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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초·중등교육 연계 현황
- 빅토리아 주를 중심으로 -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동하는 과정은 모든 어린이의 교육여정에서 중대한 변화의 시기이다. 새로운 학교환경, 다양한 교우관계, 확장된 학업분야 등이 대부분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긴장되면서도 즐거운 과정이지만 일부에게는 학교, 공부, 더 나아가 친구나 가족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진급하는 과정이 모든 아이들에게 최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도록 주 정부, 학교, 교사, 부모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 호주에서 보편화된 인식이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인식에 따라 구체적인 연계 지원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 빅토리아 주 정부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호주 빅토리아 주의 초·중등 연계에 대한 인식
호주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전 학교교육과정 가운데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중간 기간’이 전체적으로 학생의 교육경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간 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중학교로 진급과정이 순조로울 수 있도록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협력하여 학생의 발달 및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타 학교/급의 교육목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업중단 없이 중학교로 진급하기는 하나, 중학교 입학 후 1~2년 사이에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거나 잦은 결석 등으로 인해 교육활동 참여가 줄어들면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2014년 에디스 코완 대학(Edith Cowan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서 호주 지역 학생의 약 1/4이 초등학교-중학교 이동이 힘겨웠다고 답변하였고 한다. 이 시기에 적응이 순조롭지 않은 경우 학업성취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교우관계의 어려움 등은 더욱 커지는 경향도 보고된다. 빅토리아 주에서도 2015년에 빅토리아 주 감사관실에서 공립 초중고교, 유치원, 보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초·중등 연계에 대한 주정부 차원의 전략이나 지원 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인해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업에 대한 흥미도, 성취도, 정신건강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에 빅토리아 주 정부는 같은 해 다섯 개 공립 중고등학교와 29개 공립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지역별 연계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학생들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단계별 시행절차가 담긴 초·중등 연계정책을 발표하였다.
2. 초·중등 연계에 관한 행정체계
빅토리아 주정부 연계정책의 출발은 지역별로 하나의 중학교와 주변 초등학교 4~8개교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클러스터가 되려면 구성원 간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이해와 신뢰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의 규모와 학교 간 근접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보통은 지역별로 인접한 여러 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중학교로 연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그러나 학교 규모나 특성화 여부 등에 따라 지역적으로 거리가 먼 학교끼리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클러스터의 구성원은 각급 학교장, 초등 6학년과 중1 담임교사 그리고 학교장이 추천하는 교직원 각 1명이다. 구성원들은 6학년 학생들의 중학교 배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당해 8월 이전까지 매달 1회 회의를 통해 클러스터 고유의 연계전략을 구축하고 시행계획을 문서화하여 공유한다. 초등학교는 시행계획에 따라 5학년과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학생처럼 수업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는 ‘일일 중학교’ 활동을 마련하거나,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그룹화하여 소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교우관계를 쌓고 중1 유형의 과제를 함께 풀어보는 등의 선 경험 활동을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중학교는 협력학교 6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교장 및 담임교사 면담기회를 제공하고, 중학교 연극, 콘서트 등에 초등 6학년 학생과 가족을 초청하는 등 서로 알아가는 기회를 입학 전에 마련할 수 있다. 클러스터 중학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지원 방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데, 예를 들어 중1 신입생에게 상급학생 멘토 배정, 중1 오리엔테이션 개최, 중1 학부모 설명회 개최, 중1 전담 관리지원 교직원팀 구성, 중1 ‘학습 기술’ 워크숍 정기개최 등이 있다.
초등 6학년 졸업생들의 진학경로가 확정된 후에는 충분한 학생 정보를 시기적절하게 해당 중학교에 전달하는 것이 연계의 핵심 성공요인 중 하나이다. 즉, 각 초등학교는 6학년 학생들에 대한 학업 및 학교생활 등 제반 정보를 1학기 말까지 수집하고 정리해놓은 뒤, 중학교 배정이 확정되는 대로 해당 중학교에 이 정보를 전달한다. 효율적인 정보공유를 지원하기 위해 빅토리아 주정부는 ‘학교전산행정시스템환경21(CASES21)’이라는 공립학교 행·재정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함으로써, 모든 공립학교가 2018년 7월부터 진학학생의 학업, 건강, 개인 특이사항 등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각 초등학교가 지정한 연계 주임교사와 코디네이터가 정보를 수집·관리·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하며, 정보를 전달받은 중학교에서도 허가를 받은 교사와 코디네이터만 해당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다. 연계지원 목적으로 이렇게 클러스터 내 공립 초·중·고 간 정보가 공유될 때는 학부모 동의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으나, 협력학교 이외 학교에 정보를 전달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학부모 동의가 요구된다.
또한, 주정부는 중1~2학년이 정서적, 육체적 및 정신적 변화가 많은 시기임에 주목하였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정서적 안정감, 학교소속감, 교우관계 등이 장기적인 사회성개발과 학업진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호주 11~14세 학생 1,800명을 대상으로 한 레스터와 크로스(Lester & Cross)의 연구에서도 중1 학생의 사회적·정서적 안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또래와의 상호 보완적인 교우관계임이 파악되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이에 따라 임상 정신과전문의 앤드류 풀러(Andrew Fuller) 박사의 도움으로 ‘학생 진학 및 회복탄력성 훈련(Student Transition and Resilience Training, START)’ 자료를 재개발하여 각급 학교에 배포하였다. 스타트 자료는 빅토리아 주 초·중·고 표준 공통교육과정 전 단계에 맞춰 교실에서 수업활동의 일부로 시행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으며, 청소년기 학습 성향과 웰빙 지원방안 등에 대한 교사용 자료, 회복탄력성 함양 활동이 담긴 학생 워크북, 스스로의 학업과 회복탄력성 발달을 점검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교육과정의 초·중등 연계 현황
호주는 각 주별 규정에 따라 만 5세부터 15세내지는 17세까지의 학교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지정되어 있다. 연방정부에서 정한 국가수준 공통교육과정을 각 주정부에서 해석하여 구성한 교육과정이 공립과 사립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빅토리아 주는 기반과정(Foundation: 0학년으로 만 5세에 시작 가능)에서 10학년(고1)까지의 의무교육기간 내에 9개의 학습영역 이수와 4개의 기본역량 함양을 목표로 한다. 공통 학습영역은 예술, 영어, 체육, 인문, 시민/사회, 언어, 수학, 과학 및 기술이고, 기본역량 4가지는 창의적비판적 사고력, 윤리의식, 다문화 이해력 및 개인사회 기술이다. 각 학습영역별로 학습내용과 성취수준 평가체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어와 수학 등 주요과목은 성취수준이 11단계로 세부화 되어 있으며, 10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은 연령이나 학년별 편제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각자의 진도에 맞게 학습해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연속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즉, 기본 교육과정은 따르되, 교사들은 학년이나 나이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개별 학생의 실질 성취수준에 맞추어 차별화된 학습내용을 마련해줄 수 있다. 또한, 교과목 자체의 편제에 있어서도 주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영역을 가르치는 것 외에 나머지 부분은 학교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이루어진 각 클러스터의 구성원들은 연중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교육과정 연계개발’ 연수를 시행하여 구체적인 교육과정 내용, 교수법, 진학 학생의 교과목별 성취수준, 학습 성향 등을 상호 공유하고 이해하도록 힘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성취도가 앞섰던 학생에게는 중학교 입학 후에도 성취수준에 맞는 수월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선 학습반 배정이나 선 학습 교육과정 제공을 교사 간에 미리 논의한다. 또한, 장애아동 등 특별히 도움이 더 필요한 학생을 위해서는 ‘진학지원 자료집’이 해당 클러스터에 제공되어 관련학교가 장애아동과 가족에게 세심한 배려와 학습준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 빅토리아 주 공립 초등학교에서 장애인지원 보조금을 받다가 공립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학생당 3천 호주달러(약 251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어 중학교가 개별화된 맞춤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특징 및 시사점
호주 빅토리아 주는 초·중등 연계의 핵심정책으로 지역단위 초등학교-중학교 클러스터를 자발적으로 형성하여 참여 학교 간 상시 조율과 공조를 통해 타 학교의 교육목표, 교육방법, 교육풍토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힘은 물론 개별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의 실질 연계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도 갑작스러운 수업내용의 난이도 상승과 같은 현상을 예방함과 동시에, 학생 개개인의 성취수준과 필요를 고려한 맞춤 교육과정을 중학교가 미리 개발하거나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학생 관련 정보수집, 분석 및 공유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학습은 물론 학교생활, 교우관계 등에서도 세분화된 지도가 가능한 강점이 있다. 특히 중1~2학년 시기가 심리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는 시기임에 주목하여 클러스터 지정교사 간 학생의 학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우관계, 학교 및 방과후 생활, 건강 등에 대한 핵심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총체적인 인성교육이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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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o.ecu.edu.au/cgi/viewcontent.cgi?article=2699&context=ecuworkspost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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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udit.vic.gov.au/report/education-transitions?section=31478
· Victorian Curriculum and Assessment Authority. Victorian curriculum design.
http://victoriancurriculum.vcaa.vic.edu.au/overview/curriculum-design/standards-and-levels
· Victorian curriculum planning self-assessment tool.
http://curriculumplanning.vcaa.vic.edu.au/sat/self-assessment-tool
※ 기획기사는 참고문헌을 요약·정리하여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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