B플랫 단조의 골목에서 누군가의 눈동자를 바람의 손에 건넨다 흔적은 끊기고 한 뭉치 구름에 길들여진 아무 일 없는 거야 지나간 노래는 변주되거나 허밍 - 2018년《시현실》상반기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 감상 ㅡ 삶은 골목의 연속이다 대로를 만났다 싶으면 또 골목길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삶의 애환과 흡사하게 여러가지가 닮았다 시인이 첫 일성 [돌이킬수 없는 것에 대해 나는 정중해 지려해] 하는 다소 냉소적인 문구가 눈길이 붙잡인다 사는 일에서 이미 돌이킬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다소 냉소적일 필요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 연의 시인의 말처럼 괜히 위축된 내 안의 뜰에 비와 바람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는 거지 참 백퍼 공감이 가는 대목 그리고 결구처럼 아무일 없는 거야 지나간 노래는 변주되거나 허밍 그렇지 않은가 지나간 일은 허밍하며 오히려 즐기며 내일을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 그것이 우리를 훨씬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 그리고 어제라는 시간 별 유쾌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면 다 같이 콧노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