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파랑길 부산 구간 취재 중 촬영한 사진 중 보정을 거친 사진만 추려서 다시 올립니다. ^^
캡션의 많은 부분은 월간 산 2013년 6월호에 기고한 발견이 원고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제가 쓴 글이니 저작권에는 당근 문제가 없겠지요. ㅎㅎ
(보정 전 사진과 비교해서 보면 보정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보전 전 사진은 해파랑길 후기 게시판의 제 글을 보시면 있습니다.
해파랑길의 제1 선발이라고 할 수 있는 1~3코스 42km를 1박3일간 다녀왔습니다.
해파랑길의 출발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해 기장군청까지 이르는 구간입니다.
월요일 밤 10시50분 서울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갑니다.
무궁화는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차를 타고 가면 부산에 오전 04시 5분 정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간단히 요기하고,
출발지인 오륙도해맞이공원으로 향해 일출을 보기에 적당한 시간이 확보됩니다.
*밤기차인데도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잠자기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동해와 남해의 분깃점, 그곳에서 해파랑길이 시작됩니다.
해파랑길의 시작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의 새벽, 까만 밤을 밀어내고 해파랑길의 상징인 태양이
세상을 밝힐 준비를 마쳤다. 비로소 어둠 속에서 구분되지 않던 바다와 하늘이 어둠을 벗어내며
서로의 경계를 긋는다. 해파랑길의 시작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 앞의 오륙도가 떠오르는 해의
붉은 빛을 받아 수줍게 홍조를 띤다. 붉게 시작된 일출의 장관이 파란 하늘에 묻히는 시간 속에
수없이 많은 단계의 색들이 층을 이루며 오묘한 변화를 이뤄낸다. 붉은 빛과 대비되는 하늘은
신묘하기 그지없어서 자꾸자꾸 사람들을 동해 새벽바다로 이끈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여명이 남은 오륙도의 길.
슬로우셔터로 걷는 분들을 잡아봅니다.
멀리 오륙도해맞이공원이 보이는 이기대길입니다.
푸른 바다의 짠 맛에 간이 잘 밴 바람이 온 몸으로 몰려드는 이기대(二妓臺)길은 임진왜란 때
기생 두 명이 술에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벼랑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을 얻었단다.
만약 그랬다면 도저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을 만큼 절벽은 풍화와 침식의 시간 속에서 높고
날카롭게 솟았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이기대길의 백미 중에 하나인 해안길.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해녀막사
높게 솟구친 수직의 해안절벽은 수평을 이룬 바다와 각을 세우며 자신의 영역을 수만 년간 굳게
지켰다. 수평과 수직의 대립각은 7㎞의 광안대교와 80층 초고층빌딩이 모인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이기대길 후반부에 바통을 잇는다. 해안의 풍경을 일거에 바꾸어버린 이 거대한 인공구조물들은
인위적인 것에 배타적인 이들마저 잠시 마음을 빼앗겨버릴 정도로 조화로운 인공의 풍광을 그려낸
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광안대교와 함께 하는 평화로운 해변의 시간.
갈맷길 스탬프함이 정말 잘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흔적이 있어서 뿌듯합니다. 해파랑길 스탬프도 한집살림을 했으며 좋겠네요. ^^
동백섬등대의 풍광
특히 동백섬등대 밑에 새겨진 해운대(海運臺) 각자는 쉬 놓치기 쉬우므로 기억했다가 챙겨서 보고
가자. 이 글자는 신라시대 천재학자로 일컬어지는 고운 최치원이 어지러운 정국을 떠나 가야산으
로 입산하러 가는 길에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암석에다 새긴 것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글자가 희미해지기는 했으나 자세히 보면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은 흔적이 남아 있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아주 오랜 옛날 이곳으로 시집온 타국의 공주가 해운대에서 황옥에 비친 자기 나라를 보며
그리워 했다는 전설의 황옥공주상이 해운대 입구에 있다.
달맞이고개 옆에 조성된 문텐로드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달빛을 보기 힘들 정도로 울창한 숲길이
다. 남부 해안 숲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스레피나무와 해송이 서로의 영역 구분 없이 푸른 숲을
만들어 낸다. 어두운 밤에도 무릎 이하를 비추는 조명등을 해놓아서 언제나 찾는 이들이 많다. 달
빛으로 샤워를 할 수 있을 만큼 하늘이 툭 터지는 곳은 문텐로드 중간에 있는 전망데크 정도일 만
큼 길은 울창한 숲을 따라 흐른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문텐로드에서 시작된 숲길은 꼬불꼬불한 오솔길로 이어지다 작은 찻길 하나를 건너곤 다시 삼포길
이라는 숲길로 이어진다. 삼포길의 삼포(三浦)는 2코스의 출발지인 미포와 조개구이로 유명한 청
사포, 그리고 삼포길의 종점인 구덕포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아득하게 밀려오는 파돗소리를 들
으며 숲길 걷는 맛은 짜장면도 먹고, 짬뽕도 더불어 먹는 것 같은 오묘한 재미다.
문텐로드와 삼포길을 모두 합친 숲길은 5㎞에 걸쳐진다. 문텐로드가 곳곳에 설치된 조명으로 약간
의 인위적인 맛이 있다면 삼포길은 오롯히 사람의 발길로 닦아낸 수수한 멋이 있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이튿날도 일찌감치 일어나 송정해변 죽도공원의 일출로 하루를 시작한다. 송정포구의 작은 어선들
도 저마다 작업장을 향해 붉은 물결을 가르며 포구를 떠난다. 해파랑길을 걷게 되면 이렇게 동해로
떠오르는 일출과 새벽포구를 떠나는 어선이 오버랩되는 풍광과 친해진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붉은 태양이 낮게 걸린 이른 아침. 이제 곧 태양을 마주 볼 수 없는 시간이 시작된다.
송정해변을 떠난 길은 작은 뒷동산을 돌아가는 숲길을 향한다. 잘 생긴 해송들이 여러 그루 자라는
것으로 보아 해신당(海神堂)이 있을 법한 곳이다. 역시 ‘공수마을 신당’이 송림 가운데 자리 잡았
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주변에는 미신도 많고, 금기도 많다. 이런 수많
은 신들의 존재는 힘겹고 거친 바닷가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해신당 숲길은 곧바로 공수마을로 이어진다. 아직 물기가 흥건한 미역들이 포구 공터에 오와 열을 맞춰서 늘어섰다. 이른 새벽부터 미역 너는 작업을 한 모양이다. 요즘 같이 볕이 좋을 때는 하루만 말려도 내놓을 만한 물건이 된다고 한다. 하루 동안 이 어마어마한 양의 미역을 널었다 다시 걷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고단하다. 맛있는 미역국 한 그릇을 위해서는 이렇게 누군가의 노고가 앞서야 한다. 걷는 길 역시 그 길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았겠는가. 어느 길에서든 길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단함도 한번쯤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아담한 포구의 정겨운 풍광을 지나면 시랑대까지 이어지는 해안숲길이 나온다. 이 숲길은 삼포길
과 다르게 바다 쪽으로 전망이 툭 터진 길이어서 해안풍광과 숲길의 청명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얼마간 숲길을 걷다 임도 같은 길을 오르면 관음도량으로 유명한 해동용궁사 담장을 만난다.
여기서 담장 직전에 오른쪽의 협소한 길로 들어가면 기장군 7경에 들어간다는 시랑대(侍郞臺)다.
길 입구에 안내판이 붙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랑대와 담장을 사이에 둔 해동용궁사는 고려시대 나옹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절이다.
바닷가 갯바위 지역에 절묘한 가람배치로 자리 잡아 많은 관광객들과 불자들이 줄을 지어 찾는 곳
이다. 이 정도 규모의 사찰 중에서 이만큼 바닷가에 근접한 곳을 본 적이 없는 듯싶다. 바다를
앞마당 삼아 전각들을 배치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이곳은 300여년 전 기장현감이었던 권적(權摘)이 관내 제일의 명승지였던 이곳에 자주 놀러와
풍월을 읊고 바위에 시(詩)를 각자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큰 바위에 자기의 벼슬이었던
시랑(侍郞)을 따라 시랑대라는 글씨를 새긴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멋지다. 지금은 바다 쪽으로 세운 미끈한 돌탑들이 이런 바다풍광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해동용궁사 입구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친구 다섯이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는 오랑대(五郞臺)는 갯바위에 지어진
용왕단(龍王壇)을 넣어서 일출 사진을 촬영하는 명소로 아주 유명하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오랑대공원을 지나 만나는 작은 포구 연화리는 해산물 난전이 좋다. 해삼, 멍게, 전복을 쓱쓱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도 좋고, 출출할 때는 즉석에서 끓여주는 전복죽이 그만이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대변항 난전.
대변항을 떠난 해파랑길은 그 옛날 대변고개 넘어 죽성리와 대변항을 잇던 옛길을 밟는다.
지역 사람들에게도 잊혀가던 옛길은 이렇게 걷기여행객들을 받아들이며 다시금 길로써의 소임을
부여받아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드라마촬영장으로 지어진 교회
해파랑길을 걸으며 만나는 수많은 신목(神木)중에 당당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죽성리 해송이
그 뒤를 이어 나타난다. 여섯 그루의 큰 소나무 가운데 신당(神堂)이 모셔져 있고, 각 나무가 우산
처럼 각 방향으로 자라고 있어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여러 번 마주한
해송이지만 볼 때마다 허리가 절로 숙여지는 신령한 나무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신령스런 죽성리 해송.
죽성리 해송에서 서쪽을 보면 커다란 석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축성기술과 다른 것을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지어진 죽성리 왜성은 출입구가 한 곳이어서 올라갔
던 곳으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꼭 올라가봐야 할 만큼 경관과 느낌이 특별하다. 무너진 성
터, 그 옛날 일촉즉발의 위기를 느낄 수는 없지만 가슴 한켠의 허허로움을 달래주는 폐허의 위로를
안고 내려오게 될 것이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천수탑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성 외부를 따라 가볍게 걸어볼 수도 있다.
봉대산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기막힌 조망은 덤으로 얻은 것 치고는 매우 큰 수확이었다. 죽성리는
물론이고, 조망이 좋은 날은 지금까지 걸었던 길들을 봉수대에서 모두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다. 전
망 좋은 봉수대를 지나 숲길을 따라 쭉 직진하다 우신네오빌 이정표 방면으로 내려오면 부산 핵심
구간의 종점인 기장군청 부근에서 마을길이 나온다.
이번에 소개하는 추천코스는 출발점부터 치면 노선거리로는 1코스 17.6㎞, 2코스 16.7㎞, 3코스 일부 8.1㎞로 총 거리는 마라톤 정규코스가 거의 비슷한 42.4㎞가 나온다. 힘든 길이 거의 없어 1박2일로는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이므로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와도 좋을 듯싶다. 아마도 이 구간을 걷는다면 해파랑길의 남은 728㎞도 마저 걸어내고 싶은 의욕에 슬슬 발동이 걸릴 것이다.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는 길이다.
-월간 산 발견이 기고글에서 발췌-
첫댓글 저는 지난 3월 부산 구간 오랑대까지 다녀 왔었습니다 , 올려 주신 사진과 글을 보니 기억이 새롭게. ... ^^
저는 이기대 길 , 문텐로드 , 송정에서 오랑대 까지 . 모든 분들에게 추천 해드리고 싶군요 . 좋은 글 , 풍경 . 감사 합니다 !
네. 좋은 길 걸으셨네요. 와우.. ^^
어제 오륙도 앞에서 사진 찍었는데 새롭네요. 곡 해파랑길을 걸어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ㅎㅎ
넘 아름다운길이여서 꼭 한번 걷고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네. 언젠가는 꼭 가보세요. 화이팅입니다. ^^
저도 언제 한번 시리즈로 완주해보고 싶네요.. 멋지십니다.(캐빈마눌이 닉변경 했오요)
네, 좋은 시간이 아마 그곳에서 세상의 바다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와우... ^^
서로 많은 얘기는 없었지만 다정하게, 배려하며,마음을 열게 했던 걸음길이었습니다...
기나긴 길을...새로운길을...더욱 친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옛길을 고증하며 끊임없는 열정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시는 발견이님!!! 홧팅~~~^^
삼면의 해안을 모두 걷는 S&T 그룹의 국토대장정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뻘건고기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사진으로나마 해파랑길을 걸은듯 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기차여행 해보고 싶네요 ~~~~
월간 산 꼭 사봐야겠네요.
산악계에 엄청큰 경사가 있어 해파랑길은 담달 바캉스특집에 실릴 지도 모릅니다. ^^
개인적으론 바캉스특집이 더 어울릴 듯...
코스가 너무나 좋습니다. 자료 좀 얻어 갑니다.
부산 오륙도 여행때 연계해서 한번 다녀와야 되겠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뵈어야 하는데... 그런 날이 오겠죠? ^^
네 잘 다녀오세요.. 와우... ^^
정말 멋진 사진과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