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1 17:40:49
여름 피서 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 아니면 계곡을 찾게 되는데, 산꾼들은 아무래도 바다보다는 계곡이 좋은 산을 찾아 등반을 하며 더위를 식힌다. 그렇다고 하여 바다에 대한 추억을 전혀 잊을 수는 없어 가벼운 등산을 겸할 수 있는 섬을 찾게 되는데 울릉도의 성인봉, 미륵도의 미륵산, 남해도의 금산과 설흘산, 보길도의 격자봉, 진도의 첨찰산 등 섬과 어우러진 좋은 산들이 많이 있다.
많은 섬 가운데 거문도와 백도는 섬의 경관으로도 홍도나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뿐 아니라, 거문도의 불탄봉 코스는 바다를 조망하는 아름다운 산세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하고 가벼운 산행지로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거문도는 행정 구역으로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속해 있다. 고흥반도 남쪽 40Km 지점에 위치하는 고도, 동도, 서도의 세 섬을 말하는데 고도만을 거문도라 부르기도 한다. 서도는 세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고도와 다리로 연결되는데, 온 섬이 동백나무로 덮여 있어 늘 푸르며, 유림해수욕장과 불탄봉이 있고 서도의 남쪽 끝 수월산에는 다도해의 뱃길을 비쳐주는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거문도 등대가 있다.
거문도는 조선조 말인 1885년 음력 3월 1일부터 1887년 2월 5일까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영국 함대에 의해 강제 점령당한 아픈 과거를 지닌 섬이다. 주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의 이동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대한해협의 문호로써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거문도는 갈치의 주산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불리는 39개의 무인군도로, 높고 얕은 기암괴석과 깍아지른 절벽들의 모습이 천태만상의 선경을 이루고 있으며 매바위, 서방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석불바위 등에 얽힌 갖가지 전설이 가득한 곳이다. 태초에 옥황상제의 아들이 귀양을 왔다 용왕의 딸에 반하여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보냈는데 옥황상제가 아들이 보고 싶어 신하를 백 명이나 보냈으나, 신하들 마저도 돌아오지 않아 화가 나서 돌로 변하게 했는데 그것이 백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백도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하여 30여 종의 조류와 풍란, 석곡, 눈향나무, 동백, 후박나무 등 야열대 식물과 큰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수중경관 또한 아름답다.
산행길잡이
거문도의 등산 코스는 서도의 끝과 끝을 잇는 음달산과 불탄봉 그리고 수월산 코스가 있으나 음달산은 경관이나 등산로의 상태가 별로 권한 만하지 못하므로, 불탄봉만을 권하며,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 덕촌마을 회관에서 시작하는 불탄봉 - 보로봉 - 수월산 코스를, 시간이 없다면 유림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불탄봉 - 수월산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추천 코스
서도 덕촌 마을회관 - 불탄봉 - 촛대바위 - 기와집 몰랑 - 보로봉 - 목넘어 - 거문도 등대
고도에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산은 서도에 있으므로 삼호교를 건너야 한다. 삼호교 건너 왼쪽으로 가면 유림해수욕장이고, 등산로 초입은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
회관 옆 골목길로 10m쯤 올라 우측 길로 접어들면 앞으로 중계탑이 보인다. 아름드리 동백나무 즐비한 숲 속 길을 10여분 올라서면 능선 위로 좋은 길이 이어진다. 저수탱크 옆을 지나 옛 산판길을 따라 100m쯤 가면 왼쪽 산비탈의 동백 숲으로 소로가 나있고 불탄봉 아래 완경사 초원지대가 나온다.
이 초원지대에 일본군이 만들었던 벙커가 2개 있는데, 왼쪽 위가 불탄봉 정상이다. 정상에서 보는 거문도항 일대의 경치가 아름답다.
불탄봉 정상에서 초원으로 되내려와 무덤 옆의 길로 내려서면 평평한 안부가 나오고 염소막 옆길로 오르면 억새능선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억새밭과 동백숲을 지나면 다시 안부의 작은 억새밭이 나오고 오른쪽 뒤로 해안절벽 지대와 흰 파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2m 높이의 촛대바위를 지나면 해안절벽 지대가 더 가파르게 다가서며 태백준령처럼 고도감을 준다. 촛대바위를 지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겯는 길이 일품이다. 능선이 안부로 떨어지다 일어나면서 암봉 위를 지나 급경사 돌계단으로 내려서는데 유림해수욕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안부에서 돌계단을 잠시 오르면 해발 157m의 기와집 몰랑이다. 몰랑이란 산마루란 뜻의 전라도 방언이니 바다에서 볼 때 기와집 형상을 한 산마루란 뜻이다. 평평하고 전망 좋은 곳이다.
돌탑군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란 팻말이 있고 오른쪽으로 거문도 최고의 명물인 신선바위가 보인다. 신선바위는 높이 100m가 넘는 암봉으로 거문도등대까지 이어지는 해안풍광은 가히 전국에서도 손꼽힐 만 하다. 신선바위 정상부는 20여명이 충분히 앉을 만큼 넓고 평평하다. 서도의 남쪽에 있어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능선을 따라 곧바로 가면 보로봉 정상이 나오는데 목넘어로 내려가기 까지 동백숲이 터지는 곳마다 해안 절경이 우리의 눈을 시원스럽게한다. 365계단을 내려서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목넘어 갯바위 지대를 지나 동백 숲길로 올라서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700m쯤 가면 거문도 등대가 나오는데 그 곳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 거문도 제일이라 할만하다.
가는 길
거문도 가는 배편은 여수와 고흥 녹동(도양읍) 두 군데에서 있다. 여수에서는 2시간 30분소요, 녹동에서는 1시간 소요되며 거문도에서 바로 백도 유람선으로 연결된다. 녹동항의 배편을 이용하면 광주에서 당일로 산행과 백도 관광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