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산에 좀 가면 안될까요?"
"네 에??"
원장선생님이 자지러진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하는 투이다.
"제가 산행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산에 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감기가 더 잘 안 낫는 거
같아요"
"안됩니다. 환자분은 지금 나이가 있어서
안 그래도 몸의 에너지를 감기치료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힘을 분산시키면
폐렴으로 가서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폐렴이요?"
기가 팍죽는다.
죽는 건 싫다.
우울하다...
청설모가 기다릴텐데..
귀여운 자식...잘있냐?
그래, 의사선생님 말마따나 일단 모든
에너지를 감기치료에 쏟아붓자.
각설하고...
얼마전 직장선배의 싱가폴여행 사진중에
경극배우들의 모습이 있었다.
문득 패왕별희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다.
어제 밤 그 영화를 다시 보았다.
패왕별희(覇王別姬)는...
초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희의 비극적인
최후를 묘사한 경극을 다시 영화로 만든
것이다.
1920년대 중국의 군벌시대로부터 국공대결, 공산혁명,공산화,문화혁명 그리고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중국 근대사의 파란만장한 시기를
살아온 두 경극배우와 한여인의 사랑과 미움을
그리고 경극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어린 나이에 버려지다시피 북경 경극학교에
맞겨진 두 소년 도즈(성인 데이, 장국영 분)와
시투(성인 살로, 장풍의 분)는 뼈를 깍는 노력
끝에 중국 최고의 경극배우로 성장한다.
우희 역할을 맡았던 도즈는 패왕 역의 시투를
흠모하게 되는데....
시투에게 사랑하는 여인 주샨(공리분)이
생기면서 도즈는 방황을 한다.
도즈는 아편에 손을 대고 시투는 주샨에게
빠져 사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두 사나이는 중국의 역사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도즈는 평생을 사랑하던 연인
시투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공연이자 슬픈 사랑의
종말이다.
뭐 이런 줄거리인데....
결론은 한번 보시라는 거죠.
정상에 서서 만인위에 군림했던 고고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개처럼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되는 처참한 광경....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연인...
창녀였으며 자기를 버린 엄마였지만 그래도
그엄마가 그리워 몸부림치는 연적(戀敵)을
품에 안고 다독거리는 또 하나의 불행한 여인
(그녀도 창녀)의 모성 본능...
인간이란...
아니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영화에서 우희 역을 맡았던 장국영....
그 역시 우희처럼 연인과의 못다 이룬 사랑을
한탄하며 자결했다.
영화속에서의 우희 같이 장국영도
동성연애자였다.
실제의 우희,영화속에서 우희인 데이(도즈)....
그리고 데이역을 맡았던 장국영은 시대와 영화
그리고 현실을 초월한 동일한 인물이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격동의 중국역사를
실감나게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뭐 하기사 지금도 우리는 격동의 세월속에
살고 있지만..)
장국영의 슬픈 곡조가 귓가에 생생하다.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에 사부에게
머리를 깍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도
아닌 것이..."
이노래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도즈는
계집아이를 사내아이로 바꿔 불러 경극
사부에게 죽도록 매를 맞는데....
본래 사내아이인데 계집아이라고 하라
하니....
사내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꺽이지 않으려는
도즈의 처지가 너무 불쌍했다.
그런데 장국영은 이역할을 위해 직접 경극을
배워 대역없이 완벽한 연기를 해 냈다고 하니
대단하다.
마치 이 영화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연기에
몰입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연기와 실생활의 경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갔다.
아~
이 시대에 패왕은 누가 될 것이며 또한
우희는 누가 될 것인가...
말이 필요없다.
꼭 한번 보시기를~~
별 7개...
강강추!!!!
넵,
날씨가 무척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독감과 사투중인
대우산객 드림
첫댓글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기대에 부응키 위해 글을 올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빨리 쾌유하시어 대운산 식구들과도 상봉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