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과 관련된 황진이의 시가 있는데
야지반(夜之半) 동짓달 기나긴 밤
截取冬之夜半强(절취동지야반강)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내어
춥고 쓸쓸한 겨울 깊은 밤 힌중간을 짤라내서
春風被裏屈幡藏(춘풍피리굴번장) 춘풍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봄바람처럼 따뜻했던 이불속에 춥고 쓸쓸한 겨울 밤을 넣어 감추어 두었다가
有燈無月朗來夕(유등무월랑내석) 어른님 오시는 밤이어든
달도 없는 어두운 밤 등불 아래 밝고 환한 님 오는 밤이 되면
曲曲鋪舒寸寸長(곡곡포서촌촌장) 굽굽이 펴리라
굽이굽이 개어놨던 그리움을 한치 길이씩 펴리라
황진이(黃眞伊)
동짓날 기나긴 밤을
이작품은 황진이가 서경덕을 사모하며 지은 시라고 한다.
사모하는 임이 자신에게 잘 오지 않을뿐더러, 오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떠나버리기에,
황진이는 임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동짓달의 긴 밤을 모아두었다가
임이 오신 날 펼쳐내어 임과 오래 동안 함께 있기를 바라는 심경을 쓴 시이다.
한 허리 베어내어 - 밤의 한 중간을 도려내어
춘풍이불 - 봄바람 같은 이불
서리서리 - 길고 잘 굽는 물건을 포개며 휘감아 올리는 모양
어룬님 - 정든 사람, 서방님 ( 어루다에서 어른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어루다는 말은 어르다는 한글의 방언으로
1.편안하게 하거나 기쁘게 하려고 몸을 흔들어 주거나 달래다
2.놀리며 장난하다
3.그럴듯한 말로 부추겨 마음을 움직이다
등의 뜻이 있다.
황진이(黃眞伊)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이 확실하지가 않다.
조선시대의 시인 겸 명기(名妓)로서 일명 진랑(眞娘)이라고 하며 기명(妓名)을 명월(明月)이라 불렀다.
개성(開城) 출생으로 조선조 중종 때 양반집 진사(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고 시(詩) 서(書) 음률(音律)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드라마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15세 무렵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相思病)으로 죽자
기생에 몸을 던져, 선비 문인(文人) 고매한 학자들과 교유하며 탁월한 시의 재주와 용모로 그들을 매혹시켰다.
30년간 벽만 바라보고 수도에 정진하는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찾아가 미색으로 유혹하여
결국 굴복시켜 파계승을 만들고 말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며, 돈만 아는 사람들이 천금을 가지고 유혹해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대 유학자 서경덕이 학문이 높고 인격이 고매 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험하고 유혹하다가 실패하고 그의 높은 인격에 탄복하여 평생 서경덕을 사모하여
스승으로 섬기면서 정신적으로 사랑했다고 한다.
황진이와 화담 서경덕과의 정신적 사랑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황진이와 서경덕이 금침(衾枕)속에서 나란히 누워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되었는데 밤이 깊어 가도 서경덕이 황진이에게로 가까이 오지를 않았다.
서경덕이 어려워서 황진이가 먼저 손을 넣어 껴안을 수도 없는 처지인데 새벽이 가까이와도 꿈쩍도 안하니 참다못해 황진이가 손으로 살며시 서경덕의 그곳을 만져보니 놀랍게도 화를 잔뜩 낸 놈이 씩씩거리며 열을 내고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침이 되어 조반상을 마주 하고 황진이가 은근히 서경덕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제 저녁에 하도 조용하여 제가 선생님의 그곳을 만저보니 그 굳굳하기가 마치 여철견강(如鐵堅剛-강견한 쇠말뚝)과 같았습니다.
어찌하여 참고 그대로 계셨습니까?
서경덕이 대답하기를
“명월아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네 속에 들어가서 너를 사랑했는데 또 어디를 들어간다는 말이냐”?』
서경덕은 황진이를 불태우다 사라지는 황홀경의 육체적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숭고한 정신적 예술적 반려자(伴侶者)로 보았던 것이다.
“동짓날 기나긴 밤을” 이 작품은 황진이가 서경덕을 사모하며 지은 시라고 한다.
사모하는 임이 자신에게 잘 오지 않을뿐더러, 오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떠나버리기에, 황진이는 임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동짓달의 긴 밤을 모아두었다가 임이 오신 날 펼쳐내어 임과 오래 동안 함께 있기를
바라는 심경을 쓴 시이다.
춘풍 春風의 계절이 지나고
추상 秋霜 같은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춘풍은 만물을 싹트고 자라나게 하고
추상은 나뭇잎을 칼로 베어내듯이 가차없이 떨어 뜨린다.
그리고 그 칼은 예외가 없다.
춘풍이 부는 봄에는 밖으로 나들이도 좋고 또 태어나는 것을 죽이지 말고 모두 살려두라 했고
추상이 내리는 가을에는 밖으로 나돌지 말고 움츠리는 것이 좋고 모든 일들을 갈무리 하는 것이 좋다
했다.
봄바람은 태어나는 생기이므로 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이 하는 것이 좋으나
가을서리는 죽이는 살기가 있는 것으로 서리를 자주 맞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에 좋지 않으므로
가을의 비나 서리는 맞는 것은 뭄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