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중 허깨비 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들아
법인이라는 말은 들었지?
법인은 허깨비의 첫 문장처럼, 보이지 않아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어쩌면 경제 공부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허상에서 실체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경제의 작동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경제 이해력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의 크기가 아니라, 경제 용어의 이해 크기가 좌우한다.
경제 용어를 실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해서 쌓인 경제지식이 머리를 짓누르게 된다.
요즘 경제용어를 실체로 이해하면서 산 지식을 몇 개를 겨우 얻어냈다.
아들아
오늘은 개인, 법인, 회사, 주식, 주식회사 등의 사업에 관련된 경제용어를, 주변의 실체로서 이해하는 공부를 해보자
법인과 주식회사를 이해하지 않고, 그 누구도 자본주의 제도를 말할 수 없다.
법인은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도 이해하는 기본 토대이다.
오늘은 그 ‘법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특히 오늘의 경제용어는 복잡하고 재미없는 공부분야이지만, 경제지식의 토대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따라와야 한다.
먼저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법인이란 개인(자연인)이 아니라 법에 의하여 권리와 능력이 부여되는 법률적인 사람을 말한다.
너는 여기서 ‘개인(자연인)과 법인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사람을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서 나누면, ‘남자와 여자’다.
XY염색체는 남자이고, XX염색체는 여자라고 생물학적인 기준으로 남자와 여자를 나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람의 염색체 차이라면, 자연과 법인은 ‘법률적 권리와 의무의 차이’로 구별한다.
개인과 법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와 의무가 구별된다.
아들아
개인은 아버지와 엄마의 사랑에 의해서 네가 태어난 것처럼 남자와 여자의 결합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생물학적인 출생으로 태어나지 않는 법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법인이 처음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최초 법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법인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최초 법인은 최초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에서 태어났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이 인도양을 지나는 해상 무역을 독점했다.
네덜란드는 새로운 항로에 의해서 해상무역을 참여하고 싶었다.
소규모의 개인 무역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여러 개의 개인회사를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고자 했다.
이때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이다.
여러 개의 회사가 지분을 참여하고, 통합해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여러 사람이 참여했으니까, 그들은 협의를 통해, 그 사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때부터 주식회사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 법적 의무와 권리를 지고 회사의 대표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면서 ‘법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실체가 되었다.
법인은 주식회사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대표하는 법률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 받은 사람이다.
아들아
현대의 회사는 대부분이 주식회사다.
그래서 지금부터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자세히 살펴보겠다.
첫째, 주식회사는 주식에 의한 유한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주주의 유한책임을 바탕으로 주식회사가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주식회사의 특징은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둘째, 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가능하다.
즉, 자본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구조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고, 상법에서 의한 의사결정의 방식이다.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의 의사결정 기관이 있고, 이를 감시라는 감사가 있다.
주식회사라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하여 전문 경영 제도가 있었기에 거대한 기업이 출현할 수 있었다.
셋째, 주식회사는 주식 이전의 자유가 있다.
주식은 자유롭게 사고 팔고 가능하다.
그래서 누구나 주식을 통해 주식회사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투자해서, 주식회사는 대규모 자본을 모을 수 있었다.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물건은 수시로 자유롭게 현금화가 불가능해서, 안전 자산임에도 유동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주식은 언제든지 소액단위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런 현금으로 유동성이 높다는 장점이 대규모 자본집약이 가능하게 했고, 이 자본으로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철도, 석유, 자동차, 전자, 바이오 등의 기업은 주식에 의한 자본 모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넷째, 주식회사는 사업의 연속성이 있다.
예를 들면, '별전자'는 이OO회장이 죽고, 이OO회장이 의식불명이라도 '별전자'라는 법인으로 연속될 수 있다.
다섯째, 주식회사는 주식 가치 성장과 이익 배당을 한다.
주식회사가 성장하면서 주식 가치를 상승하여 투자자의 자산을 증식시키며, 매년 사업의 성과에 의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주식은 자산이며, 자산이익의 만들어 준다.
아들아
법인과 주식회사의 개념이 이해가 되느냐?
네가 법인과 주식회사를 이해하고 있어야, 현재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아들아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너는 별전자라는 회사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다시 묻겠다.
별전자는 최대주주인 이OO 회장의 소유냐? 아니면 OO전자라는 법인의 소유냐?
별전자는, 별전자라는 ‘법인’이 주인이다.
다만, 주주들의 자기의 지분만큼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주주들이 주식회사의 주인으로 행세를 할 수 있을까?
이OO회장은 ★전자의 지분은 1.86%만 가지고 있다.
별물산, 별생명, 별화재 등의 특수관계에 의한 지분까지 다 합해도 17.76%이다.
그런데 어떻게 별전자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의사결정기관의 장악력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결합된 힘을 가진 소수가 결속이 없이 흩어진 대수를 지배해왔다.
정관에 의해서 만들어진 규정을 의거해서 의사결정기관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특히 이사, 이사회, 대표이사에 의한 의사결정을 장악해서, 주주총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여기에 법적으로 견제하도록 만들어 놓은 감사 기능마저 허깨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주식회사의 권력 싸움은 이사회의 싸움이고, 특히 그 중에 대표이사 선임의 싸움이다.
왜냐하면 모든 권한이 대표이사에 의해서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속된 소수는 조직적인 권한을 가지고, 다수의 소액주주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회장은 이사회를 장악해서, 그 이사회를 통해서 자기 뜻대로 대표이사를 선임한다.
그 대표이사는 막강권력을 가지고 회사를 장악해서 마치 회사가 회장의 개인 소유물처럼 여기고 있다.
이것은 인류 역사의 비극이었다.
소수의 결속된 힘은 늘 흩어진 다수를 핍박하고, 그들이 가진 작은 것마저 빼앗아 갔다.
아들아
앞으로도 다수 이런 자본주의 주식회사의 시스템은 계속될 것이다.
대주주인 소수가 다수인 소액주주의 이익을 영혼까지 끌어 모으게 해서 빼앗아갈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별전자 소액주주들은 오늘도 열심히 별전자의 전자제품을 자기 회사의 것처럼 애용하면서 대주주인 소수의 배를 더 불리고 있다.
이런 자본주의의 맹점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아들아
너는 흩어진 다수가 되겠느냐?
너는 결속된 소수가 되겠느냐?
내 앞에 흩어진 다수 속 삶과 결속된 소수 속 삶이 놓여있다.
아버지는 네가 주식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법인의 대표이사가 되어 살아가길 바란다.
그 규모가 크냐, 작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경제의 주인이 되는 기업가가 되어라.
아버지는 너를 믿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아.
[출처] 아들아 경제 공부해야 한다 22 (법인과 주식회사 편)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정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