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Dessert Cafe.' 요즘 이런 간판이 낯설지 않게 됐다. '한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곳들이다. 떡카페가 인기를 얻더니 양갱이나 한과에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는 곳으로 번지고, 떡과 고물을 얹은 빙수로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중이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즐기는 후식문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된 마당에 전통의 차용이 무에 이상할 건가. 고루함에서 세련됨으로,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의 보편적인 취향에도 맞는 떡·한과 카페의 진화는 목하 진행 중이다.
떡과 한과를 앞세운 카페 '솜씨'는 전통의 맛을 살린 카페의 가능성을 본격적이면서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다. '솜씨'는 폐백·이바지음식으로 유명한 전통요리연구가 원정필(62) 대표가 "우리 떡과 한과의 맛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작정하고 문을 열었다. 떡 20종류에 한과 10종류가 나오는데, 이 중에는 한국사람도 낯선 게 수두룩해서 배우고, 느끼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추라테, 단팥라테처럼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은 끽다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옛 방식 그대로 일일이 '손품'
현대적 세련미까지 가미
차와 떡, 한과 한자리서 즐겨
"우리 음식 제대로 알리고 싶어"
■대추, 생강, 단호박으로 '리얼 라테'
우선, 카페를 표방하고 있으니 어떤 차를 앞세우는지 궁금했다. 프랜차이즈에서처럼 대량 생산된 분말이나 진액으로 전통차를 흉내만 낸다면, '한식의 세계화'와 같은 취지가 무색해질 터.
먼저 대추라테가 눈에 띄었다. 대추를 삶아 물을 내고 여기에 우유거품을 얹은 것이다. 부드럽고 은은해서 마음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만약 '대추차'라 했다면 젊은 사람들이 찾을까? 카페인이 부담되는 노년층이라면 건강음료의 개념으로도 다가오겠다. 절묘한 절충이다.
단팥라테와 단호박라테에는 원재료가 주는 달곰함이 은근하게 전해진다. 생강라테는 생강의 향미가 과하지 않게 남아 있고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 분말이나 진액을 쓰지 않고 집에서 자기가 마실 때처럼 직접 고(膏)를 내어서 만들었다. 손품을 들여 만든 것이라 자부심을 갖고 '리얼 라테'로 부른다고.
원 대표는 "지난해 담가 놓은 천도복숭아는 올여름에 주스로 내고, 오미자차, 배숙 등 전통방식을 고수한 음료도 차차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솜씨'에서 원두커피도 즐길 수 있을까? 당연! 처음엔 '전통'만 고수하려 했는데 젊은 층에 어필하려다 보니 커피를 갖출 수 밖에 없었단다. 부담없는 가격도 강점이다. 아메리카노 3천800원, 라테류는 5천∼6천 원이다.
■"이게 진짜 한국식 과자!"
작은 동전 크기의 과자에 눈길이 갔다. 샛노란 색감이 시각을 자극한 것이다. 조금 신맛이 나면서도 달착지근하니까, 이걸 귤의 새큼달큼한 맛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나 다를까, 금귤을 얇게 썰고 꿀 등에 졸여서 말린 과자, 즉 '금귤정과'다. 향긋하면서도 젤리 같은 졸깃함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자 그 이상이다. "다섯 번 손이 가야 만들어져요. 많이 만들 수도 없으니 팔릴 때마다 걱정이네요."
슬슬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생강처럼 생긴 이건 또 뭔가. 한입 물었더니 진짜 생강맛이 난다. '생강란'(또는 '생란', '강란')이란 건데, 분쇄한 생강의 건지를 꿀, 설탕에 졸이고 생강 녹말에 뭉쳐서 다시 생강 모양으로 빚었다. 그 위에 잣으로 고물을 얹어 마무리. 궁중잔칫상 같은 귀한 자리에나 올랐던 이 과자를 옛 방식 그대로 일일이 손품 들여서 만들었다니…!
"이게 진짜 한국 과자예요. 드셔 보세요."
곶감에 호두를 넣은 '곶감쌈', 네모꼴로 썰어낸 '개성약과', 해바라기씨·호박씨·땅콩으로 만든 '견과류강정', 백년초·녹차·흑임자로 색을 입힌 '깨강정', 소나무꽃가루를 꿀에 반죽해서 만든 '송화다식'….
이쯤 되니 누에고치 모양의 유과나 각진 산자, 아니면 양갱이나 깨강정 정도가 한과라는 고정관념은 단박에 깨진다.
■일본 영향 벗어난 전통 떡
"떡 한 가지는 정말 제대로 된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서울 사대문안으로 시집을 가서 궁중·반가요리를 내리물림으로 익힌 원 대표는 우리 떡의 오염이 걱정이다. "떡이 빵을 닮아 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다디단 소나 토핑으로 맛을 내는 일본식 빵이 우리의 떡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의 떡 맛을 보여 줘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둥굴레를 삶은 물로 반죽한 오메기떡을 비롯해서 두텁떡, 단호박설기, 단호박영양떡 등이 옛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모든 소는 수제로 직접 만든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자극적인 단맛이 없다면 맛이 없다고 느끼지 않을까? 예쁜 보자기에 담긴 떡 선물세트가 제법 나간다니, 이 옛 맛의 본선 경쟁력이 제법 기대되는 대목이다.
'솜씨'에서는 떡과 한과가 작은 봉지에 담겨 진열되어 있고, 이를 자리에 가져와 차와 곁들일 수도 있고, 예쁜 보자기 싸서 테이크아웃할 수도 있다. 이날 떡과 한과 소포장 봉지를 25개 담으니 4만 원 남짓. 부담을 주지 않는 선물용으로 마침맞다 싶다.
'솜씨'는 전통방식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적 세련미를 가미한 차와 떡, 한과를 한자리에서 종합선물세트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듯싶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외국 손님을 데려가도 좋을 만한 곳이 생긴 셈이다.
※부산 동래구 명륜로 66. 동래경찰서 맞은편. 떡·한과 소포장 판매. 금귤정과 1천600원, 생강란 2천 원, 다식 1천500원, 호두강정 1천600원, 수제 양갱 1천600원, 개성약과 1천200원, 오메기떡 1천200원, 단호박설기·적고구마설기 2천300원, 대추라테·단팥라테·생강라테 5천 원, 단호박라테 6천 원, 아메리카노 3천800원. 051-553-1266.
메뉴 | 금귤정과 1천600원 전통요리연구가 원정필의 한과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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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커피점/빵집/기타 | 글쓴이 | 여기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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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부산 동래구 수안동 4-17 | 전화번호 | 051-553-1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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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 8시 ~ 밤 11시 | 휴무 | 설날 당일 추석 당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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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법 | 수안역 4번출구 | 주차 | 주차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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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수정일 | 14-02-20 | 평점/조회수 | 5 / 7,4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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