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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
동기 여러분,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이곳 홍콩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지난 주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홍콩의 한국교인들이 모여 찬양하는 모임에 설교를 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모임 시각시간인 오후 7시까지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의 찬양시간 동안 찬양인도자들은 저 한 사람을 놓고 찬양을 인도했고, 저는 찬양인도자들을 놓고 설교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모습이 요즘 홍콩의 현실입니다.
요즘에는 주일날 예배 드리러 오는 교인들에게 교회 입구에서부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마스크를 씌워서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교회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귀국하였고 남아있는 아이들도 교회에 나오는 것을 꺼려해서 하는 수 없이 주일학교를 당분간 휴교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홍콩에 있는 모든 한국교회들이 수요예배는 물론 주일 저녁예배까지 잠정적으로 폐쇄한 상태입니다.
현재 한국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으로 이미 피신했거나 준비중인 사람이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위험을 느끼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국교회의 목사님들이 모여 해마다 홍콩에 있는 한국교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드려왔던 부활절 연합예배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만약 누군가가 발병된다면 교회 모임을 통해서 확산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홍콩의 길거리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한산합니다.
홍콩의 모든 학교가 휴교조치를 취했고, 모든 주민들이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출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먹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홍콩 사람들도 식당출입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철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모두들 겁먹은 얼굴로 달아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얼마 전에는 '아모이 가든'이라는 아파트 단지에서 121명이 집단으로 괴질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정부에서 아파트 단지를 봉쇄하고 주민들을 격리시키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외출이 금지되어 있고 하루 세끼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홍콩정부는 괴질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4곳의 휴양소에 격리 수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홍콩 전역이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될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항이 폐쇄되어 여행이 금지되며, 또한 항공편이나 선박으로 공급되어 오던 모든 식료품들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그래서 슈퍼마켓에는 쌀을 비롯해서 생필품을 사재기하려는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 괴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바 몇 가지 상식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괴질은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혹은 비전형 폐(Atypical Pneumonia)으로 불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입니다.
두 개의 바이러스가 함께 공격하는데 먼저 한 개의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공격해서 약하게 한 후에 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해 병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망률은 3%에 달하며 주로 40대 이상의 심장질환이나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이 사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40대의 건강한 사람이 죽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치료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최선의 방법은 보균자와 접촉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세 시간 정도 살아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된 공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일반 마스크는 별로 효과가 없고 3M사에서 나온 N95와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분명히 병원에서부터 이 질병이 시작될 것이니 가능하면 병원에는 가지 마시고
자동차를 탈 때에 안전벨트를 매듯이 좋은 마스크를 준비하여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는 하루이상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럼 건강들 조심하시고 늘 강건하시기를.
- 예배가 끝난후 사무실에서 김성준 목사와 정 병국 (2002.1.27)
홍콩동신교회 김성준목사